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충식물 함정 물통 무려 35종 먹이그물

조홍섭 2013. 04. 08
조회수 29137 추천수 0

북미 벌레잡이 식물 함정 물통에 생물 35종이 먹고 먹히는 먹이그물 형성

호수나 바다 등 통제 불가능한 생태계 연구 모델 가능성 밝혀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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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b Lilieholm_s.jpg » 북아메리카의 벌레잡이 풀 사라세니아 푸르푸레아. 함정의 물은 단순한 물이 아니라 복잡한 생태계이다. 사진=롭 릴리홀름

 


햇빛과 물, 공기만 있으면 당분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식물은 다른 생물을 먹어야 하는 동물과 달리 근본적으로 평화주의자이다. 하지만 양분이 절대 부족한 환경에서는 육식을 하는데, 벌레잡이식물(식충식물)이 그런 대표적 예이다.
 

우리나라에도 끈끈이주걱, 통발, 땅귀개 등 벌레잡이 식물이 습지에 산다. 잎이 변한  피처 잔 모양의 함정에 벌레를 빠뜨려 잡아먹는 벌레잡이통풀(네펜테스)은 덩치가 큰데다 모양이 독특해 관상용으로 많이 기른다.
 

벌레잡이통풀과 비슷한 형태이지만 먼 친척뻘인 사라세니아 푸르푸레아는 북아메리카 동부의 미국과 캐나다 습지에 주로 분포하는 다년생 벌레잡이 풀이다. 이 식물도 항아리 모양의 함정에 빗물을 머금어 여기에 빠진 무척추동물을 소화시키는데, 이 항아리가 단지 벌레를 빠뜨리는 웅덩이가 아니라 매우 복잡한 생태계를 구성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Tim Ross_729px-SarraceniaPurpurea05-07-29.jpg » 북아메리카의 대표적 벌레잡이 풀 사라세니아 푸르프레아. 사진=팀 로스, 위키미디어 코먼스

 

항아리 속에 곤충 등이 빠져 죽으면 먼저 깔따구와 쉬파리의 애벌레가 덤벼들어 갈기갈기 찢어 먹어 입자 모양의 유기물질로 만든다. 이것을 박테리아가 먹고, 윤충은 박테리아를 먹으며, 윤충의 배설물은 식충식물의 영양분이 된다.
 

그러나 이것은 먹이그물의 한 부분일 뿐 실제로 먹고 먹히는 과정은 훨씬 복잡하다. 예를 들어 원생동물과 윤충은 박테리아를 먹지만, 동시에 윤충은 원생동물도 먹는다. 이 식충식물 물통 속에는 모기, 쉬파리, 깔따구의 애벌레와 진드기, 윤충, 요각류, 선충, 조류 등이 살았으며, 박테리아를 세분하지 않고 한 종으로 쳤을 때 35종이 사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진은 이 벌레잡이 식물 60개의 생태계를 분석한 결과 이보다 크고 다루기 힘든 수생 생태계인 연못이나 호수, 바다처럼 큰 생태계의 먹이 그물을 이해하는 유력한 모델이 될 수 있음을 밝혔다.
 

sarracenia%20food%20webs.jpg » 사라세니아 푸르푸레아와 그 물통 생태계의 먹이 그물. 사진=아론 엘리슨

 

연구에 참여한 아론 엘리슨 하버드 대 현장 생태연구소 선임 생태학자는 “습지 한 곳에만도 벌레잡이 식물의 작은 생태계가 수없이 많은데 이들을 상대로 먹이 그물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상세한 실험을 할 수 있다. 호수나 바다 같은 큰 생태계에서라면 이런 조작은 불가능하다.”라고 하버드 대학이 낸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이를테면 벌레잡이 식물 웅덩이 최상위 포식자는 모기 애벌레로 나타났는데, 이를 제거하면 먹이 그물이 어떤 영향을 받는지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호수나 바다에서라면 큰입우럭이나 백상어를 모두 잡아내고 그 영향을 알아보는 실험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Roxanne Ardeshiri.jpg » 사라세니아 푸르푸레아 물통 속 생태계 연구 모습. 식물 하나가 호수 생태계의 모델이 될 수 있다. 사진=록산 아데쉬리

 

실제로 이번 연구에서 얻은 결론의 하나는 최상위 포식자인 모기 애벌레는 먹이 그물에서 아주 중요한 구실을 해, 그것을 제거하면 생태계의 모든 종에까지 큰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라세니아 푸르푸레아 물통 속에서 최상위 포식자는 모기 애벌레였는데, 마치 따뜻한 바다의 백상아리처럼 먹이그물의 풍부도와 조성에 강력한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Predicting food-web structure with metacommunity models
Benjamin Baiser, Hannah L. Buckley, Nicholas J. Gotelli and Aaron M. Ellison
Oikos 122: 492?506, 2013  doi: 10.1111/j.1600-0706.2012.00005.x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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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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