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리, 1만4000~1만8000㎞ 바닷길 오간다

조홍섭 2009. 07.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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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남부~몰디브~아프리카 동·남부까지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부터 대 이어 날갯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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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갠 여름 하늘을 채우는 된장잠자리는 우리나라에서도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잠자리이다.
 
무리지어 날아다니고 때로는 하늘 높이 날기도 해 ‘방랑하는 글라이더’란 영문 이름을 지닌 이 잠자리가 큰 무리를 지어 주기적으로 대양을 건넌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몰디브의 생물학자인 찰스 앤드슨은 학술지 <열대 생태학> 온라인판 최신호에 실린 논문 “잠자리는 서부 인도양을 철 따라 이주하는가?”에서 이렇게 밝혔다.
 
인도 남서쪽의 산호 군도인 몰디브에는 잠자리가 번식할 수 있는 담수가 전혀 없다. 그런데도 해마다 10월과 5월이 되면 수백만 마리의 된장잠자리가 떼지어 섬에 몰려드는 이유를 저자는 오랫동안 추적했다.
 
그는 인도와 몰디브, 아프리카에 잠자리가 나타나는 시점과 선박에서의 관찰결과 등을 종합해, 된장잠자리가 인도 남부에서 몰디브를 거쳐 아프리카 동부와 남부까지 왕복 여정 1만 4000~1만 8000㎞ 거리를 이동하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장거리 이동을 하는 곤충으로는 멕시코에서 캐나다 남부까지 해마다 왕복 7000㎞를 이주하는 제왕나비가 널리 알려져 있다. 제왕나비가 한번 여행을 마치기까지 4세대가 바뀌는데, 된장잠자리의 인도양 횡단에도 평균 4세대가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된장잠자리는 다른 잠자리에 비해 날개가 크지만, 이 장거리 여행은 계절풍에 절대적으로 의존한다.
 
앤더슨은 잠자리가 해마다 10월 1000m 상공에서 인도에서 남동쪽으로 바람이 부는 때 기류를 타고 600~800㎞ 거리의 바다를 하루 만에 넘어 몰디브에 온다고 밝혔다.
 
산호초로 된 몰디브에는 담수가 고인 곳이 없어 잠자리가 번식할 수 없다. 이들은 며칠 쉬고는 다시 바다를 건너 아프리카로 날아간다. 이듬해엔 다시 아프리카에서 몰디브를 거쳐 인도로 돌아가는 여행을 한다.
 
앤더슨은 논문에서 “된장잠자리는 계절적인 바람뿐 아니라 몬순 등 강우기에 일시적으로 생기는 웅덩이를 이용해 여행 도중 번식을 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자연에 대해 우리가 얼마나 모르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앤더슨은 논문에서 된장잠자리의 대규모 이동은 잠자리뿐 아니라 이들의 먹이인 작은 곤충과 잠자리를 잡아먹는 새들도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경로로 이동한다고 밝혔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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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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