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으면서 전기 생산해 휴대폰 통화
인체는 움직이는 ‘발전소’
1.6㎏ 장치 무릎에 대 최고 13W까지 생산 가능
‘1톤 축전지’ 몸 지방, ‘다이어트+에너지’ 겸용
걷는 동작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장치 ‘파워브레이크’
사람은 걸으면서 가속과 감속을 되풀이 한다. 바닥을 밀어내 추진력을 얻은 뒤 땅에 내딛는 순간 급제동을 건다. 빙판길에서 주로 미끄러지는 발이 내딛는 발인 것은 이 때문이다. 마치 얼음판 위에서 자동차의 브레이크를 밟을 때 미끄러지는 것과 같다.
이런 걷는 동작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장치를 캐나다의 연구팀이 고안했다.
과학저널 <사이언스>는 최근 인터넷 판에서 맥스 도닐란 캐나다 사이먼 프레이저 대학 교수팀이 개발한 ‘파워 브레이크’를 소개했다.
“감속 돕기 때문에 걷기 편해져”
무릎에 부목처럼 대는 이 장치는 사람의 걷는 행동을 전기로 바꿔 주는 장치다. 핵심은 땅에 내딛기 직전 다리의 근육이 움츠러들며 감속하는 동작에서 정교한 톱니를 돌려 전기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연료겸용차(하이브리드카)에서 감속할 때 브레이크의 에너지가 열로 방출되지 않고 축전지에 저장되는 것과 마찬가지 원리다.
발 한쪽에 이 장치를 설치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전압은 천천히 걸었을 때 5W이다. 도닐란은 <비비시>와의 인터뷰에서 “최고 13W까지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정도의 전기라면 휴대폰으로 30분간 통화할 수 있다.
무게 1.6㎏인 이 장치를 달고 걸을 때 부담을 주지 않도록 다리를 뻗을 때, 곧 가속할 때는 작동하지 않도록 센서를 달았다. 연구팀이 6명의 자원자를 상대로 실험한 결과 이 장치를 달아도 산소 소비량은 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감속을 돕기 때문에 오히려 걷기가 편해진다”고 말한다.
‘전기 배낭’은 보병의 미래 전원으로 유망
사람의 걷는 동작에서 전기를 얻으려는 시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로렌스 로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생물학자는 2005년 전기를 생산하는 배낭을 선보였다. 사람은 걸으면서 끊임없이 4~7㎝ 높이로 상하운동을 하는데, 이 기계적 운동을 이용해 발전을 한다는 것이다. 이 배낭을 메고 부지런히 걸으면 7.4W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문제는 배낭의 무게가 38㎏에 이르는 등 적잖은 부담이 된다는 점이다. 야간 투시경이나 지피에스 등 첨단 장치가 필수품이 되고 있는 보병의 미래 전원으로 유망하다. 이들이 무거운 배터리를 지고 다니지 않으려면 인체에서 에너지를 ‘수확’하는 것이 가장 유력한 방법이다.
미국과 영국 육군은 보병의 군화에서 전기를 얻으려는 실험을 계속해 왔다. 군화가 구부렸다 폈다 하는 동작을 되풀이하는데 착안했다. 힘을 가하거나 변형을 했을 때 전기를 발생하는 압전물질을 이용하면 전기 생산이 가능하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등에서 연구하고 있지만 출력은 1W가 안 된다.
발전용 손잡이 달려있는 라디오, 손전등, 휴대폰 선봬
주변을 둘러보면 인체의 힘을 이용해 자가발전을 하는 사례는 의외로 많다. 발전용 손잡이가 달려있는 라디오, 손전등, 휴대폰이 시판되고 있다. 개도국의 저소득층을 위한 1백 달러짜리 랩톱에도 이런 장치가 부착될 전망이다. 일본의 세이코는 1988년에 팔의 흔드는 힘으로 충전이 되는 손목시계를 내놓았다.
새로운 아이디어도 속출한다. 체육관의 러닝머신이나 무도장 또는 지하철 역사처럼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역사 등에서 사람이 밟는 에너지를 활용하려는 시도도 이뤄지고 있다.
인체를 이용한 자가발전에 관심이 쏠리는 가장 큰 이유는 소량의 전기를 늘 필요로 하는 사람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휴대폰, 피디에이, 엠피3 등은 말할 것도 없고 인공장기, 페이스메이커, 인슐린 펌프 등 의료용 응용분야도 넓다. 게다가 인력을 이용한 발전은 지구온난화를 일으키지 않는다. 우리 몸에 축적된 지방은 1t 무게의 축전지와 맞먹는 에너지를 갖고 있다. 그런 잠재력을 지닌 지방을 쓰지 않고 아껴서 무엇 하랴.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관련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