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위의 사랑…시화호는 지금 ‘춘풍’
번식기 맞아 후꾼 달아오른 시화호 간척지 습지, 여름철새와 겨울철새 한자리에
먹이, 둥지, 휴식처 두루 갖춘 습지 생태계 때문 추정
» 오염 물질이 유입 되지 않아 살아있는 습지를 유지하는 시화호 간척지 .
경기도 시흥시, 안산시, 화성시로 둘러싸인 시화호는 1994년 방조제로 바다를 막아 형성된 인공호수로 극심한 수질오염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수문을 터 바닷물이 자유롭게 드나들면서 습지로 바뀐 갯벌은 풍요로운 습지 생태계를 이루었다.
» 시화호의 석양. 수질오염이 줄어들면서 각종 생물이 깃들어 있다.
» 멸종위기야생동물 1급 노랑부리백로
» 시화호 간척지에서 쉬고 있는 저어새 무리. 멸종위기야생동물 1급이다.
» 멸종위기야생동물 2급인 검은머리물떼새와 어린 괭이갈매기
» 긴 다리로 물속을 여유있게 걸으며 먹이 사냥을 하고 있는 장다리물떼새 부부.
시화호에는 한창 번식기를 맞아 소란스런 쇠제비갈매기를 비롯해 검은머리갈매기, 괭이갈매기, 붉은부리갈매기, 장다리물떼새, 검은머리물떼새, 노랑부리백로, 뿔논병아리, 저어새, 도요새 등 많은 새들이 있었다. 특이한 것은 겨울을 나고 시베리아 등 먼 북쪽으로 날아가 번식을 해야 했을 겨울철새 가운데 일부가 시화호에 눌러앉아 있다는 사실이다.
» 겨울철새인 넓적부리가 시화호 간척지에서 여를을 맞이하고 있다.
» 시화호에서 여름나기를 하는 겨울철새 큰고니 가족.
시화호에 자리를 잡고 본격적으로 여름나기를 하려는 겨울철새로는 큰기러기 75마리, 큰고니 3마리, 황오리 46마리, 홍머리오리 166마리, 넓적부리 32마리, 쇠오리 31마리, 발구지 16마리 등 종류도 다양하고 숫자도 적지 않았다.
병에 걸려 장거리 여행을 못하게 됐거나 하는 특수한 사정 때문이 아님을 짐작하게 한다. 혹시 시화호의 환경조건이 머나먼 북쪽 서식지에 못지않아 아예 주저앉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한 눈에 봐도 시화호의 간척지는 생명력이 넘치는 육상 생태계와 수생태계가 조화를 이룬 곳임에는 틀림없다.
» 쇠제비갈매기의 짝짓기
» 사랑의 징표로 먹이를 암컷에게 물어다 주는 쇠제비갈매기 수컷.
쇠제비갈매기가 암컷에게 구애하는 옆에는 뿔논병아리의 짝짓기가 한창이다.
» 물위에 띄어놓은 둥지에서 이뤄지는 뿔논병아리의 짝짓기.
» 둥지에 뿔논병아리의 알이 보인다.
쇠제비갈매기 암컷이 수컷의 사냥 솜씨를 눈여겨 본다면 뿔논병아리 암컷은 수컷이 목수 자질이 있는지에 집중한다. 물위에 지은 뿔논병아리의 둥지에 알을 낳고 짝짓기까지 해야 해 제법 튼튼한 설계를 요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하루에 30번 이상 짝짓기를 하여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자세히 보니 물위에 떠 흔들거리 둥지에서 미끄러운 암컷 등에 올라타는 동작이 영 쉽지 않아 보였다. 그러니 성공할 때까지 계속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 조심스럽게 알을 품는 물까치.
나뭇가지에 새순이 돋아날 무렵 새들은 짝을 찾고 둥지를 만든다. 그래서 알을 품을 때쯤엔 돋아난 나뭇잎이 둥지를 주이로부터 가려준다. 또 이 시기엔 먹이가 되는 애벌레가 알에서 깨어나 새끼를 먹일 수 있다. 물고기를 잡아먹는 물새는 물고기가 산란해 새끼가 많아 쉽게 잡을 수 있는 시기를 고른다.
자연스런 본능이다. 이 세상 모든 만물이 함께 연결되어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는 공정한 자연의 질서라는 생각이 든다. 죽음을 통해 생명이 태어나는 순환이어서, 죽음과 생명이 하나임을 느끼게 한다.
글·사진 윤순영/ 한겨레 물바람숲 필진,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 2013.5.30 12:15 주 제목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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