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엔 늦가을과 늦봄 두 계절만 있다

조홍섭 2020. 10.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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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엔 바이러스 감염 대응…‘겨울잠’ 단백질도 많아져

512-1.jpg » 늦가을은 늦봄과 함께 우리 몸이 겪는 중요한 생물학적 환절기이다. 바이러스 감염 등에 대항해 1000가지가 넘는 분자 차원의 변화가 이때 일어난다. 연합뉴스

온대지역에 사는 사람이라면 4계절은 가장 분명한 환경 변화이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 몸은 4계절이 아닌 2계절을 산다는 사실이 분자 차원의 추적 연구결과 밝혀졌다.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자들은 샌프란시스코 만에 사는 주민 105명을 대상으로 4년 동안 해마다 4번씩 혈액을 채취·분석해 이런 결과를 얻었다고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밝혔다.

연구에 참여한 마이클 스나이더 이 대학 유전학과 교수는 “우리는 4계절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우리 몸이 생물학적으로 이 규칙을 따르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서 사람 몸속의 분자 조성이 어떻게 변하는지 추적해 생물학적인 계절이 몇 개나 있나 알아봤다”고 연구 배경을 설명했다. 

그 결과 계절적으로 달라지는 1000가지 이상의 분자 차원의 변화가 발견됐다. 연구자들은 해마다 두 시기를 핵심축으로 이들 변화가 일어난다고 밝혔다. 

하나는 늦가을∼초겨울 사이이고 다른 하나는 늦봄∼초여름 사이였다. 스나이더 교수는 “그 시기가 바로 환경과 우리 몸에서 변화가 일어나는 중요한 환절기”라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512 (1).jpg » 온대지역에 사는 사람은 4계절을 살지만 우리 몸엔 두 계절밖에 없다. 세일러니 외 (2020) ‘네이처 커뮤니케이션’ 제공.
  
논문을 보면 늦가을 우리 몸에는 바이러스 감염과 대항해 싸우는 면역 분자들이 증가한다. 혈압도 이 시기를 계기로 높아졌다. 연구자들은 또 여름에 개선됐던 여드름을 겨울에 악화시키는 물질도 확인했다. 

흥미롭게도 겨울잠을 자는 포유류에서 이 시기 많이 발현되는 단백질이 사람에게도 늦가을에 더 많이 나타났다. 이 단백질은 신진대사를 억제하고 에너지 저장을 극대화하는 작용을 한다.

꽃가루가 날리기 시작하는 늦봄 환절기에 우리 몸에는 알레르기로 인한 면역반응과 관련된 단백질이 피크에 이르렀다. 이 시기에는 또 류머티스성 관절염, 발암과 관련한 단백질도 연중 가장 높은 수준으로 발현됐다.

당뇨병 위험을 가리키는 단백질인 HbA1c는 겨울에 높다고 알려진 것과 달리 늦봄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구자들은 “헤모글로빈의 일종인 이 단백질은 석 달쯤 전의 식생활을 반영한다”며 “연말의 폭식과 겨울철 운동부족이 늦봄의 높은 수치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개인의 몸에서 벌어지는 변화를 분자 차원에서 안다면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을 증진하기 위한 전향적 대책을 세울 수 있다. 스나이더 교수는 “만일 봄철 혈액검사에서 HbA1c가 높게 나왔다면 겨울에 운동을 더 열심히 해야 수치가 떨어지리라는 걸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인용 논문: Nature Communications, DOI: 10.1038/s41467-020-18758-1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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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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