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등고래는 사회적 네트워크로 새로운 사냥기술 전파한다

조홍섭 2013. 04.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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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로 바다표면 내리쳐 물고기떼 모으는 새 사냥법 동료에게 확산 확인

먹이감 변화가 계기…생태변화에 능동 대처, 사회적 학습 전파

 

hump4.jpg » 공기방울 그물을 펴기 전에 꼬리로 물 표면을 쳐 물고기떼를 모으는 혹등고래의 새 사냥법. 사진=제니퍼 알렌/ 뉴잉글랜드 고래 센터

 

혹등고래는 ‘동물 가운데 가장 복잡한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유명한데, 물고기나 크릴을 사냥하는 방법도 독특하다. 공기방울을 커튼처럼 펼쳐 먹이 떼를 한데 모아 잡아먹는다.
 

혹등고래는 수심 20~25m에서 분수공을 조절해 다양한 크기의 공기방울을 뿜어내 먹이인 청어떼를 한 곳에 가둔다. 점점 좁혀지는 공기방울 그물 속에서 청어들이 오도 가도 못할 때 여러 마리의 혹등고래가 거대한 입을 열고 수면을 향해 돌진하면서 물고기떼를 삼킨다.
 

hump2.jpg » 공기방울 그물 한가운데로 입을 벌리고 돌진해 올라온 혹등고래. 사진=제니퍼 알렌/ 뉴잉글랜드 고래 센터

 

hump3.jpg » 혹등고래의 공기방울 그물 사냥 모습. 사진=제니퍼 알렌/ 뉴잉글랜드 고래 센터

 

NOAA_640px-Humpback-whale-bubblenet.jpg » 혹등고래의 공기방울 그물 모습. 사진=미 국립 해양대기국(NOAA)

 

J. Olson_NOAA_Humpback-bubble-spiral-large_Olson.jpg » 멀리서 본 혹등고래의 공기방울 그물. 사진=J. 올슨/ 미 국립 해양대기국(NOAA)   

 

1980년 미국 동부 뉴잉글랜드 해안에서 혹등고래의 행동을 관찰하던 연구자들이 특이한 모습을 발견했다. 혹등고래 한 마리가 물 표면을 꼬리로 힘차게 1~4차례 내려친 다음 공기방울 그물을 치는 새로운 사냥법을 선보인 것이다. 게다가 이런 행동은 무리 전체로 퍼져나갔다.
 

제니 앨런 미국 세인트 앤드류스 대학 생물학자 등 연구자들은 이런 혹등고래의 새로운 행동이 어떻게 전파되는지 조사에 나섰다. 문화와 전통은 오랫동안 인간의 전유물로 알려졌지만 침팬지 등 영장류에도 존재한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그러나 고래에게 사회적 학습 결과가 세대를 거쳐 전달되는지 확인하는 것은 쉽지 않다. 바닷속에서 벌어지는 일이라 확인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국 동부 혹등고래의 행동은 방대한 관측자료가 있어, 연구진은 1980년부터 27년 동안 7만여 건의 혹등고래 관찰기록을 분석했다.
 

연구 수단은 네트워크 기반 확산 분석이란 기법으로, 인간 사회에서 사회적 네트워크를 통해 의견이나 행동이 전파되는 현상을 연구하는 데 쓰이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런 기법을 혹등고래 행동에 적용한 결과 인간의 사회적 관계망에서 나타나는 확산 유형과 일치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혹등고래가 본능에 의존해서만 사냥하는 게 아니라 동료가 아는 걸 보고 배우며, 그것이 세대를 거쳐 후손으로 전달된다는 것이다.
 

hump1.jpg » 20번 이상 관찰된 혹등고래의 네트워크. 푸른 점은 꼬리치기 행동을 하는 개체, 붉은 점은 한 번도 그런 행동을 하지 않은 고래를 가리킨다. 서로 자주 만나는 사이에서 꼬리치기 행동이 전파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림=제니 알렌 외, <사이언스>

 

혹등고래가 새로운 사냥기법을 도입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1980년 이 고래의 단골 메뉴인 청어떼가 붕괴하는 일이 벌어졌다. 고래는 대체 먹이인 까나리로 눈을 돌렸다.
 

까나리 산란장에서 혹등고래는 꼬리치기 기법을 썼는데, 까나리가 많을 때 그런 행동도 더 많이 관찰됐다. 이런 행동은 까나리 떼를 더 빽빽하게 모으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연구진은 추정했다.
 

연구에 참여한 류크 렌델 세인트 앤드류스 대학 생물학자는 “우리 연구는 문화 전파가 혹등고래 집단에서 매우 중요하다는 걸 잘 보여준다. 다른 고래로부터 노래를 배울 뿐 아니라 생태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해 새로운 먹이사냥법까지 배운다는 걸 알 수 있다.”라고 이 대학이 낸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이 논문은 <사이언스> 최근호 온라인판에 실렸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Network-Based Diffusion Analysis Reveals Cultural Transmission of Lobtail Feeding in Humpback Whales
Jenny Allen, Mason Weinrich, Will Hoppitt, Luke Rendell
SCIENCE VOL 340 26 APRIL 2013
doi 10.1126/science.1231976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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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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