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 최고의 킬러 등 호주의 거대동물은 누가 다 죽였나

조홍섭 2013. 05.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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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설과 인간영향설 팽팽…빙하기 건조화와 원주민 산불, 누가 치명타?

남극 빙하 시추조사 결과 기후변화설 뒷받침, 반대쪽은 화석기록 '불확실' 주장

 

Peter Schouten.jpg » 주머니 사자(틸라콜레오 카르니펙스)의 상상도. 호주 대형동물 가운데 최상위 포식자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림=피터 쇼우텐, PNAS

 

오스트레일리아(호주)에는 캥거루처럼 다른 대륙에서는 볼 수 없는 다양한 유대류 동물이 산다. 주머니를 가진 포유동물을 가리키는 유대류는 배아 상태로 태어난 새끼가 주머니 속에 들어가 어미의 젖을 먹으며 몇 주에서 몇 달 동안 자란 뒤 밖으로 나온다.
 

호주에 유대류 등 색다른 동물이 많은 까닭은 오랜 고립의 역사 때문이다. 호주와 뉴기니는 약 4000만 년 동안 주변 대륙으로부터 완벽하게 차단됐다. 유대류는 1억 년 전 다른 포유류에서 갈라져 나왔는데, 남아메리카 등 다른 대륙에서는 포유류에 밀려 대부분 사라졌지만 그런 경쟁자가 없는 호주와 뉴기니에서는 번창했던 것이다. 뉴기니는 비교적 최근인 약 8000년 전 빙하기가 끝나면서 해수면이 높아져 호주와 분리됐다.
 

map.jpg » 빙하기 때 해수면이 지금보다 130m 낮았을 때 호주와 뉴기니가 연결된 모습(옅은 실선). 그림=스티픈 로우 외, PNAS

 

호주의 동물들은 진화를 거듭하면서 지금까지 지구상에 출현한 동물 가운데 가장 전문적인 킬러인 주머니 사자와 4m가 넘는 독 도마뱀 등 놀라운 거대 동물들을 출현시켰다. 이들은 모두 멸종했는데, 이들이 사라진 이유를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약 200만~4만 6000 년 전까지 살았던 주머니 사자(틸라콜레오 속, 사자와는 관련이 없다)는 몸무게 100~130㎏로 작은 사자 정도의 크기이지만 단위 체중당 무는 힘은 지구에 존재했던 어떤 동물보다 강력했을 것으로 믿어지는 포식자이다.

 

자이언트 캥거루 등 다른 거대 초식동물을 잡아먹었던 이 동물은 강력한 앞발과 유대류에서는 볼 수 없던 고양이처럼 감췄다 드러냈다 할 수 있는 발톱을 지녔다. 또 캥거루처럼 꼬리 근육이 강해 꼬리와 뒷다리로 체중을 버티고 앞발을 자유롭게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Peter Trusler_Australian Postal Corporation).jpg » 자이언트 캥거루(프로콥토돈 골리아)의 상상도. 그림=피터 트러슬러/ 호주 우정국

 

자이언트 캥거루(프로콥토돈 속)는 여태까지 존재했던 캥거루 가운데 가장 커 키가 2m 무게 230㎏에 이른다. 얼굴이 짧고 눈은 정면을 향하고 있으며, 발에 말의 발굽처럼 커다란 발톱이 하나 달려있고 앞발에도 두 개의 긴 손가락과 손톱이 달려 있어 현재의 캥거루와 구별된다.
 

주머니 나무늘보는 말만큼 커 키 2.5m 무게 200㎏에 이르렀다. 코가 코끼리처럼 유연했고, 네 개의 강력한 발톱으로 나뭇가지와 잎을 잡아당겨 기린처럼 긴 혀로 먹었을 것으로 보인다.

An artist's impression of the Palorchestes azael, a marsupial similar to a ground sloth that weighed about 500 kilograms (Peter Schouten).jpg » 주머니 나무늘보(팔로르체스테스 아자엘)의 상상도. 무게가 500㎏에 이르렀다. 그림=피터 쇼우텐

 

자이언트 웜뱃(디포로토돈 속)은 유대류 동물 가운데 가장 커, 하마 크기였다. 무게 2.8t의 이 동물은 코뿔소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실은 현생 웜뱃과 코알라의 친척이다.

Dmitry Bogdanov_640px-Diprotodon11122.jpg » 자이언트 웜뱃의 상상도. 그림=드미트리 보그다노프, 위키미디어 코먼스

 

자이언트 도마뱀(메갈라니아 속)은 유대류는 아니지만 큰 것은 길이가 4.5m, 무게 331㎏에 이르러 지금까지 알려진 도마뱀 가운데 최대였다. 현재 살아있는 코모도도마뱀과 가까운데, 날카로운 이빨과 함께 침에는 독성분이 있어 치명적인 포식자였을 것이다.
 

Varanus_priscus_Melbourne_Museum.jpg » 호주 멜버른 박물관에 있는 자이언트 도마뱀의 표본. 사진=바라누스 프리스쿠스, 위키미디어 코먼스

 

호주와 뉴기니의 광활한 대륙을 거닐었던 이들 거대 동물들은 모두 사라졌다. 그 원인을 두고 호주 과학자들이 <네이처> <미국립과학원회보> 등 권위 있는 학술지에 논문을 잇달아 내며 공방을 거듭하고 있다.
 

논란의 두 축은 기후변화설과 인간영향설이다. 앞의 주장은 건조화로 특징지어지는 기후변화로 거대 동물이 차츰 사라졌다는 것이고 후자는 약 4만 5000~5만 년 전 아시아로부터 건너온 인류가 숲에 불을 지르고 사냥해 이들을 멸종시켰다는 주장이다.
 

최근 주디스 필드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대학 고고학자는 <미국립과학원회보>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기후변화설을 종합적으로 정리했다. 그는 거대동물이 일제히 멸종한 시기는 사람이 호주에 도착하기 훨씬 전인 13만 년 전과 8만 년 전의 빙하기로 이때 88종의 대형동물 가운데 50종이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사람이 진출한 이후 멸종한 종은 8~14종에 불과해 훨씬 적다는 것이다.
 

또 대형동물뿐 아니라 소형 동물도 함께 멸종했고, 초기 인류의 분포와 밀도를 과대평가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부 거대 동물의 멸종에 인간이 개입돼 있을 수는 있지만 입증되지 않았다. 압도적인 증거가 가리키는 것은 사람이 살기 전 기후변화로 대부분의 종이 사라졌다는 것이다.”라고 논문에 적었다.
 

map3.jpg » 대형동물의 멸종이 인간이 진출하기 전 기후변화 때문에 이뤄졌다는 주장을 담은 그림. 빗금 부분은 대형동물이 집중적으로 멸종했다고 주장하는 시기를 가리킨다. 그림=스티픈 로우 외, PNAS

 

특히 그는 이런 주장의 배경으로 최근 남극 빙하의 시추조사로 옛 기후변화의 양상이 상세히 드러난 사실을 들었다. 시추조사의 결과를 보면, 호주는 70만 년 전부터 급격히 건조해지기 시작했고 전례 없이 추운 빙하기와 변덕스런 기후변화가 수시로 찾아왔다는 것이다. 열대우림이 건조지대로 바뀌는 등의 변화가 거대동물에게 치명타가 됐다는 설명이다.
 

한편, 이 논문에 대해 인간영향설을 주장하는 크리스토퍼 존슨 호주 태즈메이니아 대학 교수는 <호주 에이비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어느 종이 일제히 멸종하더라도 화석기록은 드문드문 나타날 수밖에 없고, 또 가장 나중의 화석이라도 그 종이 실제로 멸종한 훨씬 뒤에 만들어진다.”라며 화석기록 바탕으로 한 필드의 연구결과의 신뢰성에 의문을 표시했다.
 

논란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지만, 누가 결정타를 먹였건 기후변화와 인간에 의한 환경변화가 모두 놀라운 거대 동물의 최후에 책임이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Climate change frames debate over the extinction of megafauna in Sahul (Pleistocene Australia-New Guinea)
Stephen Wroea, Judith H. Fielda, Michael Archera, Donald K. Grayson, Gilbert J. Price, Julien Louys, J. Tyler Faith, Gregory E. Webb, Iain Davidson, and Scott D. Mooney
PNAS
www.pnas.org/cgi/doi/10.1073/pnas.1302698110 

 

조홍섭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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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언론인/ 자연작가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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