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상어 고속도로 발견, 멸종위기종 보전 청신호

조홍섭 2017. 09. 04
조회수 14170 추천수 0
열대 동태평양 난류·한류 만나는 전선대 따라 이동
플랑크톤 집중 해역이자 체온 상실 피해…개체 수 파악 가능

© Jonathan Green_Galapagos Whale Shark Project.jpg » 다이버가 갈라파고스 근해를 지나는 대형 고래상어를 레이저를 이용해 측정하고 있다. 행동생태를 아는 것은 보전에 꼭 필요하다. 조너선 그린, 갈라파고스 고래상어 프로젝트.

18m까지 자라는 고래상어는 지구에서 가장 큰 물고기이지만 요각류 같은 플랑크톤과 멸치 등 작은 물고기를 먹고 산다. 이 큰 덩치를 유지하려면 먹이가 높은 밀도로 모여 있는 곳을 찾아야 해 대양을 수천㎞ 떠돈다. 

고래상어는 발견된 지 200년 가깝도록 개체 수가 얼마나 되고 어디서 새끼를 낳는지도 모르는 수수께끼의 동물이다. 지난해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된 이 동물의 보존에 기여할 발견이 이뤄졌다.

에콰도르 연구자들은 2011년부터 갈라파고스 다윈 섬에 해마다 들르는 고래상어 27마리에 위성추적장치를 붙였다. 미국 연구자가 합세해 위성으로 측정한 해수면 온도 등의 자료와 함께 분석했더니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대양에 임신한 고래상어가 다니는 ‘고속도로’가 있었다. 

oct-nov2012.gif » 굽이치는 열대 동태평양 전선대. 고래상어(원으로 표시)가 전선대를 따라 이동하는 모습이 보인다. MBARI

동태평양 적도 일대는 세계적인 어장이 펼쳐진다. 남극의 차고 영양분 풍부한 한류가 이곳에서 바다 표면으로 솟아오르기 때문이다. 지구에서 새롭게 일어나는 일차생산(조류 등의 광합성)의 4분의 1이 여기서 일어난다.

이 해역 한가운데 위치한 갈라파고스에는 지난해 세계 최대 규모의 상어보호구역이 설정됐다. 보호 대상 1호가 바로 고래상어이다. 갈라파고스 제도 북쪽 다윈 섬 근처로 해마다 7∼12월에 대부분 임신한 상태의 고래상어가 나타난다.

w1.jpg » 갈라파고스 울프 섬 해역에 출현한 길이 12.5m의 고래상어. 임신한 상태임을 쉽게 알 수 있다. 라이언 외(2017) <플로스 원>

이 해역이 특별한 관심을 끄는 이유는 고래상어의 번식지가 인근에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세계의 고래상어는 작은 먹이가 밀집해 발생하는 곳에 나타난다. 

그러나 번식기를 맞은 크리스마스 섬의 붉은 게, 탄자니아 앞바다의 새우떼, 멕시코 바하칼리포르니아의 요각류 떼 등을 노리는 고래상어는 대개 어린 개체다. 고래상어가 어디서 번식하고 어떻게 이동하는지 행동생태를 밝히는 건 이 종을 보호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 

이번 논문의 주 저자이자 위성추적 자료를 분석한 존 라이언 미국 몬터레이만 수족관연구소 해양생물학자는 “고래상어는 열대 동태평양의 어느 곳이든 분포할 수 있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하나같이 열대 동태평양의 난류와 한류가 만나는 전선대를 따라 이동했다.”라고 이 연구소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w3.jpg » 열대 동태평양 해역의 온도 분포(왼쪽)과 식물 플랑크톤인 엽록소 밀도. 라이언 외(2017) <플로스 원>

남극에서 온 차갑고 영양분 많은 한류와 열대바다 표면에서 달궈져 따뜻하지만 영양분이 거의 없는 난류는 이곳에서 만나 구불구불한 전선대를 이룬다. 고래상어는 굽이치는 전선대를 따라 구불구불 이동해 마치 ‘고속도로’를 따라 이동하는 것처럼 보였다. 연구자들은 “다윈 섬에 고래상어가 오래 머물지 않고 곧 떠나는 이유는 이곳이 종착점이 아니라 긴 이동통로의 한 지점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고래상어는 왜 난류와 한류의 점이지대를 고집하는 걸까. 라이언은 “전선대 북쪽은 물이 따뜻하고 안정돼 있지만 생산성이 높지 않고, 남쪽 물은 생산성은 높지만 차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플랑크톤은 이 점이지대에 몰리는 경향이 기존 연구로 밝혀졌다. 따라서 이 해역은 고래상어가 찬물에 체온을 잃지 않으면서도 고밀도의 먹이 군집을 찾아낼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고속도로는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1∼2월 열대 동태평양의 전선대가 약해지면 고래상어는 중·남미 대륙을 따라 형성되는 또 다른 전선대로 향한다. 페루 해안에서 100∼350㎞ 떨어진 곳에 한류가 솟아오르면서 난류와 만나는 전선대가 형성되는데, 이곳이 고래상어의 ‘2차 고속도로’가 된다.

고래상어는 행동과 번식 생태 등이 아직 밝혀지지 않았는데 상어 지느러미 사냥, 어업용 그물에 부수 어획, 선박과의 충돌 등에 의해 위협받고 있다. 지난해 국제보전연맹(IUCN)은 ‘멸종위기’ 종으로 지정했다. 이번 연구는 고래상어 보전을 위한 기초자료인 개체 수 추정 등에 요긴하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Ryan JP, Green JR, Espinoza E, Hearn AR (2017) Association of whale sharks (Rhincodon typus) with thermo-biological frontal systems of the eastern tropical Pacific. PLoS ONE 12(8): e0182599. https://doi.org/10.1371/journal.
pone.0182599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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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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