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와 물고기도 몸짓 언어로 가리켜

조홍섭 2013. 05. 10
조회수 26477 추천수 1

손가락 가리키기는 의도적 소통행동…사람은 돌 전 시작

침팬지, 개, 까마귀 이어 물고기도 이런 방식 소통 확인

 

Thomas Bugnyar_s _ravens-gesture.jpg » 부리에 물체를 문 채 동작을 멈추고 동료에게 방향을 가리키는 철새까마귀. 물고기도 이런 고도의 소통 행동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사진=토마스 부그냐어

 

외나무다리에서 고깃덩이를 물고 가던 욕심쟁이 개가 물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다른 개인 줄 알고 짖다가 고기를 놓쳤다는 이솝 우화가 있다. 이야기의 주제가 개 아닌 욕심이라지만, 이솝은 개를 잘 몰랐음이 틀림없다.
 

이런 실험이 있다. 개 앞에 큰 고기와 작은 고깃덩이를 주면 당연히 개는 큰 것을 고른다. 주인이 작은 고깃덩이에 관심을 보이면 개는 작은 것을 택한다.

 

개는 주인과 소통하는 능력에서 뛰어난 지적 능력을 자랑한다. 손가락으로 어떤 물체를 가리키면 손가락이 아니라 그것이 가리키는 물체를 바라본다.
 

사람은 돌 전에 말을 하지 못할 때에도 손가락으로 의도하는 물체를 가리킨다. 손가락으로 무엇을 가리키는 행동은 언어 발달의 출발점이다.

 

침팬지도 그런 몸짓을 한다. 동료와 털 고르기를 할 때 손가락으로 가려운 부위를 가리키며 긁어달라고 주문한다. 유인원인 보노보는 적이 나타났을 때 동료에게 손가락으로 그 위치를 알린다.

 

787px-Bonobo5_CincinnatiZoo.jpg » 보노보는 손가락으로 몸단장할 곳을 가리키는 능력을 지닌다. 그러나 이런 고도의 의사소통 능력이 영장류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진=위키미디어 코먼스


최근 이런 몸짓이 유인원이나 가축화한 개를 넘어 야생동물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똑똑하기로 유명한 까마귀는 손은 없지만 부리를 이용해 의도를 담아 가리키는 행동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독일 막스플랑크 조류연구소 연구진은 철새까마귀가 이끼나 돌, 나뭇가지를 부리에 물고 몸을 한동안 움직이지 않는 방식으로 동료에게 특정한 방향을 가리킨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지적이기는커녕 흔히 대표적으로 머리 나쁜 동물로 간주하는 물고기도 몸짓으로 의사 표시를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산호 주변에 사는 그루퍼와 무늬바리 등 바리과의 육식성 물고기는 다른 포식자와 협동해 사냥한다.

 

장어처럼 생긴 곰치나 문어가 산호 틈에 숨어 있는 먹이를 밖으로 쫓아내면 무늬바리가 빠른 속도로 헤엄쳐 잡는 것이다. 먹이를 잡으면 포식자들의 잔치가 벌어진다.
 

Leonard Low_640px-Plectropomus_leopardus.jpg » 산호에 사는 포식성 물고기 무늬바리. 몸으로 의사표시를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사진=레오나드 로, 위키미디어 코먼스

 

무늬바리는 먼저 곰치가 숨어 있는 곳에서 빠르게 온몸을 떠는 몸짓을 한다. 함께 사냥하러 가자는 신호이다. 곰치가 내켜 하지 않으면 곰치를 바라보며 떨다가 잠깐 멈추는 행동을 여러 차례 거듭하며 끈질기게 재촉한다. 여기까지는 그리 지적인 동작으로 보이지 않을 수 있다.

 

사냥이 시작돼 먹이가 산호 틈에 숨어들면 무늬바리는 두 번째 행동을 보인다. 무늬바리는 먹이가 숨은 곳을 머리로 가리키며 꼿꼿이 선 자세로 머리를 흔드는 행동을 한다.

 

곰치에게 ‘여기 먹이가 있으니 어서 들어가 몰아’라는 의사 표시다. 이 연구를 한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진은 “무늬바리는 곰치가 오기를 기다리며 먹이를 가리키는 신호를 25분이나 지속하기도 했다. 침팬지 못지않은 기억력”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jon hanson_Plectropomus_pessuliferus.jpg » 몸으로 의사표현을 하는 산호 물고기 그루퍼. 사진=욘 한손, 위키미디어 코먼스

 

사람과 비슷한 지적 능력을 보이는 인간 이외의 동물이 점점 늘어나지만, 동시에 사람에게서 다른 동물과 공유하는 행동이 발견되기도 한다.

 

최근 일본 연구자들은 울고 보채는 아기를 달래기 위해 엄마가 안고 서성대는 행동이 쥐가 새끼를 물어 옮기는 행동과 똑같은 효과를 낸다는 사실을 밝혔다. 어미가 새끼를 옮길 때 사지를 바둥대지 않고 차분해지는 건 포유류의 진화 과정에서 어미와 새끼 모두를 위한 행동으로 선택되었다.

 

그래서 신혼부부에겐 괴로운 일이지만, ‘이동’을 마친 아기를 바닥에 내려놓으면 다시 우는 것이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Vail, A. L. et al. Referential gestures in fish collaborative hunting. Nat. Commun. 4:1765 doi: 10.1038/ncomms2781 (2013).

Pika, S. & Bugnyar, T. The use of referential gestures in ravens (Corvus corax) in the wild. Nat. Commun. 2:560 doi: 10.1038/ncomms1567 (2011).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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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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