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원숭이도 3~6달 겨울잠 잔다

조홍섭 2013. 05. 03
조회수 28004 추천수 1

먹이 없고 온도 낮은 건기 6~7달 동안 땅밑 또는 나무구멍서 잠자

몇분에 한 번 숨쉬고 차가운 몸…인간 동면, 장기 우주여행 적용 기대

 

Frank Vassen_640px-Fat-tailed_Dwarf_Lemur,_Kirindy,_Madagascar.jpg » 건기인 7달 동안 나무구멍에서 동면을 하는 굵은꼬리난장이여우원숭이. 2004년 세계에서 처음 발견된 열대 지방의 동면 포유류이다. 사진=프랑크 바센, 위키미디어 코먼스

 

마다가스카르 동부 고지대의 열대림에서 연구자들은 조심스럽게 바닥의 낙엽과 나무뿌리 등을 걷어냈다. 한 뼘쯤 깊이에서 조그마한 털 뭉치가 나왔다. 죽은 듯이 움직이지 않았지만 작은 몸집에 큰 눈과 긴 꼬리가 달린 여우원숭이에 틀림없다.
 

온대와 극지방의 포유류 가운데 일부는 먹이와 물이 부족하고 극심한 추위가 찾아오는 겨울을 잠으로 보낸다. 하지만 열대에서도 겨울잠을 자는 포유류가 있다.
 

마리나 블랑코 미국 듀크 여우원숭이 센터 동물학자 등 국제연구진은 <네이처>가 발행하는 온라인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 3일치에 실린 논문을 통해 마다가스카르 동부에서 여우원숭이 2종이 겨울잠을 잔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srep01768-f2.jpg » 마다가스카르 동부에서 새로 발견된 동면하는 여우원숭이를 열대우림 바닥의 표면 흙을 걷어내고 꺼내고 있다. 사진=듀크대

 

겨울잠을 자는 것으로 드러난 종은 시브리난장이여우원숭이와 크로슬리난장이여우원숭이로, 마다가스카르 동부 친조아리보 지역의 열대우림에 서식한다.
 

해발 1660m 고지대에 위치한 친조아리보는 마다가스카르에서 가장 ‘추운’ 곳으로 평균 기온은 13도이지만 최저기온은 5도에 머물며, 가끔 영하로 떨어지기도 한다. 또 해마다 4월부터 11월까지 건기가 계속되는데, 이 시기에 여우원숭이는 가장 중요한 먹이인 과일을 찾기 힘들게 된다.
 

조사 결과 이들 여우원숭이는 4~9월 사이 3~6개월 동안 겨울잠을 자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나무 위에서 밤중에 열매를 따 먹으며 살다가 건기가 본격화하면 나무에서 내려와 낙엽과 나무뿌리, 부식토로 덮인 흙을 10~40㎝ 깊이로 파고들어가 겨울잠에 빠진다.
 

동물이 겨울잠을 자는 이유는 에너지 소모를 최소화하면서 혹한기를 넘기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신진대사를 줄이고 몸의 안쪽까지 외부와 온도를 같게 만들며 핵심적인 생리기능을 중단시킨다. 체온을 30도 이상 유지하는 곰을 뺀 다른 동물은 외부 기온으로 체온을 낮춘다.
 

마다가스카르 동부 동면하는 여우원숭이를 조사하는 연구진(유튜브 동영상=듀크대)

 

 

이들 여우원숭이도 외부 기온과 비슷한 15도로 체온을 낮추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열흘에 한번쯤 체온을 올려 대사율을 높이는, 온대나 극지방 포유류에서도 나타나는 행동을 보였다. 앤 요더 듀크 여우원숭이 센터 소장은 이렇게 말한다.

 

동면중인 여우원숭이도 다른 동면하는 포유류와 마찬가지로 호흡이 느려지고 심장박동수와 체온이 떨어집니다. 꼼짝하지 않는 몸은 차갑고 몇 분에 한 번 숨 쉬어 보통 관찰자에겐 죽은 것처럼 보입니다.”
 

여우원숭이의 목에 기온을 측정할 수 있는 원격 탐지기 부착해 동면 중 체온을 측정한 결과이다.
 

사실, 마다가스카르 여우원숭이가 동면을 한다는 사실이 드러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4년 이 섬 서부에 서식하는 굵은꼬리난장이여우원숭이가 겨울잠에 빠진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원숭이는 건기에 7달 동안 겨울잠을 자는데 그 전에 열매를 포식해 지방을 두툼한 꼬리에 저장한다. 겨울잠 직전 체중은 평소보다 40%나 증가한다.

맥길대_115988_M01_19_29CheirogaleusMahacamp.jpg » 열대림 바닥에서 동면하는 사실이 밝혀진 시브리난장이여우원숭이. 사진=맥길대

 

흥미롭게도 섬의 서부와 동부 여우원숭이는 겨울잠을 자는 곳과 방식이 매우 다르다. 서부 여우원숭이는 땅속이 아닌 나무구멍에서 잔다. 연구진은 그 이유가 동부는 토양이 습하고 푸석한 반면 서부는 메마르고 단단해 발톱이 없는 여우원숭이가 파기에 곤란한 생태적 제약이 있기 때문으로 보았다.
 

또 서부의 여우원숭이는 겨울잠 동안에도 체온이 급변해 30도 이상으로 오르기도 한다. 이는 단열이 잘 안 되는 나무구멍에서 자기 때문이기도 한데, 서부는 겨울 동안 온도차가 극심해 30도까지 온도차가 나기도 한다.
 

따라서 이곳의 여우원숭이는 외부 환경의 온도에 따라 자신의 체온이 변하도록 수동적으로 내맡기는 전략을 쓴다. 다른 지역의 월동 포유류처럼 규칙적으로 대사율을 높이지 않아도 돼 불필요한 에너지 소비를 막는 것이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마다가스카르에서 땅속 겨울잠이 정상인지 아니면 예외인지는 좀 더 체계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나무에 사는 소형 영장류가 땅속에서 겨울잠을 잔다는 것은 이 동물의 고대 서식조건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여우원숭이는 초기 영장류의 특징을 보유한 마다가스카르 특산 동물로 정면을 향한 큰 눈을 지니고 있고 주로 나무 위에서 생활한다.
 

한편, 사람과 생리적으로 가까운 원숭이에게서 동면이 발견되면서 심장 수술이나 장거리 우주여행 등에 동면을 이용하는 연구가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Underground hibernation in a primate
Marina B. Blanco, Kathrin H. Dausmann, Jean F. Ranaivoarisoa & Anne D. Yoder
Scientific Reports Volume: 3, Article number:1768
doi:10.1038/srep01768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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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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