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새 한 마리가 낳은 ‘탐조 효과’ 2억4천만원

조홍섭 2017. 12. 18
조회수 23681 추천수 1
미서 나그네새 검은등찌르레기 출현, 이웃 나라서까지 1800여명 몰려
두달 동안 교통·숙박·식사비 지출액 상당…난개발보다 경제효과 높아

Jeffrey Gordon-s.jpg » 검은등찌르레기를 보기 위해 외국에서까지 탐조객이 교외의 작은 마을에 몰려들었다. 제프리 고든 제공

지난여름 새만금에서 우리나라를 찾은 적 없는 홍학이 발견돼 화제가 됐지만, 탐조객이 북적대지는 않았다. 탐조 인구가 많은 나라에서 낯설고 희귀한 새가 발견됐다는 소식이 퍼지면 상황은 다르다. 탐조 장소로 가는 길이 막히고 숙박 장소를 구하기도 어려워진다. 알려지지 않은 경제 파급효과도 적지 않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교외인 버크스 카운티의 한 가정집 뒤뜰에 새를 위한 모이대를 설치했는데, 1월26일 진귀한 손님이 찾아왔다. 멕시코 고유종인 검은등찌르레기가 나그네새로는 처음으로 관찰됐다. 일주일 뒤 이 소식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조류 애호가들에 알려졌다. 이후 새가 떠나기까지 두 달 남짓 동안 1824명의 탐조객이 멀리는 캐나다에서까지 이 집을 찾아왔다. 집주인은 방명록을 두고 어느 지역에서 온 누구인지 기록하게 했다.

Susan Schmoyer-s.jpg » 멕시코 고유종인 검은등찌르레기 한 마리가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교외에 나타났다. 희귀 조류의 출현은 알려지지 않은 경제효과를 낸다. 수전 슈모이어 제공

오스트레일리아 연구자들이 이 사례와 자료를 토대로 일상적이지 않은 희귀 새를 추적하는 탐조 활동의 경제효과를 추정했다. 탐조객들이 교통과 식사, 숙박에 지출한 돈은 모두 22만3851달러(2억4천만원 상당)에 이르렀다. 하루 3천달러꼴이었다.

연구에 참여한 리처드 킹스퍼드 뉴사우스웨일스대 교수는 “생물 다양성이 경제에 도움을 주는지를 두고 논란이 있지만, 이 연구는 생물 다양성 보전에서 진짜 달러가 나온다는 걸 보여준다. 새 한 마리가 경제에 중요한 기여를 했다”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미국에는 1780만명의 탐조 인구가 있으며 이들이 쓰는 돈은 연간 400억달러(약 40조원)에 이른다. DOI: 10.1080/10871209.2017.1392654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Corey T. Callaghan, Michael Slater, Richard E. Major, Mark Morrison, John M. Martin & Richard T. Kingsford (2017): Travelling birds generate eco-travellers:
The economic potential of vagrant birdwatching, Human Dimensions of Wildlife, DOI: 10.1080/10871209.2017.1392654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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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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