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 간 무당벌레가 황소개구리 된 사연은

조홍섭 2013. 05. 17
조회수 25255 추천수 0

아시아 무당벌레의 진딧물 퇴치능력 알려져 100여년 전부터 세계에서 가져가

몸속엔 치명적 원생동물 보유…외국 토종 무당벌레만 위협하는 생물무기

 

ladybird.jpg » 겨울을 나기 위해 주거지에 몰려든 다양한 무늬의 무당벌레. 세계적 침입종으로 주목받고 있다. 사진=안드레아스 빌친스카스 외, <사이언스>
 
무당벌레는 아이들이 정원에서 처음 접하는 예쁜 곤충이다. 바가지를 뒤집어 놓은 모양의 반짝이는 주황색 등딱지가 고운데다 다양한 무늬와 점이 찍혀 있어 눈길을 붙잡는다. 무당개구리나 무당거미처럼 ‘무당’이란 접두어를 지닌 것도 이처럼 눈에 띄어 천적을 놀라게 할 요량임을 보여준다.
 

게다가 무당벌레는 해충을 잡아먹는 대표적 ‘익충’이라고 초등학교부터 배운다. 등딱지에 점이 28개인 이십팔점박이무당벌레 등 5종을 빼고 우리나라에 사는 무당벌레 85종은 모두 화초나 채소의 해충을 먹어치우는 선수들이다.
 

746px-Harmonia_axyridis_from_above.jpg » 무당벌레. 사진=위키미디어 코먼스

 

농촌진흥청 조사를 보면, 다 자란 무당벌레 한 마리가 하루에 목화진딧물 257마리를 잡아먹었다. 갓 태어난 애벌레도 진딧물 33마리를 포식한다. 성충의 수명 2~3달 동안 이런 식성을 유지한다면 이론적으로 무당벌레 한 마리가 1만5000~2만3000마리의 진딧물을 처치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물론 그만한 진딧물이 있다면 말이다.
 

어쨌든 이런 능력 덕분에 무당벌레는 농약을 치지 않는 유기농가나 진딧물이 많이 끼는 장미 등 화훼농가에 무척 인기가 높다. 이런 소문이 일찍이 남의 나라 생물자원에 눈독을 들이던 선진국에 들어가지 않을 리 없다.
 

640px-HarAxy_ontwikkeling.jpg » 무당벌레의 한살이. 왼쪽 위부터 알, 애벌레, 번데기를 거쳐 성체로 자라난다. 사진=하르악시 온트위켈링, 위키미디어 코먼스

 

무당벌레는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가 원산이다. 약 한 세기 전부터 미국, 유럽, 러시아는 아시아 무당벌레를 생물방제용으로 들여갔다. 무당벌레는 이식과 재이식을 통해 점점 확산했고 1990년에는 아예 온실용 ‘바이오 킬러’로 상업화하기도 하면서 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 등 전세계로 퍼져나갔다.
 

그런데 2000년대 이후 이상한 소식이 들려오기 시작한다. 자연계로 흘러나간 아시아산 무당벌레 탓에 그 나라의 토종 무당벌레가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다. 황소개구리나 블루길·배스 같은 외래종이 우리나라 생태계를 교란하는 것처럼 우리의 무당벌레가 침입종으로 돌변했다는 얘기다.
 

760px-Harmonia_axyridis01.jpg » 세계로 퍼져나간 동아시아 무당벌레의 다양한 무늬. '바이오 킬러'로 상업화하기도 했다. 사진=위키미디어 코먼스

 

최근 독일 과학자들은 그 원인을 밝힌 논문을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실었다. 무당벌레를 괴롭히면 다리 관절에서 악취가 나는 노란 혈액림프액을 분비한다. 여기엔 항균 펩티드가 들어 있는데, 몸속에선 훨씬 고농도로 항균 알칼로이드가 축적돼 있다.
 

특히 아시아 무당벌레에는 ‘하모닌’이란 초강력 항균 펩티드가 들어 있음이 알려져 있는데, 이번 연구에서는 그것 말고도 미소포자충이란 곰팡이 비슷한 원생동물이 아시아 무당벌레 혈액림프 속에 살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원생동물은 치명적 독성을 내는데 신기하게도 아시아 무당벌레에게는 해를 끼치지 않는다.
 

Andreas Vilcinskas, Justus Liebig University, Giessen, Germany_56438_s.jpg » 미소포자충의 성장을 억제하는 아시아 무당벌레(맨 왼쪽). 오른쪽 두 무당벌레는 유럽 토종으로 미소포자충의 포자가 번창해 죽고 만다. 사진=안드레아스 빌친스카스 외, <사이언스>

 

무당벌레 애벌레는 서로 잡아먹는 습성이 있다. 그런데 유럽이나 미국의 무당벌레가 아시아 무당벌레 애벌레를 잡아먹으면 미소포자충에 감염돼 죽어 버리지만, 아시아 무당벌레가 그 나라 애벌레를 먹어도 끄떡없는 것이다.
 

실험 결과 미소포자충은 무당벌레의 세포 속에서 싹이 터 세포를 공격하지만, 아시아 무당벌레는 포자가 싹트는 것을 무력화시키는 면역체계가 갖춰져 있었다.

 

무당벌레는 다른 나라 토종 무당벌레를 위협할 뿐 아니라 놀랐을 때 분비하는 체액이 어떤 사람에게는 알레르기를 일으키고, 또 잡아먹을 진딧물이 부족하면 포도농장에 침입해 포도의 상품가치를 떨어뜨리고 포도주의 맛을 변하게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영국, 독일, 스위스 등 유럽에서 아시아 무당벌레로 인한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16세기 유럽인들이 신대륙으로 묻혀간 천연두, 홍역 등의 병원체는 원주민을 몰살시켰지만, 오랜 기간 병원체에 노출돼 면역능력이 생긴 유럽인은 멀쩡했다. 아시아 무당벌레는 미소포자충이란 생물무기를 지니고 똑같은 일을 유럽에서 벌이는 셈이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Invasive Harlequin Ladybird Carries Biological Weapons Against Native Competitors
Andreas Vilcinskas, Kilian Stoecker, Henrike Schmidtberg, Christian R. Rohrich, Heiko Vogel
17 MAY 2013 VOL 340 SCIENCE
DOI: 10.1126/science.1234032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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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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