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 껍질의 기원 200년만에 밝혀졌다

조홍섭 2013. 06.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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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서 발견된 2억 6천만년 전 화석, 파충류와 거북의 중간 형태 밝혀져

거북 껍질은 50개 뼈가 변형된 것…흉곽 확장 못해 독특한 근육 호흡 진화

 

 tortuga-buena-buena--644x362.jpg » 남아프리카에 현존하는 거북(왼쪽)과 2억 6000만년 전 조상 유노토사우루스. 사진=류크 노턴, <커런트 바이올로지>

 

지난해 마지막 갈라파고스거북으로 알려진 ‘외로운 조지’란 이름의 유명한 거북이 죽었을 때 그의 나이는 100살이었다(실은 마지막이 아니라는 보고가 직후 나왔다). 거북이 장수하는 쪽으로 진화한 이유는 단단한 껍질로 내장은 물론 머리까지 완벽하게 보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단한 껍질을 지닌 다른 동물도 적지 않지만, 거북의 해부학적 구조는 매우 다르다. 흔히 ‘등딱지’라고 하지만 거북의 껍질은 등뿐 아니라 배에도 있다. 다른 동물의 단단한 껍질은 피부가 변형된 것인데 비해 거북의 껍질은 뼈, 그것도 50개의 뼈로 이뤄졌다.
 

갈비뼈가 점점 확장돼 배를 덮는 등 척추와 어깨뼈 등이 통처럼 변형됐다. 따라서 게가 껍질을 바꾸기 위해 ‘알맹이’만 빠져나오지만 거북은 뼈를 남겨두고 몸만 빠져나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런데 문제는 이처럼 거북의 뼈가 껍질로 바뀌는 과정이 화석으로 뒷받침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가장 오랜 거북화석인 2억 1000만년 전의 거북도 요즘 거북과 큰 차가 없었다. 그래서 거북은 진화를 부정하는 창조론의 근거로도 쓰이곤 한다.
 

Nobu Tamura _578px-Odontochelys_BW.jpg » 2008년 중국에서 발견된 원시 거북 오돈토켈리스의 상상도. 그림=노부 타무라, 위키미디어 코먼스

 

거북 껍질의 기원에 관한 200년이 넘는 논란을 잠재운 발견은 2008년 중국에서 이뤄졌다. ‘오돈토켈리스’란 이름의 새로 발견된 거북 화석은 2억 2000만년 전의 것인데, 배의 껍질은 완전히 발달했지만 등 껍질은 부분적으로만 형성된 종류였다.
 

최근 거북의 기원을 여기서 다시 4000만년 더 거슬러 오르는 발견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나왔다. 이번에 발견된 ‘유노토사우루스 아프리카누스’는 고생대 페름기인 2억 6000만년 전 화석인데 거북과 파충류의 중간 형질을 갖는 것으로 밝혀졌다.
 

타일러 라이슨 미국 스미스소니언 연구소 국립자연사박물관 고생물학자 등은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이 화석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turtle1-1.jpg » 거북의 진화 과정. 왼쪽부터 밀레레타, 유노토사우루스, 오돈토켈리스, 프로가노켈리스. 그림=타일러 라이슨 외, <커런트 바이올로지>

 

타일러는 "유노토사우루스는 형태학적으로 현대 거북의 전문화한 등딱지와 다른 파충류에서 발견되는 원시적 모습의 중간에 위치한다. 거북과 파충류의 형태적 간격을 잇는 다리인 셈이다.”라고 스미스소니언의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학술지를 발간하는 셀 출판사도 보도자료에서 “일련의 화석 연구로 거북 껍질의 진화 과정이 분명해졌다. 거북의 껍질은 다른 복잡한 신체구조와 마찬가지로 수백만 년 동안의 진화를 거쳐 점진적으로 변형돼 형성된 것이 드러났다.”라고 적었다.
 

파충류가 거북의 가지로 갈라져 나온 직후의 모습을 간직한 이 원시 거북은 거북에게서만 발견되는 형질인 9개의 확장된 갈비뼈 등이 있었지만 동시에 거북에게 공통된 형질인 확장된 척추 등은 없었다.

 

640px-Horniman_turtle_carapace_skeleton.jpg » 거북의 골격 구조. 사진=위키미디어 코먼스

 

거북은 뼈를 이용한 껍질로 완벽한 방어장치를 일찍이 완성했지만 다른 동물은 왜 이를 따라하지 않았을까. 연구진은 그 이유가 호흡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설명했다. 대부분의 동물은 흉곽을 팽창하고 수축하면서 가슴에 생긴 공간을 이용해 폐 호흡을 한다.
 

그러나 거북은 흉곽이 고정돼 있기 때문에 이런 방식으로 호흡을 할 수가 없다. 거북은 배 근육의 수축시켜 만든 공간을 이용하거나 목 바닥의 진동을 통해 공기를 폐로 끌어들이는 방법을 쓴다. 연구진은 “거북의 호흡 체계가 어떻게 진화했는지 밝히는 게 다음 연구과제”라고 논문에서 밝혔다.

 

거북 껍질의 진화 유튜브 동영상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Evolutionary Origin of the Turtle Shell
Tyler R. Lyson, Gabe S. Bever, Torsten M. Scheyer, Allison Y. Hsiang, Jacques A. Gauthier
Current Biology
http://dx.doi.org/10.1016/j.cub.2013.05.003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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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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