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는 고대 개' 뉴기니서 야생종 발견

조홍섭 2020. 09. 17
조회수 21958 추천수 0
`늑대+고래’ 독특한 울음 특징…4천m 고원지대 서식, ‘멸종’ 50년 만에 확인

d1.jpg » 세계에서 가장 오랜 개, 가장 희귀한 개로 꼽히는 뉴기니 고원 야생 개의 모습. 노래하는 개의 야생 원종임이 밝혀졌다. 뉴기니 고산 야생 개 재단 제공.

오래전부터 호주 북쪽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섬 뉴기니에는 독특한 울음소리의 야생 개가 살았다. 얼핏 늑대의 긴 울음 같지만 훨씬 음색이 풍부하고 듣기 좋아 ‘늑대 울음과 혹등고래 노래를 합친’ 것 같았다. 수천 년 동안 이 개와 살아온 원주민들은 ‘고원 야생 개’로 불렀지만 유럽인들이 ‘노래하는 개’로 부른 이유였다.
 

노래하는 개는 사촌뻘인 오스트레일리아의 야생 개 딩고와 비슷하다. 딩고는 3500∼1만2000년 전 사이 원주민이 데리고 간 개가 야생화한 것이다. 뉴기니와 호주는 빙하기 때 해수위가 낮아지면서 육지로 연결됐다. 가장 오랜 개인 노래하는 개와 딩고는 동아시아에서 기원해 오세아니아로 퍼져 나간 개의 가축화 과정에 관한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

그러나 1970년대 이후 노래하는 개는 야생에서 자취를 감췄다. 붙잡아 기르던 8마리가 미국으로 보내져 현재 근친교배로 불어난 200∼300마리가 동물원 등에서 보호받고 있을 뿐이다.

d2.jpg »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보호센터에 있는 노래하는 개.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뉴기니의 고원지대에서 수수께끼의 야생 개를 보았다는 이야기가 원주민들 사이에 전해졌다. 해발 4000m 이상의 고산지대 초원에 살며 극도로 사람을 피하는 데다 영리해 좀처럼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2016년 본격 탐사가 이뤄지기 전 이 고원 야생 개를 찍은 사진은 단 2장에 지나지 않을 정도였다.

이 고원 야생 개가 노래하는 개의 조상인지 같은 종인지, 또는 마을에서 도망친 개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2016년 파푸아 대와 뉴기니 고원 야생 개 재단이 주도한 탐사대는 뉴기니 서쪽 인도네시아 쪽 푼카크 자야 산에서 15마리의 고원 야생 개 사진을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2018년 후속 탐사에서는 야생 개 3마리로부터 혈액을 채취해 유전자 분석이 가능해졌다.

d2-1.jpg » 2018년 탐사대가 발견한 고원 야생 개 3마리의 모습. 극도로 수줍음을 타고 영리해 좀처럼 보기 힘들다. 수르바크티 외 (2020) PNAS 제공.

수리아니 수르바크티 인도네시아 센데라와시 대 생물학자 등 국제 연구진은 1일 ‘미 국립학술원 회보’(PNAS)에 실린 논문에서 “유전자 분석 결과 고원 야생 개는 노래하는 개의 야생 원종으로 밝혀졌다”며 “50년 동안 멸종한 것으로 알려진 뉴기니의 노래하는 개는 야생에서 멸종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고원 야생 개는 동물원 등에서 기르는 노래하는 개보다 유전적 다양성이 훨씬 풍부했다. 동물원의 개들은 수십 년 동안의 근친교배로 유전적으로 단순해졌고, 장기적으로 멸종이 우려됐다. 

연구에 참여한 헤이디 파커 미 국립게놈연구소 박사는 “고원 야생 개와 뉴기니 노래하는 개는 유전체 염기서열이 매우 비슷해 사실상 하나의 품종이라고 할 수 있다”고 이 연구소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d3.jpg » 이번에 원종으로 확인된 고원 야생 개(연두색 화살표)와 다른 고대개 품종 사이의 유전적 거리. 수르바크티 외 (2020) PNAS 제공.

고원 야생개 또는 뉴기니 노래하는 개와 유전적 거리가 가까운 개 품종은 차우차우, 아키타, 시바, 샤페이, 알래스카 말라뮤트, 그린란드 썰매 개, 시베리안 허스키 등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모두 고대 품종의 개이다. 

연구에 참여한 얼레인 오스트란더 미 국립게놈연구소 박사는 “이들 고대 개, 원형 개에 관해 알게 되면 현대 개 품종과 개 가축화 역사에 대해서도 새로운 사실을 찾는 데 도움이 된다”며 “나아가 개에 관한 지식은 결국 사람에 관한 지식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연구자들은 장차 고원 야생 개를 ‘새 피’로 활용해 뉴기니 노래하는 개를 장기간 보전시설에서 증식하는 과정에서 잃어버린 유전적 다양성을 보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d4.jpg » 뉴기니 노래하는 개는 딩고보다 몸집이 약간 작지만 유연해 나무를 타고 외톨이 생활을 한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뉴기니 노래하는 개는 딩고보다 몸집이 약간 작아 키 31∼46㎝에 몸무게 9∼14㎏이며 뾰족한 귀와 길고 북슬 한 꼬리를 지녔다. 몸이 유연해 나무를 탈 수 있고 무리를 짓지 않고 홀로 또는 짝을 지어 유대류, 쥐, 새 등을 사냥한다. 

인용 저널: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DOI: 10.1073/pnas.2007242117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태평양 심해저 산맥서 최대 규모 장어 서식지 발견태평양 심해저 산맥서 최대 규모 장어 서식지 발견

    조홍섭 | 2020. 11. 24

    3천m 해산에 ㎢당 수만 마리 서식 추정…최대 심해저 광산, 생태계 보전 과제로태평양 한가운데 심해저에 솟은 산꼭대기에서 심해 장어가 ㎢당 수만 마리의 고밀도로 서식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사실은 지구 해저의 75%를 차지하는 심해저 생...

  • ‘마당을 나온 암탉’은 박새의 도움이 필요해‘마당을 나온 암탉’은 박새의 도움이 필요해

    조홍섭 | 2020. 11. 23

    가축인 닭도 다른 야생동물 경계신호 엿들어…첫 실험 결과장편동화와 애니메이션 영화로 인기를 끈 황선미의 ‘마당을 나온 암탉’은 양계장을 탈출한 암탉 ‘잎싹’이 족제비와 용감하게 싸우며 아기 오리를 기르는 과정을 감명 깊게 그렸다.&nbs...

  • ‘거제 미스터리’…민물새우는 왜 밤새 물밖으로 행진했을까‘거제 미스터리’…민물새우는 왜 밤새 물밖으로 행진했을까

    조홍섭 | 2020. 11. 19

    수천 마리 줄새우·징거미새우 줄지어 상류로…타이서는 ‘새우 대행진’ 관광 상품으로아가미로 호흡하는 민물새우가 물 밖에서 줄지어 이동하는 진귀한 행동이 경남 거제도에서 발견됐다. 소하천의 농사용 보를 거슬러 올라 수천 마리의 줄새우와 징...

  • 바이칼물범은 동물플랑크톤을 하나씩 먹는다바이칼물범은 동물플랑크톤을 하나씩 먹는다

    조홍섭 | 2020. 11. 17

    매일 옆새우 4천여 마리 하나씩 잡아먹어…가장 맑은 호수서 물범 10만 마리 사는 비결시베리아 중남부에 있는 바이칼 호는 세계에서 가장 깊고 담수량도 많은 경상도만 한 민물 호수이다. 2500만년 전 형성된 이 호수는 2500종에 이르는 동물의 ...

  • 뾰족 부리 황새치와 환도상어가 만나면뾰족 부리 황새치와 환도상어가 만나면

    조홍섭 | 2020. 11. 12

    지중해서 부리 찔려 죽은 상어 발견…“부족한 먹이 두고 거대 포식자 경쟁 결과” 추정바다 표면을 빠른 속도로 헤엄치며 먹이를 찾는 황새치는 창처럼 뾰족하게 튀어나온 주둥이 부리가 인상적인 거대 물고기이다. 길이 4.5m 무게 650㎏에 이르는...

최근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