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초파리는 술 찾고, 참새는 담배꽁초 줍나

조홍섭 2013. 04. 12
조회수 31629 추천수 1

동물 '자기치료' 알려진 것보다 광범, 곤충도 후손 고려한 행동 밝혀져

사람도 약초 복용 등 오랜 역사…우울증과 초콜릿 섭취도 관련?

 

André Karwath_Drosophila_melanogaster_-_side_(aka).jpg » 주변에 기생 말벌이 있으면 알코올 농도가 높은 먹이에 알을 낳아, 후세를 위한 자기치료를 하는 것으로 밝혀진 초파리 드로소필라 멜라노가스터. 사진=안드레 카르와트, 위키미디어 코먼스

 

고양이를 처음 키우는 사람은 전혀 몰랐던 면모를 발견하곤 한다. 그 하나가 고양이는 생선과 고기만 밝힐 줄 알았는데 뜻밖에 풀을 좋아한다는 사실이다. 개박하(캐트닙)를 먹으며 황홀경에 빠지기도 하고 갈대처럼 표면이 거친 풀을 먹고 나서 몸단장 때 삼켰던 털 뭉치를 토해내기도 한다. 풀이 없는 겨울엔 난 같은 화초까지 넘볼 지경이다.
 

고양이의 이런 행동이 정확히 무엇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동물 세계에 널리 퍼진 ‘자기치료’ 또는 ‘자가투약’의 하나가 아닐까 짐작해 본다.
 

동물의 자기치료가 처음 알려진 건 30년 전 일이다. 일본 교토대 진화학자 마이클 허프먼은 침팬지가 맛이 쓰고 영양가도 없으며 종종 독성이 있는 특정 식물의 즙을 빨아먹거나 억센 털이 난 잎을 통째로 먹는 행동의 이유를 밝혔다. 원주민도 약용으로 쓰는 이 식물은 선충에 감염된 침팬지가 치료차 먹는 것이고, 통째로 먹는 잎은 소화관을 빠른 속도로 지나면서 장 속의 기생충을 긁어내는 장 청소 효과를 낸다.
 

This image shows chimpanzees gazing up tree crowns in search for fruit_ammie Kalan.jpg » 열매를 찾아 나무 위를 살펴보는 침팬지. 몸이 아플 때 약초를 찾아 먹는다. 사진=애미 칼란

 

비슷한 행동이 보노보와 고릴라 등 다른 영장류에서도 관찰됐다. 꼬리감는원숭이는 노래기로 몸을 문지르곤 하는데, 그때 노래기에서 모기를 쫓는 성분이 나온다.
 

이런 행동은 어미나 동료를 보고 배웠을 것이다. 하지만 사고 능력이 있는 동물만 자기치료를 하는 건 아니다. 참새와 되새류는 진드기의 감염을 줄이기 위해 담배꽁초를 둥지 재료로 쓴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꽁초 속 니코틴이 진드기를 쫓아 준다. 놀랍게도 이런 행동은 곤충 가운데도 널리 퍼져 있다. 초파리는 기생 말벌을 아주 무서워한다. 자기 새끼가 말벌 새끼의 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Todd Schlenke _wasp-infected-fruit-flies.jpg » 초파리 애벌레의 몸속에 들어있는 기생 말벌의 알. 말벌 애벌레는 알에서 깨어난 뒤 초파리 애벌레를 안에서부터 먹어치운다. 사진=토드 쉬렌케

 

최근 미국 에머리대 과학자들은 주변에 기생 말벌이 얼씬거리면 초파리가 고농도의 알코올이 있는 곳에 알을 낳는데, 이는 자식의 안녕을 위한 행동임을 밝혔다. 초파리 애벌레는 발효가 진행되는 썩은 과일에서 자라기 때문에 알코올에 잘 견딘다.

 

따라서 기생 말벌의 습격을 받은 초파리 알이라도 알코올 농도가 높은 곳이라면 무사히 자라날 수 있다. 알코올이 없는 먹이와 6% 알코올이 있는 먹이를 놓은 실험에서, 기생 말벌이 없을 때는 초파리의 40%가 알코올 먹이를 골랐지만 말벌이 나타나자 그 비율은 90%로 뛰어올랐다.

 

아메리카 대륙의 황제나비도 비슷한 행동을 보인다. 기생충인 원생동물에 감염된 이 나비 암컷은 알을 낳을 곳을 고를 때 매우 까다롭게 구는데, 이 나무 저 나무를 다니며 나무의 맛을 보는 것처럼 보인다. 이 나비는 기생충에 치명적인 고농도의 스테로이드 성분이 들어있는 나무를 고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Derek Ramsey _780px-Monarch_Butterfly_Danaus_plexippus_Laying_Egg_2600px.jpg » 애벌레가 먹이로 먹을 식물에 알을 낳는 황제나비. 기생충에 감염된 나비는 기생충을 죽일 독성이 있는 먹이식물을 고른다. 사진=데렉 람지, 위키미디어 코먼스 

꿀벌도 자기치료의 전문가이다. 곰팡이에 감염되면 꿀벌은 보관해 두었던 프로폴리스라는 송진 같은 식물 수지와 왁스 혼합물을 꺼내 벌통을 칠한다. 프로폴리스에는 항곰팡이 성분이 있다. 이어 감염된 애벌레를 벌통에서 끄집어내 버린다. 이런 식의 처치법은 인류도 19세기가 돼서야 알아냈다.
 

꿀벌의 이런 자연 방벽을 인류가 허물고 있다. 프로폴리스가 끈적거려 작업에 방해가 된다며 양봉가들은 수지를 덜 만드는 꿀벌을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면역체계를 갖추는 건 고등동물에게 비싼 투자이다. 따라서 자기치료는 값싼 대체수단일 수 있다. 예컨대 꿀벌은 항균 수지를 만드는 대신 다른 곤충에 흔한 면역 유전자가 없다.

 

Yello_Honey-Bees-propolis.jpg » 곰팡이에 감염되자 프로폴리스(노란색)로 벌통을 칠하는 꿀벌.

 

사람도 자기치료의 역사는 길다. 수많은 약초가 증거다. 전체 식물의 3분의 2 이상에 약용 성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우리가 모르는 행동도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왜 사람들은 우울할수록 초콜릿을 많이 먹을까.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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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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