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머드 절멸 원인은 4개 대륙 바위 녹인 외계 천체 충돌

조홍섭 2013. 05.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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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 2800년 전 외계 천체 대기권 폭발…급격한 한랭화로 대형 척추동물 멸종, 인류 농경 시작

4개 대륙서 바위 녹인 탄소 알갱이 확인, 나노다이아몬드 형성…미 국립학술원회보 논문 

 

nasa2.jpg » 공룡시대를 끝장낸 것과 같은 외계 천체 충돌이 1만 2800년 전에도 있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사진=미항공우주국(NASA)

 

250만년 전부터 지구는 처음엔 4만년, 나중엔 10만년을 주기로 빙하기와 간빙기가 교대하는 기후변동을 겪었다. 약 2만년 전 우리가 겪은 마지막 빙하기가 절정에 이르렀다. 이때 한반도 주변에선 황해가 메마른 사막으로 변했고 일본열도와 한반도는 육지로 연결됐으며 동해는 깊은 호수로 바뀌었다. 이후 지구는 급속히 따뜻해졌다.
 

 

그런데 온난화가 순탄치만은 않았다. 1만 2800년 전 갑자기 한랭화의 역풍이 불었다. 약 1300년 동안 계속된 이 짧은 냉각기를 영거 드라이아스기라고 부른다. 그린란드의 여름 온도를 15도나 떨어뜨린 이 냉각의 원인은 분명치 않다.
 

 

지배적인 이론은 간빙기 때 북아메리카 내륙에 형성된 거대한 담수호 아가시즈의 둑이 터지면서 대서양 해류의 열염순환을 중단시켰거나 약화시켰다는 것이다. 영화 <투모로우>에서 그린 것처럼, 적도의 열을 북극으로 실어나르던 멕시코만류 위를 찬 담수가 뚜껑처럼 덮는 바람에 세계적인 한랭화가 일어났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지질학적 증거는 없다.
 

 

또 다른 가설은 외계 천체 충돌설이다. 퇴적물이 유리질 광물로 바뀐 증거 등이 제시됐으나 결정적 증거로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다. 영거 드라이아스기는 불과 40~50년 만에 급격히 사라져 그린란드의 기온을 10도 상승시켰다. 하지만, 인류는 이 사태를 계기로 수렵채취에서 정주로 삶의 방식을 바꾸면서 농업을 시작하는 등 큰 영향을 받았다. 매머드 등 대형 포유류가 대거 멸종사태에 빠진 것도 이즈음이다.
 

 

Mauricio Antón.jpg » 지난 빙하기의 매머드 등 대형 포유동물들. 멸종원인을 두고 기후변화설과 인류의 과잉사냥설이 맞섰지만 여기에 외계 천체 충돌설도 추가됐다. 사진=마우리시오 안톤, 위키미디어 코먼스

 

영거 드라이아스가 외계 천체가 지구 대기와 충돌해 벌어진 사태라는 주장이 다시금 나왔다. 이번엔 방대한 현장조사에 토대를 둔 다수의 증거를 제시하고 있어 논쟁의 귀추가 주목된다.
 

 

제임스 위트케 미국 노던 애리조나 대 지질학자 등 국제연구진은 22일 <미 국립학술원회보>에 실린 논문에서 소행성 또는 혜성이 지구 대기에 진입하면서 공중폭발을 일으켜 극도로 높은 에너지를 방출했고, 수많은 파편이 지구에 떨어져 다수의 소규모 분화구가 생기는 사건이 영거 드라이아스를 촉발했다고 주장했다.
 

 

이 충돌로 약 1000만t의 폭발물질이 남북아메리카, 유럽, 아프리카 등 4개 대륙 5000만㎢에 걸쳐 흩뿌려졌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구진은 이런 주장의 근거로 고온의 연소 결과 생기는 작은 탄소 알갱이인 ‘소구체’에 대한 광범한 분석 결과를 들었다.
 

 

Ken Tankersley, University of Cincinnati2.jpg » 충돌 소구체 확인 지점과 충돌 생성물 확산 범위(붉은선 안). 자주색은 1883년 크라카타우 화산폭발 분출 영역이다. 그림=제임스 위트케 외, PNAS

 

소구체의 성분과 형태를 분석하면 어떤 물체가 연소해 생겼는지를 알 수 있다. 석탄을 태웠는지 번개나 산불의 결과인지를 알 수 있다. 그런데 연구진이 4개 대륙 18곳에서 700여개의 소구체를 확보해 지구화학적, 형태학적으로 분석한 결과 암석이 녹아 생긴 것이란 결론을 얻었다. 지구 표면의 퇴적물을 2200도 이상의 고온으로 녹였을 때 생기는 물질과 비슷했다.
 

 

또 소구체와 함께 녹은 유리 광물, 나노다이아몬드, 포도송이 모양의 탄소, 숯, 이리듐 등도 발견됐다. 1만 2800년을 경계로 그 전과 후에는 이런 소구체가 출토되지 않는 점, 당시 방대한 숲이 화재로 탄 흔적으로 보이는 검고 탄소 함량이 높은 퇴적물 층이 있는 점 등도 외계 천체 충돌을 뒷받침한다고 연구진은 주장했다. 연구진은 번개, 화산활동 등에 의한 소구체의 형태와 성분은 천체 충돌로 인한 소구체와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young2.jpg » 외계 천체 충돌의 증거로 제시된 탄소 알갱이(소구체). 미국 뉴멕시코에서 발견된 것으로 급속한 가열과 냉각됐음을 보여준다. 그림=제임스 위트케 외, PNAS

 

young1.jpg » A. 영거 드라이아스기의 경계면(YDB), B. 중간의 1㎝ 두께의 검은층이 숯이 많은 충돌흔적을 가리킨다. C. 탄소연대측정 결과 그 시기가 1만 2800년께임을 보여준다. 그림=제임스 위트케 외, PNAS

 

 

연구진은 이런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다음과 같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1만 2800년 전, 지름 수백m 이상 수㎞ 이하인 소행성이나 혜성이 지구 대기로 돌진했다. 얼마 전 슈메이커 레비 혜성이 목성 대기와 충돌했을 때처럼 이 외계 천체는 여러 조각으로 나뉘어 지구 대기권으로 진입해 대규모 폭발을 일으켰다.

 

그 충격이 일으킨 고열 복사로 철과 실리콘이 풍부한 지구 표면의 퇴적층이 2200도 이상의 온도에 녹아 유리질과 소구체를 형성했다. 충격을 정면에서 받은 초고온 상태에서 증발한 탄소는 미세한 나노다이아몬드를 형성했다. 숲에 큰불이 났고, 엄청난 폭풍으로 녹은 물질이 상공으로 치솟아 세계 전역으로 확산했다.
 

 

nasa_Impact_event_red.jpg » 외계 천체가 지구 대기에서 폭발을 일으키는 상상도. 사진=미항공우주국(NASA)

 

연구자의 하나인 탠커슬리 미국 신시내티 대 고고지질학자는 “세계 곳곳에서 암석을 녹인 이런 광범한 증거를 남길 정도라면 그 규모는 1883년 인도네시아 크라카토아 화산 폭발에 비견될 것이다. 그 폭발로 미국 신시내티에 여름이 오지 않았다.”라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그러나 연구진은 외계 천체의 충격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알 수 없어 이런 시나리오 자체는 추정일뿐이라고 밝혔다. 논문은 “일련의 증거는 영 드라이아스의 시작이 외계 천체의 충돌과 관련이 있다고 가정하는 것이 합리적임을 보여준다. 하지만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위한 연구는 더 필요하다.”라고 적었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Evidence for deposition of 10 million tonnes of impact spherules across four continents 12,800 y ago
James H. Wittke et. al. PNAS Early Edition
www.pnas.org/cgi/doi/10.1073/pnas.1301760110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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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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