흰개미 뱃속에 단세포 ‘문어’ 득실

조홍섭 2013. 04. 04
조회수 39916 추천수 0

캐나다 과학자, 흰개미 창자서 새 공생 원생생물 ‘크툴루’ 발견

20개 편모로 헤엄치는 특이한 모습, 러브크래프트 판타지 신화서 이름 따

 

octo1.jpg » 흰개미의 창자 속에서 새로 발견된 공생 원생생물 크툴루. 편모와 헤엄치는 모습이 문어와 닮았다. 막대는 0.01㎜ 사진=에릭 제임스 외, <플로스 원> doi:10.1371/journal.pone.0058509.g002

 

오래된 문화재의 기둥을 갉아먹어 골칫거리인 흰개미는 자연계의 중요한 분해자 구실을 한다. 그런데 단단한 목질을 이루는 리그닌을 분해하는 능력을 지닌 생물은 정작 흰개미가 아닌 그 창자 속에서 공생하는 원생생물 등 미생물이다.
 

흰개미 뱃속의 공생 원생생물은 매우 다양하지만 어떤 것은 육안으로 보일 정도로 아주 크다. 이번에 캐나다 브리티시 콜롬비아 대 연구자들은 아주 작은 흰개미 뱃속 원생생물을 연구하다 특이한 모습의 새로운 것들을 발견했다.
 

‘크툴루’란 이름의 속으로 분류된 새로운 원생생물은 문어처럼 생겼는데 20개의 편모를 움직여 헤엄친다. 길이는 0.01~0.02㎜로 머리카락 두께의 10분의 1이다.
 

octo2.jpg » 크툴루 편모의 자세한 모습. 막대는 2㎛. 사진=에릭 제임스 외, <플로스 원> doi:10.1371/journal.pone.0058509.g002

 

연구진은 미국의 저명한 호러, 판타지, 공상과학 소설가인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가 지은 가상의 괴물 이름을 이 단세포 생물에 붙였다. 이 괴물은 문어 머리와 촉수가 달린 턱, 박쥐 날개가 달린 등의 모습을 하고 있다.

BenduKiwi_Cthulhu_and_R'lyeh.jpg » 가상의 괴물 크툴루의 모습. 그림=벤두키위, 위키미디어 코먼스  

 

연구진은 또 새로 발견된 다른 속의 원생생물에도 크툴루의 숨겨진 딸인  ‘케틸라’라는 이름을 붙였다.
 

연구 주 저자인 에릭 제임스 브리티시 콜롬비아 대 연구자는 “처음 현미경으로 보았을 때 특이하게 움직였는데 거의 문어가 수영하는 것 같았다.”라고 이 대학의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이 발견은 미국 공공과학도서관이 발행하는 온라인 공개 학술지 <플로스 원> 3일치에 실렸다.

 

단세포 '문어' 크툴루가 헤엄치는 유튜브 동영상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James ER, Okamoto N, Burki F, Scheffrahn RH, Keeling PJ (2013) Cthulhu Macrofasciculumque n. g., n. sp. and Cthylla Microfasciculumque n. g., n. sp., a Newly Identified Lineage of Parabasalian Termite Symbionts. PLoS ONE 8(3): e58509. doi:10.1371/journal.pone.0058509
http://www.plosone.org/article/info%3Adoi%2F10.1371%2Fjournal.pone.0058509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둥글고 뾰족하고…알 모양 비밀은 비행능력둥글고 뾰족하고…알 모양 비밀은 비행능력

    조홍섭 | 2017. 06. 23

    알 5만개 측정 연구 결과…오래 멀리 나는 새, 길쭉하고 뾰족한 알유선형 몸매 위해 알 폭 좁힌 결과…둥지 위치나 한 배 크기 가설 틀려새의 알 모양은 다양하다. 탁구공처럼 둥근 올빼미 알이 있는가 하면 앨버트로스처럼 길쭉한 타원형 알도...

  • 익사 초식동물이 세렝게티 강 살찌워익사 초식동물이 세렝게티 강 살찌워

    조홍섭 | 2017. 06. 20

    케냐 마라 강에 해마다 6200마리 누 익사, 대왕고래 10마리가 빠져 죽는 셈물고기, 독수리, 악어 말고도 강 유역 생태계 광범한 영향…지구 마지막 ‘익사 생태계’아프리카 케냐의 세렝게티 평원은 야생동물의 천국이다. 이곳을 다룬 자연 다큐멘터...

  • 쌍살벌은 사람처럼 서로의 얼굴을 알아본다쌍살벌은 사람처럼 서로의 얼굴을 알아본다

    조홍섭 | 2017. 06. 16

    여러 여왕벌 동거 복잡한 사회생활, 불필요한 경쟁 낭비 피하려 진화257개 유전자 관여 밝혀져, 시각적 학습 아닌 독립적인 유전적 진화 결과 전화번호는 쉽게 잊어도 아는 사람의 얼굴을 잊는 일은 좀처럼 없다. 사회적 동물인 사람에게 얼...

  • 퇴적분지에 새겨진 곤충화석 '작은 것들의 역사'퇴적분지에 새겨진 곤충화석 '작은 것들의 역사'

    오철우 | 2017. 06. 14

     ‘고곤충학 박사 1호’ 남기수 교사  더듬이 몸통 꼬리 2㎝ 애벌레 또렷낚시꾼이 손맛에 빠지듯 탐사 몰두 대전과학고 다산관 7층 작은 실험실한국 곤충 화석 가장 많아 국내외 학술지에 10여 편 논문 발표매미 거미 등 신종도 발견...

  • 기후변화로 사라진 구상나무숲…심는다고 복원될까기후변화로 사라진 구상나무숲…심는다고 복원될까

    김정수 | 2017. 06. 12

    온난화로 쇠퇴하는 아고산 침엽수지리산·한라산서 고사율 37~45%환경부, 어린나무 심어 복원 추진5월 300그루 이어 이달 2000그루 기후변화 지속 상황선 효과 의문국립공원 보존지구 자연에 맡겨야인위적 개입하면 되레 훼손 위험전문가들 “무용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