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천 구만리 골프장, 한국 허파 갉아먹는다

윤순영 2011. 05. 31
조회수 18494 추천수 0

 

울창한 숲과 하늘다람쥐 등 멸종위기종 벼랑 몰려

주민들 절반이 고향 지키기 나섰다가 전과자 될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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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만리 운수골.


팔봉산을 울타리 삼아 살고 있는 강원도 홍천군 북면 구만리에 6년 전 골프장 계획이 수립되면서 주민들의 순박한 심성은 상처를 받기 시작했다.


주민들은 수려한 자연경관과 조상대대로 물려온 천수답에 기대어 살아왔다. 그러나 구만리 운수골 산기슭에서 내려오는 물로 다락논을 만들고 농사를 지었던 생활 터전은 골프장(면적 150여만㎡) 개발로 하루 아침에 흔들리게 됐다.

 

구만리 주민들의 모습은 이곳 자연을 닮아 순수하고 소박한 모습 그대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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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만리에서 바라 본 팔봉산의 모습.

 

그러나 골프장 이야기가 나오면 모습이 달라진다.동네 뒷산의 운수골에 들어가면 어릴 적 추억이 고스란히 살아있는데, 어머니 품과 같은 고향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구만리 경로당에서 얼굴이 구릿빛으로 그을린 반경순 전 이장을 만났다. 영락없는 농부의 모습이다. 친근감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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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카드가 어지럽게 걸려 있는 구만리 경로당.

 

하늘다람쥐와 구만리 야산의 자연환경을 보고 싶다고 협조를 요청했다. 전 이장님은 흔쾌히 승낙하시며 앞장선다.


차량으로 10여 분 정도 가다 보니 골프장 예정 터가 눈앞에 들어왔다. 구만리 주민들이 왜 이곳을 지키려 하는지 산이 말해 준다.
작은 계곡 사이로  물이 흐르며 울창하게 우거진 숲이 청량했다. 오랜 만에 느껴보는 자연의 향기다.

  

하늘다람쥐를 찾기 위해 2시간 반 정도 가파른 산을 뒤졌지만 보이지 않았다. 이장님은 개발업자들이 하늘다람쥐의 둥지를 보는 대로 훼손시킨다고 말했다. 개발업자와 주민들 사이의 깊은 골이 드러나는 듯했다. 그래서 그런지 하늘다람쥐가 서식했던 곳은 왠지 손을 탄 것처럼 어수선한 느낌이 들었다.

 

산에서 내려오니 오후 7시가 됐다. 동네분이 찐빵과 음료수를 들고 기다리고 있었다. 참으로 찐빵 한 조각 물 한 모금이 꿀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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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을 반대한다는 구만리 주민들의 호소를 적은 팻말.

 

구만리는 약 80호 가구에 150여 명이 사는데, 주민 반 이상이 퇴거불응죄, 공사방해죄, 특수공무방해죄,  집단상해죄 등의 죄명으로  법정에 서고 50여 명이 벌금형을 받는 일이 벌어졌다. 무엇이 순박한 주민들을 이처럼 죄인으로 만들었을까.

 

주민들은 순수하게 시작된 그들의 고향 지키기가 이렇게 힘들고 상처를 받을 줄 몰랐다고 말한다. 무척 외롭다고까지 말한다. 권력에 맞설 힘이 부족하고 강원도에서 이들과 함께 할 지지자가 적어서일지도 모른다.


공무원을 믿었던 것이 잘못이었다고 주민들은 거듭 말한다. 그들은 주민을 위하는 것이 아니라 권력을 받든다는 것이다. 신뢰가 깨진 것 같다.

 

다음날 아침 운수골 산기슭을 올라갈 무렵 반경순 전 이장과 이찬우 이장이  하늘다람쥐를 찾으려고 벌써 와 있었다. 하늘다람쥐 보기가 힘들어지고 둥지도 망가지고 있어 걱정이라며 안타까와한다. 하늘다람쥐를 찾는 것을 접어두고 주변의 생물들을 살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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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수산 꼴짜기의 다락논엔 많은 생물이 깃든다.

 

막 모를 낸 다락논에 물이 고여 있어 천연기념물 제327호 원앙이가 평화롭게 놀고 있다. 초록색에 검은 얼룩무늬를 한 무당개구리는 곳곳에 있다. 포획 금지 대상인 날렵하고 매섭게 생긴 쇠살모사와 도룡뇽도 보인다.

 

논고랑 가장자리의 물이 느리게 흐르는 습지에는 도룡뇽이 알을 낳아 놓았다. 이미 도롱뇽 형태를 갖춰 바로 나올 태세다. 버들치와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2급으로 보호종인 둑중개도 눈에 띄어 오염되지 않은 최상류 개울임을 보여준다. 포획금지 대상인 물두꺼비가 자기와 비슷한 바위 색에 위장해 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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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내기를 한 다락논에서 원앙이 한가롭게 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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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개구리의 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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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획금지 대상인 쇠살모사가 고개를 치켜 들고 달려들 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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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꼬리치레도룡뇽이 몸을 반쯤 물 밖으로 내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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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룡룡 알집에는1㎜ 크기의 성체 모습을 갖춘 새끼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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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급수의 지표종인 버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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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야생동식물 2급으로 법정 보호종인 둑중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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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획금지 대상 물두꺼비.

 

동네를 찾아온 손님이 있다고 소문이 벌써 퍼졌나 보다. 카우보이 아줌마, 부녀회장님, 광식이 어머니와 남자 여러 명이 운수골을 찾아 왔다. 카우보이 아줌마는 운수골은 친구와 같은 곳이라고 한다. 맞는 말이라 생각했다. 이곳에서 태어나 살아온 나날들이 숲속 곳곳에 박혀 있기 때문이다. 생태관찰에 모두 도움을 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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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만리 주민들. 오른쪽에서부터 카우보이 아줌마, 부녀회장,광식이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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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만리 주민들. 왼쪽부터 반경순 전 이장, 손기선 전 이장 ,이찬우 전 이장이 생태조사를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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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과 생태조사 가는 길.

 

그런데 웬 남자가 나타나 여기서 나가란다. 사유지에 함부로 들어오지 말라는 것이다. 사업자 쪽 사람인 것 같다. 서로 실랑이가 벌어진다. 무단침입으로 고소할 태세로 휴대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을 듯 은근히 겁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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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조사차 산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는 골프장 관계자.

 

부녀회장이 "너는 남의 땅 밟고 다니지 않느냐"고 들이댄다.  "땅 위에 있는 자연도 네 것이냐,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물 한 모금 만들지 못하면서"라고 소리친다.

 

하늘다람쥐 집도 너희들이 망쳐놓았고 하자 그 관계자는 다른 곳에 집을 지어 옮겨줬다고 대답한다. 그러나 어디냐는 질문엔 대답이 없다. 하늘다람쥐는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는 동물이 아니다. 바로 이곳은 그들의 고향이다.

 

예전엔 산 주인이 있어도 제재 없이 자유롭게 오가던 산이 골프장 개발업자 소유로 바뀌면서 출입금지 안내판도 세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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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 개발 예정지에 대한 출입금지 경고판.

 

무엇인가 떳떳하지 못한 자연파괴를 은폐하고 축소하려는 듯한 의구심이 저절로 들었다. 가진 자들은 수익을 위해 자연을 마구 파괴하면서 자신의 집은 경관이 좋은 곳에  짓고 산다고 카우보이 아줌마가 한 마디 더 한다. 개발업자가 우리의 동정을 살피며 따라 다닌다.

 

저녁 무렵 반경순 전직 이장이 7시까지 서면 파출소에 가야 한다고 말한다. 3월16~17일 양일간 홍천군수 면담을 위해 부속실에서 항의 차 기다린 것이 공무집행 방해가 성립되지 않자 퇴거 불응 혐의로 홍천 군수가 주민을 고발한 것이다. 그래서 이날 조서를 받으러 가야하는 것이다. 주민을 위한다는 군수가 주민을 고발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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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꽃으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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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색초원하늘소.

 

지난 5월3일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구만리를 찾았다. 도청에 직속 골프장 조사협의체를 만들어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곳은 취소하겠다고 했다. 동네 주민들은 도지사 제대로 뽑았다고 무척이나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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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시나비

 

강원도는 우리나라의 허파와 같다. 골프장 천국으로 변해가는 강원도의 모습을 보면서, 물질 만능주의가 자연을 쉽게 생각하고 훼손시키고 공동체를 파괴하는 것 같아 씁쓸했다.


무거운 발걸음으로 구만리를 나섰다. 자연을 개인적 목적에서 함부로 다뤄선 안 된다. 우리 모두가 지켜야할 생명의 연장선이기 때문이다.

 

윤순영/ 한겨레 물바람숲 필진,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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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김포의 재두루미 지킴이. 한강 하구 일대의 자연보전을 위해 발로 뛰는 현장 활동가이자 뛰어난 사진작가이기도 하다.
이메일 : crane517@hanmail.net      
블로그 : http://plug.hani.co.kr/cra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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