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꼭 숨은 강변습지들 대운하에 휩쓸릴 판

조홍섭 2008. 10. 23
조회수 21162 추천수 0

‘생태계의 보고’ 남한강변 습지 둘러보니

 

두모소 부처울 여우섬 등 이름만큼 경관 빼어나
중·하류 모두 56개 습지 중 11곳 보전가치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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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늪구비, 두모소, 부처울, 여우섬….

 

홍수에 쓸려온 모래와 자갈이 쌓이고, 그 위에 풀과 나무가 자라면서 생겨난 남한강의 강변습지 이름이다. 서식지가 다양하고 먹이가 풍부해 생태계가 살아있고, 아름다운 강변 경관이 펼쳐지는 곳이다.

 

지난 5일 경부운하가 건설되면 사라질 남한강의 강변습지들을 둘러봤다.

 

여주갑문이 들어설 경기도 여주군 양촌리에는 남한강 중·하류의 전형적인 자연습지가 펼쳐져 있다. 부처울 습지는 이천시를 관통한 복하천이 남한강과 만나 힘을 잃고 실어 나르던 토사를 부리면서 형성됐다. 갯버들과 갈대가 무성한 거대한 모래톱 안에는 크고 작은 늪지 형태의 웅덩이가 펼쳐져 있다. 환경부는 가장 보존가치가 큰 남한강 습지로 두모소, 물굽이 습지와 함께 부처울 습지를 꼽는다.

 

신륵사를 지나 여주군 북내면 천송리에 이르면 정부가 한 번도 생태조사를 하지 않은 강변 습지가 펼쳐진다. 금당천이 흰 백사장과 누런 덤불숲 사이를 구불거리며 흐르다 남한강의 여울로 섞여든다. 제방 위에 널린 너구리의 배설물이 생태계가 살아있음을 보여줬다.

 

삼각주 하중도 띠습지 등 세 가지 종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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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동고속도로가 지나는 남한강교를 벗어나면서 상류 쪽으로 본격적인 강변습지가 나온다. 제법 넓은 모래사장이 펼쳐져 있는가 하면 갈대밭과 갯버들 뗏장 사이에서 갑자기 웅덩이가 나타나기도 한다.

 

하천습지로는 장항습지 등 한강하구와 우포늪 등 낙동강 하구가 널리 알려졌다. 그러나 남한강에도 일반인에게 덜 알려졌지만 강변습지가 여럿 있다. 환경부는 지난 2002년 전국 내륙습지 실태조사 결과 충주댐 이남의 남한강 중·하류에는 모두 56개의 습지가 있으며 이 가운데 11곳의 보전가치가 높다고 평가한 바 있다.

 

남한강의 습지에는 세 가지 형태가 있다. 지천이 합류하는 곳에 형성되는 삼각주 형태와 강 속 섬인 하중도, 그리고 강변을 따라 띠처럼 이어지는 습지가 그것이다.

 

청미천이 흘러드는 남한강 일대에는 애초 커다란 섬이 있었다. 그러나 홍수로 쓸려온 토사가 섬 뒤편을 메우면서 섬은 육지가 됐다. 기다란 호수가 옛 강 길의 흔적으로 남았다. 여주군 굴암리의 바위늪구비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관목 숲과 억새가 가로 세로 약 1㎞의 강변을 뒤덮고 있고 그 가운데 길이 750m, 폭 250m의 호수가 자리 잡았다. 모래톱에서 번식하는 희귀 민물거북인 남생이가 살지만, 골재채취와 낚시꾼, 군부대의 숙영활동이 이들을 위협하고 있다.

 

경기 강원 충북 만나는 세물머리…‘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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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2㎞쯤 상류로 오르면 이른바 ‘세물머리’가 나온다. 청미천, 섬강, 남한강이 경기, 강원, 충북과 함께 여기서 만난다. 물이 크게 굽이치면서 청미천 하구에서부터 방대한 강변습지가 펼쳐져 있다.

 

하천이 합류하는 곳엔 여울과 소가 어우러져 수심이 다양하고 하상도 모래와 자갈 또는 펄이 가라앉는 등 여러 가지다. 플랑크톤과 수서곤충, 물고기 등도 다채롭게 서식한다. 강변에 고인 늪과 식생대까지 어울려 생태계가 살아있다.

 

이경재 서울시립대 조경학과 교수는 “이 합류지점은 남한강 가운데서도 습지 생태계가 가장 잘 발달했을 뿐만 아니라 경치가 아름다워 보존가치가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일대는 경부운하의 강천갑문 예정지여서 습지파괴가 불가피하다.

 

여기서부터 충주와 원주의 경계를 흐르는 남한강은 밋밋한 직선구간이지만 강변을 따라 늘어선 기다란 강변습지들이 절경을 이룬다.

 

최근 7~8회에 걸쳐 경부운하 예정지 답사단을 이끌고 남한강 일대를 안내한 이항진 여주환경운동연합 집행위원장은 “참가자들이 ‘반대하는 사람만 와서는 안 되겠다’고 한다”며 “한 대학생은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란 노랫말의 느낌을 알게 됐다’고 말하더라”고 전했다.

 

평소엔 보였다가 물 불어나면 사라지곤 해 여우섬

 

하중도이다가 조내늪으로 남겨두고 육지로 바뀐 비내섬 습지에 이어 하중도인 하청습지와 여우섬 습지가 차례로 나타난다. 하중도인 여우섬은 아마 보통 때 보이다 물이 불어나면 사라져 그런 이름을 얻었을 것이다. 강바닥에 징검다리처럼 늘어선 암석 위에는 비오리 등 철새들이 까맣게 앉아 있다.

 

목계나루터를 지나 충주 조정지 댐에 이르기까지 강물은 다시 한 번 크게 굽이친다. 홍수 때마다 물길이 달라지면서 두모소 습지, 장자늪 등 배후습지들이 이어진다.

 

종교인 생명평화 100일 도보순례에 참여 중인 명호 생태지평 연구원은 “남한강에 지도에도 나와 있지 않은 크고 작은 습지와 모래톱이 많이 있음을 확인했다”며 “운하가 만들어지면 미처 알려지기도 전에 아까운 강변습지가 모두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여주·충주·원주/글·사진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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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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