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설원의 다람쥐, ‘도토리 점심’만 먹을까?

조홍섭 2020. 09.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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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북극토끼 사체 청소동물 24종, 4종의 다람쥐 포함 

ra1.jpg » 아메리카붉은다람쥐는 여름에 침엽수 열매를 주로 먹지만 겨울에는 눈덧신토끼의 사체를 종종 탐식한다. 위키미디어 코먼스(왼쪽), 피어스 외 (2020) ‘동물생태학 저널’ 제공.

캐나다 북서부 유콘 준주의 방대한 침엽수림에서 눈덧신토끼는 스라소니 등 포식자들에게 일종의 기본 식량이다. 눈에 빠지지 않도록 덧신을 신은 것처럼 두툼한 발을 지닌 이 토끼는 8∼11년을 주기로 밀도가 수백 배 바뀌는데, 많을 때는 이곳 척추동물 생물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북극 토끼는 살아있을 때뿐 아니라 죽어서도 이곳 생태계 먹이그물에서 중요한 구실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캐나다 앨버타대 마이클 피어스 박사 등 연구자들은 2015년부터 4년 동안 독특한 실험을 했다.

ra2.jpg » 두툼한 발의 눈덧신토끼는 타이가 침엽수림 생태계에서 주요 먹이동물이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자동차 사고 등으로 죽은 눈덧신토끼 98마리를 침엽수림 곳곳에 1㎞ 이상 간격을 두고 배치하고 적외선을 감지하는 무인탐지카메라를 설치해 어떤 청소동물이 접근하는지 조사했다. 1년 중 10월부터 5월까지 완전히 눈에 덮이고 2월 평균 온도가 영하 14도인 이곳에서는 죽은 동물도 소중한 자원임이 드러났다.

‘동물생태학 저널’ 최근호에 실린 이들의 논문을 보면 사체를 놓은 지 대부분 하루쯤 지난 뒤 청소동물이 나타났다. 가장 자주 출현한 동물은 조류 가운데는 어치, 까마귀, 까치 순이었다.

ra3.jpg » 북미에 널리 분포하는 아메리카붉은다람쥐는 청소동물이기도 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포유류 가운데 가장 흔한 방문자는 놀랍게도 아메리카붉은다람쥐로 절반 이상의 사체에 출현했다. 캐나다스라소니가 뒤를 이었다.

북미 침엽수림에 널리 분포하는 이 다람쥐는 솔방울 등 침엽수 열매가 주식이다. 그러나 토끼 사체를 마다치 않았다. 스라소니가 토끼 먹잇감이 줄어들수록 사체에 더 많이 의존하는 것과 달리 이 다람쥐는 솔방울 생산량이 많든 적든 상관없이 사체를 찾았다.

ra4.jpg » 토끼 사체를 먹는 것으로 밝혀진 미니머스줄무늬다람쥐.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아메리카붉은다람쥐뿐 아니라 사촌뻘인 다른 다람쥐 종도 토끼 사체를 주기적으로 찾았다. 북극땅다람쥐, 미니머스줄무늬다람쥐, 북미하늘다람쥐가 그들이었다. 사체를 찾은 동물은 모두 24종에 이르렀다.

피어스 박사는 “이처럼 다양한 종의 청소동물이 사체 주변에 모인 것은 본 적이 없다”며 “먹잇감이 되는 동물의 개체수는 이들을 잡아먹는 직접적인 포식자뿐 아니라 사체를 먹는 다양한 동물에게도 중요하기 때문에 먹이그물에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훨씬 복잡한 영향을 끼친다”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ra5.jpg » 동족 사체를 먹는 눈덧신토끼. 피어스 외 (2020) ‘동물생태학 저널’ 제공.

이번 연구에서 흥미로운 건  눈덧신토끼 사체를 자주 찾은 포유류는 다람쥐와 스라소니 다음으로 동족인 눈덧신토끼라는 사실이다. 피어스 박사는 이전 연구에서 눈덧신토끼가 먹을 것 없는 추운 겨울 동족 토끼는 물론 뇌조 등 다른 동물 사체를 탐식한다는 사실을 밝힌 바 있다(북극토끼는 청소동물, 스라소니와 동족 사체 먹어). 

인용 저널: Journal of Animal Ecology, DOI: 10.1111/1365-2656.13275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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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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