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가짜 거북 알’로 불법 유통망 추적

조홍섭 2020. 10.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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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타리카서 현장 시험 성공, 1시간마다 위치 정보 전송

t1.jpg » 코스타리카 해안에서 알에서 깬 푸른바다거북 새끼가 바다로 달려가고 있다. 이 거북 알은 계절 별미로 인기가 커 불법 채집이 성행한다. 파소 파시피코 제공.

입체(3D) 프린터로 만들어 겉모습은 진짜와 똑같고 안에는 위성 위치추적 장치를 넣은 가짜 거북 알이 개발돼 불법 채취꾼을 잡고 유통망을 파악하는 데 쓰일 수 있게 됐다. 

중미 코스타리카의 환경단체 파소 파시피코는 이 모조 거북 알을 만들어 현장시험에 성공했다고 6일 밝혔다. 이 내용은 이날 발간된 과학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논문으로 실렸다.

연구자들은 이 모조 거북 알을 코스타리카 4개 해안의 바다거북 둥지 101곳에 하나씩 배치했는데 이 가운데 25%가 불법 채취꾼의 손에 들어갔다. 이 가운데 5개의 모조 알이 어떤 유통경로를 거쳐 소비자에게 팔려나갔는지가 매시간 보내오는 위치정보를 통해 드러났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t2.jpg » 가짜 거북 알의 모습. 탁구공처럼 생겼고 안에는 위성 위치추적 장치가 들어있어 1시간마다 위치정보를 보내온다. 파소 파시피코 제공.

가장 짧은 유통경로는 해안에서 불과 25m 떨어진 사유지로 간 것이었고 2㎞ 떨어진 술집으로 향한 것도 있었다. 알은 대부분 해변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소비됐다.

가장 멀리 이동하고 그 과정에서 유통경로가 샅샅이 밝혀진 것은 내륙으로 137㎞ 떨어진 곳에 이르는 경로였다. 해변에서 이틀에 걸쳐 한 슈퍼마켓 하역장으로 옮겨진 알은 이튿날 한 주거지에서 마지막 신호를 보냈다.

연구자들은 “코스타리카에서는 행상이 집집이 다니며 거북 알을 팔기 때문에 이 슈퍼마켓이 불법 채집자와 판매자를 잇는 거점일 가능성이 크다”고 논문에서 밝혔다.

512 (3).jpg » 가짜 거북 알과 위치 추적 결과. A는 올리브각시바다거북의 알과 구별이 어려운 가짜 알(아래 왼쪽)을 보여준다. F는 최장거리 유통 경로, I는 올리브각시바다거북의 산란 모습이다. 헬렌 페지 외 (2020) ‘커런트 바이올로지’ 제공.

거북 알 채집은 불법으로 둥지를 훼손하면 530달러의 벌금을 물리지만 이 지역에서는 식당과 술집, 개인에게 계절 별미로 팔린다. 연구자들은 이번 연구가 불법 유통망에 관한 정보와 단속의 증거물로 쓰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모조 알로 직접 얻는 정보 말고도 주민의 제보도 얻을 수 있었다. 해변에서 43㎞ 떨어진 개인 집에서 마지막 신호가 온 한 모조 알을 분해한 사진이 11일 뒤 연구자에게 왔는데 어디서 거북 알이 얼마나 거래되는지를 알 수 있는 사진 자료도 첨부됐다.

연구 책임자인 헬렌 페지 영국 켄트대 생물학자는 “대부분의 알이 인근 지역에서 발견된 데서 보전 노력이 지역사회의 인식 증진과 단속 강화에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자들은 모조 알이 다른 나라의 거북은 물론 악어와 새 등의 보전에도 응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인용 논문: Current Biology, DOI: 10.1016/j.cub.2020.08.065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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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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