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공항 담장 너머에 숨겨진 습지가 있다

윤순영 2012. 06. 18
조회수 37185 추천수 1

서울 강서구 오곡동, 경기도 부천시 고강동 일대 묵논이 자연습지로 복원돼

대중골프장 건설 예정…거액 들여 인공습지 만드는 마당에 도심 습지 훼손해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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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공항 활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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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포공항 담장  너머 오곡습지.

 

우리가 미처 몰랐던 습지가 도심 속, 김포공항 담장 너머에 자리잡고 있었다. 아직 정식 명칭도 없지만 일단 동네 이름을 따 여기서는 오쇠습지, 오곡습지로 부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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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건설 계획으로  매립된 오곡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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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립지 위로 날아가는 여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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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연 새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습지를 매립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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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을 건설하느라 습지가 매립된 곳에는 불법으로 투기한 산업폐기물이 곳곳에 눈에 띈다.

 

삭막한 콘크리트 도심 한 가운데 모습을 드러낸 건 경이롭게도 인공습지가 아닌 자연습지였다. 습지의 물속엔 다양한 수생동물들이 견고한 먹이사슬을 형성하고 있었고 이를 밑거름으로 상위포식자들은 풍요로운 생태계를 이루고 있었다. 또한 산을 끼고 있지 않은데도 고라니, 너구리 같은 포유류와 섬 지방 만큼이나 다양한 맹금류가 서식하는 것이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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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태롭게 남아있는 오곡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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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생식물이 빽빽하게 들어찬 오쇠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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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쇠습지의 부들 군락.

 

습지는 생명의 보금자리일 뿐만 아니라 도시민들에게 오염물질 정화, 탄소 흡수, 재해 예방 등 여러 가지 긍정적인 기능을 한다. 하지만 습지의 중요성이 미처 알려지기도 전에 택지와 도로 건설 등 때문에 도심에서 습지는 거의 사라졌다. 이제 거액을 들여 곳곳에 인공습지를 민들고 있는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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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공항 주변 습지에서 채취한 이탄. 덜 분해된 식물체가 쌓여 만들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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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남은 오곡습지.

 

김포공항 담장 너머엔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99만1735㎡ 면적의  습지가 있다. 그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물론 환경단체, 전문가들조차도 잘 몰랐던 이 습지는 도심에선 거의 사라져가는 자연습지로서 수많은 습지생명들을 품고 있는 건강한 습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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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쇠습지 생태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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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물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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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쇠습지에서 발견된 쇠물닭 알.

 

도심에 이런 건강한 자연습지가 아직 남아 있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 과연 이 습지엔 어떤 생명들이 살아가고 있을까? <EBS> '하나뿐인 지구' 제작진과 함께 이곳 도심 속 자연습지 생태계를 조사했다.

 

모기유충만 바글거리는 도시의 버려진 습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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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지의 물속에 사는 잠자리 유충, 물고기, 우렁이.

 

흔히 도심 속 습지에서 만나는 생명은 모기 같은 곤충의 애벌레가 주를 이룬다. 하지만 도심에서 보기 드문 이 습지는 체로 한번만 떠도 다양한 수생동식물들이 가득하다.

 

어른벌레가 되기 전에 물속 생활을 하는 잠자리 유충과 수면 위를 스치며 나는 밀잠자리, 짝짓기를 하는 왕잠자리와 아시아실잠자리, 큰주홍부전나비도 관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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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실잠자리의 짝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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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잠자리의 짝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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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주홍부전나비 암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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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주홍부전나비 수컷.

 

또한 곤충류에서 상위포식자 구실을 하는 물땡땡이와 먹이 자원이 되는 우렁이와 달팽이, 생태계의 허리인 한국산개구리와 참개구리 올챙이가 살고 있었다. 이 습지의 먹이사슬이 탄탄하게 구성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밖에 참붕어나 조개 몸속에 알을 낳는 흰줄납줄개 같은 물고기도 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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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개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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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개구리 올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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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개구리.

 멸종위기종인 맹금류 황조롱이가 화려한 정지비행을 시작한다. 헬리콥터가 한 자리에 계속 떠 있는 것처럼 현란한 날갯짓으로 먹잇감을 노리기 위한 준비 태세에 들어갔다. 황조롱이 말고도 섬 지방 만큼이나 많은 맹금류들이 이곳 습지에서 목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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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야생동식물 2급 황조롱이의 정지 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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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조롱이가 이곳을 찾아온 이유는 인근에 대장동 평야가 펼쳐져 있어 먹이를 구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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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새인 개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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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개 개~ 라는 울음소리 때문에 개개비라고 이름 붙여진 녀석은 번식기를 맞아 갈대숲을 시끄럽게 만들어 놓는다. 강한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에서도 떨어지는 법이 없다. 놀이기구를 타듯 바람을 즐기는 갈대타기의 명수이다. 매우 드물게 보이는 쇠찌르레기도 관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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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찌르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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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시 대장동 평야.

농경지와  습지로 인해 주변 마을까지도 건강한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도시를 떠났다는 제비가 올해 100여 마리가 경기도 부천시 대장동 마을을 찾아왔다. 도심에 처마가 있는 옛 가옥이 남아 있어 번식이 가능하다. 도시 속 농촌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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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시 대장동 마을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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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 한 대가 지나갈 정도로 좁은 골목길이 있는 대장동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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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랫줄에 앉아 있는 제비 새끼들. 도시에서 보기 힘든 정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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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지엔 흰뺨검둥오리, 청둥오리, 쇠물닭, 중백로, 왜가리, 해오라기, 대백로 등 여러 종류의 새가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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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뺨검둥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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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둥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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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백로(앞)와 왜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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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지로 내려앉는 해오라기. 머리 뒤로 늘어진 댕기깃이 두드러진다.


지난 3월에는 서울 강서구 오곡동 농경지에 가장 보호등급이 높은 새인 황새가 이동 중에 머물다 갔고 해마다 쇠부엉이가 찾아와 월동을 한다. 서울의 생물다양성과 생태계 측면에서 연구할 가치가 높은 곳이다.


경인 아라뱃길로 인해 고촌면 신곡리 평리 평야가 훼손되면서 그곳에 서식하던 재두루미가 서울 강서구 오곡동 골프장 예정지와 경계 지역인 경기 부천시 대장동 평야로 자리를 옮겨 겨울을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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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오곡습지 주변에서 먹이를 먹는 멸종위기야생동물 1급 황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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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야생동물 2급 쇠부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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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인천, 부천시를 넘나드는 멸종위기야생동물 2급 재두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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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평야의 재두루미 무리. 이 옆에 오곡습지와 오쇠습지가 있다.

  

20여년 전 농사 중단한 묵논이 습지로…애초 습지 흔적인 이탄층 발달

경기도 부천시 오쇠동은 부천시로 편입되기 전 김포시였다. 이곳도 김포평야에 속하는 곳으로 한강이 범람한 충적평야가 오랜 세월을 두고 형성되었던 곳이다.


논농사를 짓던 곳이지만 20여 년간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으면서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되돌아가 유지될 수 있었다. 애초 논농사를 짓기 전 이곳은 물이 풍부한 습지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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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실잠자리.

 

이곳은 지대가 낮은데다 물을 머금는 이탄 층 토양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습지가 발달할 수 있었다. 비가 오면 스펀지처럼 물을 빨아 들였다가 가물면 물을 내뿜어 언제나 촉촉한 땅으로 유지된다. 그래서 생명을 잉태하고, 생명을 품는 건강한 자연습지로 유지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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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마르지 않는 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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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쇠습지에서 자연산 미나리를 채취하기 위해 걸어둔 가방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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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취한 미나리가 자루에 가득하다.

 

지난날 연료가 부족할 때 이탄층을 파내 말려서 김포지역에서 많이 사용하기도 했다. 20년째 농사를 짓지 않고 묵히자 습지가 자연적으로 되살아나 지금 아주 건강한 자연습지의 모습을 띠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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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백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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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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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풀 사이 흰뺨검둥오리 새끼와 어미.

 

도심을 위로할 생명의 땅,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다

 

습지는 물을 머금는 댐이기도 하며 울창한 숲보다 탄소를 저장하는 능력이 뛰어난 탄소저장고이기도 하다. 습지가 가져다 주는 이런 다양한 선물에도 습지는 끊임없이 사라지고 있다. 오곡습지와 오쇠습지도 예외가 아니다.

 

공항 관할 국유지 99만5896㎡, 서울 강서구 오곡동(오곡습지)과 경기 부천시 고강동(오쇠천 습지) 일대에 대규모 대중골프장이 들어설 계획이다.
이미 많은 습지가 매립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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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립으로 사라진 오곡습지의 황량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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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립 이후 쌓이는 쓰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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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립지 너머 김포공항이 보인다.

 

공항 쪽은 습지로 인해 새와 비행기의 충돌위험이 더 커진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1930년대 김포공항이 들어선 이후 새와의 충돌과 일어난 큰 사고는 없다. 애초 공항이 들어선 자리는 평야지대로 수 많은 철새들의 낙원이였다.

 

오히려 한강과 서해로 오가는 철새들은 공항이 아니라 인천시 계산동 계양산과  김포공항 사이 부천시 대장동평야를 이동 경로로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곳에 골프장이 들어서면 초지로 인해 새는 여전히 모여들어 공항의 안전을 위한다는 주장은 무색해진다. 또 차량과 사람들이 자주 드나들어 새들이 쉬거나 먹이를 먹지 못하게 되면 새들은 오히려 공항 쪽까지 날아갈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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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음기 총을 갖고 공항 내부에 새를 쫒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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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의 야간 조명에 이끌린 곤충을 먹기 위해 야행성 조류인 소쩍새, 큰소쩍새, 솔부엉이가 모이고 상위 포식자인 수리부엉이까지 출현 할 수 있다. 또 골프장의 잔디를 깎을 때마다 곤충이나 애벌레들이 드러나 새들을 불러들이는 구실을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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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야생동물 2급 수리부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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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야생동물 2급 소쩍새.

 

현재는 물론 앞으로 후손들에게도 소중한 땅인 습지를 없애는 것만이 유일한 선택일까? 뒤늦게 발견된 도심 속 자연습지을 바라보는 마음이 안타깝다(오쇠, 오곡습지의 생태계를 소개하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 2012년 6월18일 밤11시10분 <EBS> TV를 통해 방영된다).

 

글·사진 윤순영/ 한겨레 물바람숲 필진,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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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김포의 재두루미 지킴이. 한강 하구 일대의 자연보전을 위해 발로 뛰는 현장 활동가이자 뛰어난 사진작가이기도 하다.
이메일 : crane517@hanmail.net      
블로그 : http://plug.hani.co.kr/cra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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