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3000만년 전 중국, 폼페이 최후 날처럼

조홍섭 2014. 0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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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과 원시 새, 뜨겁고 건조한 화산재에 갇힌 채 호수 바닥에 묻혀

화산재 틀 속에서 조직과 피부 등 완벽하게 보존…중국 랴오닝 서부서 출토

 

py6.jpg » 중국 랴오닝성의 제홀 화석산지에서 출토된 깃털 달린 공룡의 완벽하게 보존된 화석. 이곳의 잘 보존된 화석은 화쇄 난류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위키미디어 코먼스

 

한반도와 중국 동북부 일대가 공룡의 천국이던 중생대 백악기 초(1억3000만~1억2000만년 전)는 화산활동이 왕성한 시기였다. 곳곳에 화구호가 만들어지고 화산분출이 이어졌다. 중국 서부 랴오닝의 화산지층에는 세계적으로 이 시기의 화석이 잘 보존된 유명한 화석 산지가 있다.
 

‘제홀 화석 산지’로 불리는 이곳에서는 완벽하게 보존된 식물, 곤충, 수서 곤충, 물고기, 개구리, 도롱뇽, 거북, 도마뱀, 공룡, 익룡, 새, 포유류의 화석이 발견되고 있다. 특히 골격뿐 아니라 화석으로 잘 남지 않는 물고기 부레, 눈동자, 근육, 피부 같은 부드러운 조직도 잘 보존돼 있고 비늘, 깃털, 털 등도 남아있어 고생물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곳이다.
 

각층마다 다양한 동물의 화석이 들어있는데, 어떤 층에는 한 종이 1000개체 이상 발견되기도 하는 등 떼죽음의 흔적을 보여준다. 원시 새의 일종은 최고 1~2㎡에 한 마리꼴로 밀집해 있기도 한다.
 

py5.jpg » 제홀 화석 산지에서 발견된 잘 보존된 민물고기 화석. 사진=위키미디어 코먼스

 

그런데 제홀 화석 산지에는 미스터리가 있다. 물에 사는 동물과 뭍에 사는 동물의 화석이 같은 지층에 나란히 묻힌 채 발견되곤 하는 것이다. 이 화석들이 잦은 화산활동으로 떼죽음해 생겼다는 데에는 고생물학계의 의견이 일치한다. 그런데 어떻게 물고기와 새가 똑같이 온전한 상태의 화석으로 발견될 수 있는지는 수수께끼로 남아있다.
 

화산재에 파묻힌 육상 동물의 주검이 호수로 쓸려 들어가 물고기와 함께 화석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탁류에 휩쓸려 내려가는 과정에서 그 주검은 큰 손상을 입기 마련이다.
 

아니면 요즘도 벌어지는 일이지만, 호수 위를 날던 새들이 화산폭발 가스에 질식해 물에 떨어진 직후 호수바닥에 가라앉아 묻히면 온전한 화석이 될 수 있다. 제홀 화석 산지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py1.jpg » 제홀 화석 산지 화산재에 묻혀있는 백악기 동물들의 자세. (a) 공룡의 일종, (b) 원시 새가 누워있는 자세, (c) 원시 새의 옆 모습. 사진=장 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중국과 미국 연구진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이들은 제홀의 화석을 정밀 분석한 결과 화산폭발의 충격으로 죽은 육상 동물이 화산재에 묻힌 상태로 호수에 떠밀려가 가라앉아 화석이 됐다고 결론 내렸다.
 

다시 말해 79년 로마의 도시 폼페이와 같은 일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당시 폼페이에서는 400도의 고온에 미세한 화산재가 화쇄 난류를 형성해 도시를 덮쳤다.
 

사람들은 대피할 틈도 없이 화쇄 난류에 휩싸였는데, 고운 화산재가 주검을 둘러싸 일종의 주형을 형성하면서 마치 조각처럼 살아있던 모습 그대로 굳었다.
 

Lancevortex_Pompeii_Garden_of_the_Fugitives_02.jpg » 화쇄난류로 떼죽음한 폼페이 시민의 모습. 사진=란스보르텍스, 위키미디어 코먼스

 

연구진은 중국 제홀에서도 마그마가 지하수와 만나 격렬한 폭발을 일으키면서 화산재와 뜨거운 가스가 뿜어져 나왔는데 이때 죽은 동물들이 고운 화산재에 갇힌 상태에서 호수로 쓸려 들어간 뒤 호수 바닥에서 물고기 등 다른 수생 생물과 함께 묻혀 화석이 됐다고 설명했다.
 

뜨겁고 건조하며 산성인 미세 화산재가 주검을 태워 탄소로 만들었고 부드러운 조직을 미라처럼 변형시켰기 때문에 완벽한 형태를 간직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py2.jpg » 동물 화석 주변 퇴적층의 모습. 화석 아래 층이 불규칙하게 변형되어 있는 반면 화석 위는 고르게 쌓여있어 화석이 외부에서 유입됐음을 보여준다. 사진=장 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py3.jpg » 화석 동물의 골격이 화쇄 난류의 영향으로 손상된 부분. 사진=장 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연구진은 고온에 탄화된 식물체와 동물뼈 조직의 변형, 죽은 뒤 근육과 힘줄이 움츠러든 것을 보여주는 동물 화석의 골격 모습 등을 그런 추론의 증거로 제시했다. 이 연구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4일치에 실렸다.
 

한편, 폼페이 유적 전문가인 자넷 몽그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인류학자는 이 연구 내용을 소개한 <사이언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연구 결과가 확실한 것 같다. 중국의 화석에서 나타나는 균열의 양상은 고온에 노출된 골격에서 전형적으로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Jiang, B. et al. New evidence suggests pyroclastic flows are responsible for the remarkable preservation of the Jehol biota. Nat. Commun. 5:3151, doi: 10.1038/ncomms4151 (2014).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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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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