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딧물이 채식주의자라고? 동족은 물론 어미까지 먹어

조홍섭 2013. 11. 04
조회수 48299 추천수 0

어미 등에 침 꽂고 체액 섭취, 영양 부족한 곳에서 나타나

진딧물의 놀라운 행동…처녀생식, 광합성 이어 동료 잡아먹기

 

Shipher Wu.jpg » 완두수염진딧물 성체와 애벌레가 식물에 침을 꽂아 수액을 빨고 있다. 그러나 먹이가 극단적으로 부족하면 침은 서로를 향할 수 있음이 밝혀졌다. 사진=쉬퍼 우, 위키미디어 코먼스

 

진딧물은 온대지방에서 악명높은 해충이다. 봄에 몇 마리가 보이는가 싶다가 금세 불어나 소중한 작물을 망쳐놓는다.
 

진딧물이 세계적으로 4400여 종으로 분화하는 성공을 거둔 비결의 하나는 유성생식과 무성생식을 넘나드는 번식 전략이다. 봄철 알에서 깬 암컷 진딧물은 복잡한 짝짓기가 필요없는 ‘처녀 생식’으로 번식한다. 어미와 유전적으로 똑같은 알이나 새끼를 낳아 ‘복제’를 거듭하는 것이다.

 

수명이 20~40일인 진딧물 한 마리가 여름을 거치며 이런 식으로 수 천마리로 불어난다. 가을이 되면 암컷과 수컷 진딧물이 생겨, 이들의 짝짓기로 겨울을 날 알을 낳는다.
 

이런 번식 방법 말고도 진딧물에게는 놀라운 점이 많다. 카로티노이드 색소를 합성하는 진딧물이 발견됐는데. 이 진딧물은 색소를 이용해 광합성을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Jpeccoud2_s.jpg » 완두수염진딧물. 사진=Jpeccoud, 위키미디어 코먼스

 

또 순전히 식물의 수액만 빨아먹는 것으로 알려진 진딧물이 영양분이 부족하면 동족은 물론이고 제 어미까지 잡아먹는 행동을 보인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동족끼리 잡아먹는 행동은 사육환경의 스트레스 때문이 아니라 자연상태에서도 널리 나타나는 현상임이 점차 분명해지고 있다. 침팬지가 다른 종 원숭이를 잡아먹는 행동은 널리 알려져 있지만, 최근엔 수컷 침팬지가 다른 무리의 어린 침팬지를 잡아먹는 사례가 우간다에서 보고되기도 했다.
 

진딧물은 식물이 영양분을 수송하는 관인 체관에 침처럼 생긴 주둥이 관을 박아 수액을 빨아먹는다. 체관 안의 압력이 높기 때문에 진딧물의 입 구조는 그저 흘러드는 액체를 받아들일 뿐 적극적으로 빨지는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진딧물이 식물의 체관뿐 아니라 압력이 낮은 물관에서도 수분을 섭취하며, 이를 위해 입에 액체를 빨아먹을 수 있는 펌프 구조가 있음이 밝혀졌다. 나아가 진딧물이 사람을 물거나 동료를 잡아먹는 행동이 관찰되고 있다.
 

Jpeccoud_s.jpg » 식물의 체관에 침을 박아 흘러나오는 수액을 빨아먹는 완두수염진딧물. 물관이나 다른 진딧물에서 액체를 빨아먹는 구조도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사진=Jpeccoud, 위키미디어 코먼스

 

영국 과학자들은 완두수염진딧물이 동료 또는 어미를 잡아먹는 행동을 분석해 이런 행동이 영양분 부족을 보충하기 위해 생겼음을 입증하는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곤충 과학> 최근호에 실었다.
 

진딧물은 식물의 수액만을 섭취하기 때문에 영양분 섭취가 당분 위주로 극단적인 불균형을 보인다. 그래서 몸속 세지균과 공생하면서 세균에게는 남는 당분을 주고 세균이 합성하는 필수 아미노산을 받는 관계를 맺는다.
 

그러면 당분 자체의 섭취도 부족한 시들어가는 식물 위에서는 어떻게 할까. 살아남으려면 재빨리 날개가 달린 복제 후손을 만들어 먹을 것이 풍부한 다른 식물로 옮겨가야 한다. 이때 필요한 양분은 동료를 잡아먹어 충당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더 많이 시든 나무에서 진딧물의 동료 잡아먹기가 자주 일어났다. 먹이가 부족한 곳에서 동료를 잡아먹는 행동이 진화 과정에서 선택받게 됐는데, 이제까지의 진딧물 관찰은 늘 먹이가 풍부한 곳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동료를 잡아먹는 행동이 잘 관찰되지 않은 것 같다.”라고 논문에서 밝혔다.
 

Juvenile aphid engaged in purported cannibalistic behaviours. Folded antennae indicate feeding behaviour _Hardie_ Powell_ 2000_s.jpg » 완두수염진딧물 애벌레가 어미 등에 올라탄 채 침을 꽂아 체액을 빨아먹고 있다. 애벌레의 더듬이가 뒤로 향하고 있음은 체액을 빨아먹는 동작을 가리킨다. 사진=쿠퍼 외, <곤충 과학>

 

진딧물은 유전자가 같은 동료보다 다른 동료를 더 자주 잡아먹었다. 이는 자신과 유전자가 다른 진딧물을 공격함으로써 경쟁자를 제거하는 효과를 거두기 때문이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유전자가 다른 진딧물을 주요 목표물로 삼으면서도 공격한 상대로부터 체액을 빠는 시간은 유전자가 같은 동료를 공격했을 때가 더 길었다. 이것은 언뜻 모순적으로 보이지만, 자신과 유전자가 동일한 개체는 결국 자신의 유전자를 남기는 동료에게 ‘기꺼이’ 몸을 내맡기지만, 유전적으로 다른 개체는 공격에 저항하기 때문인 것으로 논문은 추정했다.
 

이 연구에서 두드러진 현상은 진딧물 애벌레가 성체에 올라타고 체액을 빨아먹는 행동이었다. 앞서 동료 진딧물과 마찬가지로 어미 또한 유전자가 똑같은 새끼가 생존하도록 자신을 희생시킬 준비가 돼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아울러 어미의 등에 올라탄 새끼는 어미가 발로 걷어차거나 떼어내는 행동을 하기가 곤란하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논문을 밝혔다.
 

논문은 또 “이 연구에서 진딧물은 어떤 방식으로든 유전자가 같은 동료를 알아보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어떻게 그런 구별을 하는지는 앞으로의 연구 과제”라고 밝혔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Lucy C. Cooper et. al., CANNIBALISM in the pea aphid, Acyrthosiphon pisum, Insect Science October 2013, doi:10.1111/1744-7917.12070.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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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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