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개미 뱃속에 단세포 ‘문어’ 득실

조홍섭 2013. 04. 04
조회수 41267 추천수 0

캐나다 과학자, 흰개미 창자서 새 공생 원생생물 ‘크툴루’ 발견

20개 편모로 헤엄치는 특이한 모습, 러브크래프트 판타지 신화서 이름 따

 

octo1.jpg » 흰개미의 창자 속에서 새로 발견된 공생 원생생물 크툴루. 편모와 헤엄치는 모습이 문어와 닮았다. 막대는 0.01㎜ 사진=에릭 제임스 외, <플로스 원> doi:10.1371/journal.pone.0058509.g002

 

오래된 문화재의 기둥을 갉아먹어 골칫거리인 흰개미는 자연계의 중요한 분해자 구실을 한다. 그런데 단단한 목질을 이루는 리그닌을 분해하는 능력을 지닌 생물은 정작 흰개미가 아닌 그 창자 속에서 공생하는 원생생물 등 미생물이다.
 

흰개미 뱃속의 공생 원생생물은 매우 다양하지만 어떤 것은 육안으로 보일 정도로 아주 크다. 이번에 캐나다 브리티시 콜롬비아 대 연구자들은 아주 작은 흰개미 뱃속 원생생물을 연구하다 특이한 모습의 새로운 것들을 발견했다.
 

‘크툴루’란 이름의 속으로 분류된 새로운 원생생물은 문어처럼 생겼는데 20개의 편모를 움직여 헤엄친다. 길이는 0.01~0.02㎜로 머리카락 두께의 10분의 1이다.
 

octo2.jpg » 크툴루 편모의 자세한 모습. 막대는 2㎛. 사진=에릭 제임스 외, <플로스 원> doi:10.1371/journal.pone.0058509.g002

 

연구진은 미국의 저명한 호러, 판타지, 공상과학 소설가인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가 지은 가상의 괴물 이름을 이 단세포 생물에 붙였다. 이 괴물은 문어 머리와 촉수가 달린 턱, 박쥐 날개가 달린 등의 모습을 하고 있다.

BenduKiwi_Cthulhu_and_R'lyeh.jpg » 가상의 괴물 크툴루의 모습. 그림=벤두키위, 위키미디어 코먼스  

 

연구진은 또 새로 발견된 다른 속의 원생생물에도 크툴루의 숨겨진 딸인  ‘케틸라’라는 이름을 붙였다.
 

연구 주 저자인 에릭 제임스 브리티시 콜롬비아 대 연구자는 “처음 현미경으로 보았을 때 특이하게 움직였는데 거의 문어가 수영하는 것 같았다.”라고 이 대학의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이 발견은 미국 공공과학도서관이 발행하는 온라인 공개 학술지 <플로스 원> 3일치에 실렸다.

 

단세포 '문어' 크툴루가 헤엄치는 유튜브 동영상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James ER, Okamoto N, Burki F, Scheffrahn RH, Keeling PJ (2013) Cthulhu Macrofasciculumque n. g., n. sp. and Cthylla Microfasciculumque n. g., n. sp., a Newly Identified Lineage of Parabasalian Termite Symbionts. PLoS ONE 8(3): e58509. doi:10.1371/journal.pone.0058509
http://www.plosone.org/article/info%3Adoi%2F10.1371%2Fjournal.pone.0058509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배불리 피 빤 모기가 귀신같이 도망치는 비결배불리 피 빤 모기가 귀신같이 도망치는 비결

    조홍섭 | 2017. 10. 22

    다리 힘 아닌 초당 600번 날갯짓으로 날아올라긴 다리로 충격 완화, 포유류 감지 한도의 4분의 1모기는 냄새와 색깔 등 여러 가지 단서를 바탕으로 먼 거리에서도 적당한 상대를 찾아낸 다음 2개의 초소형 펌프를 이용해 자신의 체중 1∼2배에 ...

  • 골칫덩이 등검은말벌, ‘치명적 유혹’으로 퇴치한다골칫덩이 등검은말벌, ‘치명적 유혹’으로 퇴치한다

    조홍섭 | 2017. 10. 19

    성호르몬으로 수컷 유인 성공분비량 1천분의 1에도 민감 반응등검은말벌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유럽 등 세계적으로 가장 문제가 되는 침입종 가운데 하나다. 우리나라에선 2000년대 영남지역을 시작으로 전국에 퍼지면서 꿀벌과 사람에 대한 피해가 커...

  • 3천m 잠수 부리고래의 비밀 밝혀져3천m 잠수 부리고래의 비밀 밝혀져

    조홍섭 | 2017. 10. 13

    작은 몸집, 산소 고갈되면 무산소호흡으로 버텨수면 돌아와 1시간 이상 휴식, 해군 소나 피해도허파로 숨을 쉬어야만 살아가는 동물 가운데 깊은 바다를 잠수해 먹이를 찾는 종이 여럿 있다. 코끼리물범, 바다사자, 물개 같은 포유류와 황제펭귄, ...

  • 더워지는 바다 ‘니모’ 찾기 힘들어진다더워지는 바다 ‘니모’ 찾기 힘들어진다

    조홍섭 | 2017. 10. 11

    수온 상승이 말미잘 백화현상 불러 흰동가리는 스트레스로 번식률 73% 격감     태평양과 인도양의 산호가 있는 얕은 바다에 사는 흰동가리는 ‘니모를 찾아서’란 애니메이션으로 명성을 얻은 물고기이다. 노랑이나 주황색 몸통에 선명한 줄무...

  • 홍수 땐 몸으로 뗏목 만들고 탑 쌓는 붉은불개미홍수 땐 몸으로 뗏목 만들고 탑 쌓는 붉은불개미

    조홍섭 | 2017. 10. 10

    수십만 마리가 100초만에 모여 방수 뗏목 만들어 수주일 이주육지 닿으면 끊임없이 무너지고 재건하는 ‘살아있는’ 에펠탑 건조부산 감만부두에서 발견돼 물의를 빚고 있는 외래종 불개미(외래붉은불개미, Solenopsis invicta)는 원산지인 남아메리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