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 굵기의 세계 최소형 ‘요정 말벌’ 발견

조홍섭 2013. 04. 25
조회수 31441 추천수 0

길이 0.158㎜ 세계 타이 기록, 긴 술 달린 섬세한 날개로 '팅커벨' 명명

나는 곤충의 소형화 극한 도달…호흡계 없애고 기생 행동으로 알 소형화

 

tink1.jpg » 코스타리카에서 새로 발견된 신속 신종의 요정 말벌 팅커벨라 나나 암컷의 현미경 사진. 막대는 0.02㎜. 사진=존 후버 외 <벌 연구>

 

몸 전체 길이가 머리카락 굵기 정도이면서 있을 것 다 있고 할 일 다 하는 곤충이 있다. 중앙아메리카에 코스타리카에서 캐나다 연구자가 발견해 학계에 보고한 새로운 속이자 종의 ‘요정 말벌’이 그 주인공이다.
 

이 말벌은 몸길이가 0.158㎜로 벼룩의 10분의 1 정도이다. 하지만 1초에 수백 번 날갯짓을 하면서 빠르게 날아다니며 다른 곤충의 알 속에 자신의 알을 낳는다. 날개 끄트머리에는 마치 레이스처럼 긴 술이 달려 있다.
 

캐나다와 영국의 연구자는 국제학술지 <벌 연구> 온라인판 최신호에 실린 논문에서 이 기생 말벌의 이름을 ‘팅커벨라 나나’라고 지었다. 팅커벨은 <피터 팬>에 나오는 작은 요정을 가리키며, 나나는 같은 작품에 나오는 개 이름이지만 그리스어로 난쟁이라는 뜻도 있다.
 

tink2.jpg » 팅커벨라 나나의 머리와 더듬이, 날개의 상세 모습. 막대는 0.1㎜. 사진=존 후버 외 <벌 연구>

 

이제까지 날아다니는 곤충 가운데 가장 작은 종은 같은 요정 말벌에 속하는 ‘키키키 후나’로 길이가 0.158㎜였다. 따라서 팅커벨라 나나는 최소형 곤충의 타이기록이 되는 셈이다.
 

이 말벌의 날개에는 마치 수를 놓을 것처럼 끄트머리에 긴 술이 달려 있는데, 논문은 이것이 날개의 표면적을 줄이고 날갯짓을 할 때 일어나는 공기 저항과 와류를 줄이기 위한 고안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초소형 곤충은 몸을 극단적으로 줄이기 위해 여러 가지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 동굴생물이 시각기관을 퇴화시킨 것처럼 요정 말벌 가운데는 호흡계나 가로근육이 없는 종류가 있다. 그렇게 줄이더라도 세포 자체의 크기는 줄일 수 없고 특정 조직이나 기관을 유지하는 세포의 수도 유지해야 있다.

tink4.jpg » 팅커벨라 나나의 머리 모습. 겹눈 하나하나가 선명하다. 막대 길이는 0.02㎜ 사진=존 후버 외 <벌 연구>

 

외부적 제약도 크다. 초소형 곤충은 몸무게에 견줘 표면적이 크기 때문에 몸이 말라버리기 쉽고 유체의 표면장력과 점성이 제약으로 다가온다. 공기 자체의 점성은 이 정도 크기의 곤충에게도 큰 문제가 아니라고 논문은 밝혔다.
 

요정 말벌이 모두 기생을 하는 것도, 숙주의 알에서라면 알에서 깬 애벌레가 스스로 살아가야 할 준비를 갖추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메가프라그마 미마리펜(A)과 단세포 생물인 짚신벌레(B), 아메바(C)의 실제 크기 비교. 아래 잣대는 0.2㎜를 가리킨다. 사진=폴리로프..jpg » 요정 말벌 메가프라그마 미마리펜(A)과 단세포 생물인 짚신벌레(B), 아메바(C)의 실제 크기 비교. 아래 잣대는 0.2㎜를 가리킨다. 사진=폴리로프   

 

연구자들은 이런 물리적, 생리적 제약을 고려할 때 최소형 곤충의 크기는 날개를 퍼덕이는 곤충이라면 0.15㎜, 바닥에 사는 곤충이라면 125㎜ 이하는 어려울 것이라고 추정했다. 다시 말해, 이번에 발견된 요정 말벌은 나는 곤충이 도달할 극한의 소형화에 근접한 셈이다. (■ 관련기사: 아메바보다 작은 미니 벌, 뇌세포 줄이고도 할 건 다 한다)
 

곤충 가운데 가장 작은 것은 진드기의 일종으로 길이가 0.095㎜에 불과하지만 몸을 바닥에 질질 끌며 이동한다. 또 요정 말벌 가운데 ‘디코포모파 에크멥테리기스’라는 종이 길이가 0.139㎜라는 보고를 한 적이 있으나 표본이 손상돼 있어 최소형 기록으로 인정하지 못한다는 견해도 있다.
 

Reyes Garcia III_Gonatocerus_triguttatus_laying_eggs_in_glassy-winged_sharpshooter_eggs.jpg » 다른 곤충의 알에 자신의 알을 낳는 요정 말벌의 한 종류. 사진=라이에스 가르시아 3세, 위키미디어 코먼스

 

요정 말벌은 온대와 열대에 100 속 1424 종이 분포하는데, 평균 길이가 1㎜가 안 되는 초소형이며 다른 곤충의 알에 기생하는 공통점이 있어 생물방제 등에 활용되고 있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A new genus and species of fairyfly, Tinkerbella nana (Hymenoptera, Mymaridae), with comments on its sister genus Kikiki , and discussion on small size limits in arthropods
John T. Huber, John S. Noyes

Journal of Hymenoptera Research 32: 17~44, doi: 10.3897/JHR.32.4663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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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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