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의 외과의사 까막딱다구리, 3년째 번식 성공

윤순영 2012. 06. 03
조회수 31169 추천수 1

나무 깊숙히 숨은 곤충 잡아먹어 숲의 건강 되찾아 줘

숲 쩌렁쩌렁 울리는 '목탁 새'…파랑새, 원앙, 다람쥐에 '주택 공급' 구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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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막딱다구리 수컷. 멸종위기야생동식물 2급이며 머리 위 전체가 붉은 특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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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막딱다구리 암컷. 뒷머리만 붉어 수컷과 구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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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막딱다구리 둥지가 있는 숲. 은사시나무의 흰 수피가 보인다.



강원도 홍천군의 한 지점에서 까막딱다구리 둥지를 발견하고 3년째 생태를 기록하고 사진을 촬영하고 있습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2마리의 새끼가 태어났습니다.

 

딱다구리는 다른 조류와 구분되는 매우 독특한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끝 부분이 정과 같이 생긴 부리로 나무를 강하게 쪼아 구멍을 파고 그 안에 숨어 있는 애벌레와 곤충을 잡아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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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막딱다구리 암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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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막딱다구리 수컷.

 

머리가 부서지라고 강하게 나무를 쪼아 구멍을 파는 모습은 어찌 보면 매우 무모해 보입니다. 그러나 다른 조류가 시도하지 못했던 대담한 도전을 함으로써 딱따구리는 다른 새들은 접근하지 못하는 나뭇속 먹이자원을 독차지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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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이를 물고 둥지에 온 암컷 까막딱따구리. 먹이는 입속에 담고 있어  잘 보이지 않는다.

 

독창적으로 먹이를 잡는 기술을 발전시킨 딱따구리는 세계적으로도 대단히 성공적으로 숲에 적응해, 우리나라에도 7종이나 서식하고 있습니다. 쇠딱다구리와 오색딱다구리는 특히 개체수가 적지않고 전국에 분포합니다.

 

하지만 모든 딱따구리가 그런 건 아닙니다. 특히 오래 된 숲에서 번식하는 까막딱따구리는 희귀해 멸종위기야생동식물 2급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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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 속의 새끼가 먹이를 내밀고 어미에게 먹이를 보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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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스럽게 새끼를 쳐다보는 까막딱다구리 수컷.

 

산림성 조류 중 대표적 멸종위기종인 까막딱다구리는 몸 길이가 43~45㎝로 딱다구리류 중에서 가장 큰 축에 든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온 몸이 검은색으로 다른 딱다구리와 완전히 다른 외모입니다. 수컷은 머리 꼭대기가 붉은 색이고, 암컷은 뒷머리에 붉은 색의 작은 점이 있어 단순한 검은 색에 세련미를 더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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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을 살핀 뒤 둥지를 떠나고 있는 까막딱다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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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지 바닥의 쓰레기를 청소하는 까막딱다구리 수컷.

 

조류는 숲의 건강을 지키고 숲 생태계가 균형을 이루도록 도와주는 구실을 합니다. 식물이 곤충 피해를 받는다고 살충제를 뿌리곤 합니다. 하지만 이런 접근방식은 식물에게 도움을 주는 곤충까지 대량으로 죽일 수 있고, 살충제의 부작용이 숲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게 됩니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을 주는 것이 바로 조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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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막딱다구리 수컷의 뒷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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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미를 애타게 기다리는 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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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를 키우는 중에도 몸 단장을 하는 까막딱다구리.

 

숲에 사는 조류는 번식기에 주로 곤충을 잡아먹기 때문에 식물에게 피해를 주는 곤충이 크게 번성할 경우 이들의 밀도를 적절히 감소시켜 숲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기여합니다. 또한 어떤 조류도 곤충을 완전히 사라지게 하진 않습니다. 모두가 서로 공존하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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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새  부부가 까막딱다구리 둥지를 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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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막딱다구리 둥지로 돌진하는 파랑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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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막딱다구리는 숲의 외과의사입니다. 나무 속에 파고 들어가 피해를 주는 애벌레와 곤충을 다른 조류는 잡아먹기 어렵지만 딱따구리에겐 쉬운 일입니다. 산길을 걷다 보면 죽어 있는 나무줄기가 파헤쳐지고 껍질이 벗겨진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런 흔적은 대부분 딱다구리가 만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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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막딱따구리 둥지를 살피는 파랑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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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지를 들여다 보는 파랑새.

 

나무 속으로 파고 들어간 곤충이 번성하면 그 나무는 병을 앓습니다. 이때 딱다구리가 나타나 외과수술을 통해 그 나무에 사는 곤충을 집중적으로 잡아 먹어 나무가 다시 건강을 회복할 수 있게 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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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지를 침범하려다 안에 까막딱다구리가 있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란 파랑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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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막딱다구리의 공격을 받아 혼비백산  뒤로 물러서는 파랑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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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행랑 치는 파랑새.


까막딱다구리와 같은 대형 딱다구리는 서식을 위해 먹이도 찾을 수 있고 둥지도 만들 수 있는 아름드리 나무가 필요합니다. 과거 숲이 헐벗었던 시기에 서식할 공간을 빼앗긴 까막딱다구리는 한 때 매우 희귀한 종으로 설악산이나 속리산과 같은 울창한 숲에서만 발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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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막딱따구리 둥지 주변의 박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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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작은 딱따구리인 쇠딱다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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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까치로도 불리는 어치.

 

그러나 숲이 서서히 회복되면서 최근에는 자연림을 중심으로 많은 지역에서 까막딱다구리가 발견되고 있습니다.까막딱따구리는 숲이 건강하다는 상징과도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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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색딱다구리

 

까막딱따구리는 수령이 오래 된 소나무, 잣나무, 거제수나무, 신갈나무에 구멍을 파 둥지를 만들지만 요즘엔 목질이 부드러운 은사시나무에 둥지를 트는 것을 자주 발견할 수 있습니다. 힘을 덜 들이고 둥지를 만드는 전략입니다.(■ 관련기사: 꽃가루 골치 은사시나무, 새들에겐 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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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 둥지를 트는 원앙도 까막딱다구리 둥지를 엿본다.

 

까막딱다구리가 쓰던 둥지는 원앙, 파랑새, 하늘다람쥐 등이 이용을 하며, 까막딱다구리는 매년 둥지가 쓸 만하면 손질해서 씁니다. 까막딱다구리는 또 번식기가 되면 속이 빈 고사목을 연속적으로 두들겨 아주 큰 소리를 내어 자기 영역을 알리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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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다람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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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다람쥐도 까막딱다구리 둥지를 이용한다.

 

이런 소리 때문에 이들이 서식하는 곳에 사는 사람들은 까막딱다구리를 흔히 ‘목탁 새’라고도 부르기도 합니다. 전국 어느 숲에서나 우렁찬 새들의 목탁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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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다구리 둥지가 있는 숲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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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숨기고 둥지의 새끼를 보호하는 까막딱다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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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막딱다구리 뒷모습.

 

글·사진 윤순영/ 물바람숲 필진,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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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김포의 재두루미 지킴이. 한강 하구 일대의 자연보전을 위해 발로 뛰는 현장 활동가이자 뛰어난 사진작가이기도 하다.
이메일 : crane517@hanmail.net      
블로그 : http://plug.hani.co.kr/cra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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