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위험? 커피와 비슷하고 야근보다 낮다

조홍섭 2011. 06.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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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암연구소 '발암 추정 물질' 판정 의미는?

패닉에 빠질 필요 없지만 불확실성 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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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고 아이고 짬만 나면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는 게 세태인데, 휴대전화의 전자파가 암을 일으킬 수 있는 물질로 분류됐다는 소식은 날벼락과 같다.


세계보건기구의 자문기구인 국제암연구소(IARC)가 처음으로 발표한 것이어서 기존의 이런 저런 연구보다 무게가 있어 보인다. 요즘 들어 이어폰으로 통화하는 사람이 부쩍 늘었고, 휴대전화가 오면 긴 통화는 유선전화로 바꾸어 하는 이들도 적지않다. 생식기관에 가깝다며 휴대전화를 결코 주머니에 넣지 않던 동료는 거봐라 한다.


과연 휴대전화의 전자파는 얼마나 위험한가? 식중독, 교통사고, 방사능 비 등 세상은 크고 작은 위험으로 뒤덮여 있는데, 휴대폰은 그 가운데 어디쯤 위치할까.


술, 햇빛도 발암물질 1그룹에 들어 있어


먼저 국제암연구소의 발암 등급에 대해 알아보자. 세계보건기구(WHO)가 자문하는 이 연구소는 1970년대부터 환경과 일상생활 가운데 사람에게 암을 일으킬 만한 요인을 골라 발암 위험 등급을 매겨 왔다. 


발암성은 크게 4개 집단으로 나누는데 그룹 1은 발암성이 확실하고 그룹 3은 발암성을 찾지 못한 요인을 가리킨다. 사람과 실험동물에게 모두 암을 일으키는 증거가 확실히 있거나 불충분할 때 이 두 그룹으로 분류한다.


중간에 낀 2등급은 좀 복잡해 다시 2개의 소그룹으로 나눈다. 그룹 2A에 속한 것은 사람에게 암을 일으키는 증거는 제한적이지만 실험동물에 대한 증거는 충분해 ’인체 발암 가능 물질’로 부른다. 


그룹 2B는 ’인체 발암 추정 물질’로 여기엔 사람에 대한 발암성이 제한적인 것은 같지만 동물실험에서 증거가 충분치 않은 물질이나 요인이 들어있다. 여기서 ‘제한적’이란 말은 그룹 1처럼 인과관계가 명백하지는 않지만 인과적 해석이 충분히 가능한 상태를 말한다.


지난달 말 국제암연구소가 휴대전화의 전자파에 매긴 등급은 바로 그룹 2B였다. 각 그룹에 어떤 것들이 들어있는지를 살펴보면 휴대전화의 위험을 짐작할 수 있다.


이 연구소는 지금까지 900여 개 요인에 대한 판정을 했는데 이들 대부분은 화학물질이다. 그러나 복잡한 화학물질이 아닌 술, 담배, 햇빛처럼 우리의 생활습성이나 환경의 위험성을 평가한 대목도 눈에 띈다.


확실한 발암물질인 그룹 1에는 107종이 있는데 여기에는 석면이나 벤젠 말고도 담배와 술도 들어있다. 잘 알려져 있듯이 술은 구강암, 간암, 유방암 등 모든 암 발생의 3.6%를 차지하는 중요한 발암물질이다.


또 실내에서 연료로 태우는 석탄과 목재도 이 그룹으로 분류돼 있다. 이들이 연소할 때 발암물질을 방출한다. 자외선과 햇빛도 피부암 등을 일으키는 것이 확인돼 그룹 1에 올라있다. 이밖에 헬리코박터 파이로리 균과 에이즈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것, 폐경기에 에스트로겐 치료를 받는 것도 이 그룹에 속하는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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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암 가능 물질인 그룹 2A에는 경유차 배기가스 이외에 야근이 들어 있어 눈길을 끈다. 생체시계를 교란하는 밤샘 근무는 자동차 매연 만큼이나 암을 일으킬 위험이 높은 것이다. 이밖에 높은 온도로 음식을 튀길 때 나오는 가스와 미용사·이발사, 드라이클리닝의 직업적 노출이 이 그룹에 속한다.


휴대폰과 커피, 절인 채소, 자기장은 같은 그룹


휴대폰 전자파가 들어있는 ‘발암 추정 물질’인 2B 그룹에는 커피가 눈에 띈다. 국제암연구소는 커피를 이렇게 분류한 근거로 방광암과의 관련을 들면서, 동시에 대장암 등 다른 암에는 오히려 암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 등 이런 발암성이 다른 장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또 아시아 전통적인 채소 절임과 극저주파 자기장, 이식 수술한 금속이나 플라스틱 이물질 등을 이 그룹에 넣었다. 비 발암물질인 그룹 4에는 염소 소독 수돗물, 형광등, 차, 실리콘 가슴 보형물 등이 들어있다.


국제암연구소는 기존 연구결과를 검토해 휴대전화 전자파가 뇌암의 일종인 신경교종 등 3가지 암과의 관련성을 인정했다. 하지만 이들 암은 희귀 암이어서 여기서 발암 확률이 높아진다고 위험이 크게 늘어나는 건 아니다. 지난해 휴대전화 사용과 관련한 13개 국이 참여한 대규모 국제연구에서 휴대전화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하루 30분간 10년 이상)  집단에서 신경교종 위험은 40%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적으로 휴대전화가 20여 년 동안 사용돼 현재 사용자가 50억 명에 이르지만 뇌종양의 발생이 늘지 않고 있다는 것도 휴대전화 사용이 급박한 위험이 아니라는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


한 번도 겪지 못한 평생 휴대전화 노출 위험

 

하지만 우리가 알지 못하는 위험도 있다. 지금까지 휴대전화 사용자는 모두 어른이었고, 어릴 때부터 휴대전화에 노출되는 세대는 아직 어른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평생 휴대전화의 전자파에 노출된 사람이 어떤 영향을 받을지는 누구도 모른다.

 

휴대전화의 위험은 아직 진행형이다. 세계보건기구는 국제암연구소의 연구결과를 발표하면서 결론으로 연구 책임자인 조나단 사메트 미국 남캘리포니아대 박사의 말을 인용했다. “아직 쌓이고 있지만 (발암) 증거는 그룹 2B로 분류하기에 충분할 만큼 강하다. 이런 결론은 일부 위험이 있을 수 있음을 뜻하며 따라서 우리는 휴대전화와 암 위험의 관계를 앞으로 면밀하게 지켜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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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별 걱정 없이 커피를 마시듯이, 휴대전화의 발암위험 때문에 공포에 빠질 필요는 없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가 제안한 대로 어린이들이 휴대전화를 너무 많이 쓰지 않도록 하고 긴 시간 통화는 유선전화로 하는 것 등은 어렵지 않게 실천에 옮길 수 있다. 발암 걱정 이전에 교육과 가계에도 도움이 된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국제암연구소의 발암요인별 등급 원문

:http://monographs.iarc.fr/ENG/Classification/ClassificationsGroupOrder.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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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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