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전기료 안 올리면 ‘2020년 온실가스 30% 감축’ 어렵다”

김정수 2014. 0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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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기후변화법 제정 운동' 펼치는 안병옥 기후변화행동연구소장

2차 에너지기본계획 온실가스 문제 검토 안해, 국민 발의 형태로 추진

 

04966353_P_0.jpg » 안병옥 기후변화행동연구소장이 14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 있는 연구소 사무실에서 기후변화와 관련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기후변화 문제에는 과학, 정책, 경제, 국제 관계 등 복잡 다양한 분야가 얽혀 있다. 기후변화 문제를 구성하는 특정 분야 전문가들은 적지 않지만 기후변화의 전체 그림을 종합적으로 설명해 줄 사람을 만나기 쉽지 않은 까닭이다.

 

안병옥(51) 기후변화행동연구소장은 이런 기후변화 문제 전체를 이야기할 수 있는 민간 전문가로서 눈에 띈다. 안 소장은 독일에서 하천생태 연구로 박사학위를 한 생태전문가이지만, 뒤늦게 기후변화 문제에 눈을 떠 6년째 화두로 붙잡고 있다.

 

그는 대학원을 마치고 환경운동에 투신해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까지 지낸 386세대 환경운동의 대표주자이기도 했다. 지난 14일 서울 정부광화문청사 뒤 용비어천가 오피스텔 14층에 있는 연구소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기후변화 문제엔 언제부터 관심을 갖게 됐나요?
 

오래되진 않았습니다. 2008년 10월 환경연합에서 나와 한 3개월 집에 있으면서 이것저것 책도 읽고 인터넷을 통해서 외국 사정도 살펴보고 하다가 깜짝 놀랐던 게 외국은 온통 다 기후변화 얘긴 거예요. 정치인들도 그렇고 거의 모든 영역에서 다 그러고 있는데, 저는 그런 걸 느껴본 적이 없었던 거죠. 그래서 ‘이게 대체 뭔가’해서, 거기서부터 시작했던 것 같아요.”
 

-연구소니까 당연히 기후변화 관련된 연구들을 하실 거고, 그 밖에 어떤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신가요?
 

우선 커뮤니케이션이 있습니다. 기후변화 문제는 복잡해서 일반 시민들에게 과학자들이 하는 얘기를 그대로 해서는 소통이 잘 안되죠. 그래서 기후변화 과학의 성과나 국내외의 기후변화 논의 같은 것들을 잘 풀어 시민들에게 제공하는 차원에서 2주에 한 번 뉴스레터를 내고 있습니다. ‘빅 애스크’ 캠페인처럼 시민들의 참여를 끌어내는 것과 함께 세미나와 토론을 조직해 문제 제기를 하는 것도 중요한 활동입니다.”
 

-‘빅 애스크’ 캠페인이 지향하는 것은 뭔가요?
 

“쉽게 말하면 국민발의 기후변화법 제정운동입니다. 기후변화는 모든 사람의 삶을 결정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국민들이 직접 법을 만들어보자는 것입니다. ‘국민발의’란 물론 상징적인 거죠. 발의를 해 통과시키는 것은 국회지만, 내용을 국민들이 직접 채우자는 취지입니다.”
 

-기후변화 관련해선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이 있는데 그걸 개정하는 게 쉽지 않을까요?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이 기후변화를 다루고는 있지만 미흡한 부분이 많습니다. 무엇보다 전체적인 틀이 ‘저탄소’보다는 ‘성장’에 방점이 찍혀 있거든요. 그래서 그 법 안에 뭘 넣어가지고는 안될 수도 있겠다 싶어서 새로 만들려는 것입니다.”
 

04966339_P_0.jpg » 사진=김태형 기자

 

-새로운 기후변화법에 담으려는 핵심 내용은 무엇인가요?
 

절대적인 온실가스 장기 감축 목표입니다. 지금은 육상선수가 출발선에 섰는데, 100m 경주인지, 500m 경주인지도 불명확한 상태예요. 그러니 산업계에서 계속 뭘 늦추자 이러는 거죠. 정부는 얼마 전 2035년까지의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을 세우면서 온실가스 문제는 검토도 안했어요. 아마 하려고 했어도 안됐을 겁니다. 2020년 이후부터 2035년까지 어떻게 하겠다는 장기목표가 정해져 있지 않아, 검토할 기준이 없기 때문이죠. 그러다보니 에너지기본계획이 수요 전망을 엄청나게 높게 잡아서 국제사회가 가는 방향과는 다른 방향의 그림을 그리게 된 겁니다.”
 

-법안 만드는 것은 어디까지 됐나요?
 

지금 초안이 나와있습니다. 현재 있는 법의 문제점들을 분석하고, 누리집을 통해 시민 의견을 모아 반영해 만들었습니다. 이것을 20일 시민공청회 통해서 가다듬고, 3월에 국회에서 공청회를 할 계획입니다. 발의를 위해 국회의원 스무 분 정도의 동의를 받은 상태입니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이명박 전 대통령이 우리나라의 202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전망치 대비 30%까지 줄이겠다고 국제사회에 약속했을 때 적용한 전망치를 재산정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새 정부가 약속 이행을 사실상 포기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얼마 전 정부는 애초 전망치를 유지한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을 발표했다.)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은 어떻게 보십니까?

 

감축 약속을 지키겠다고 한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로드맵은 목적지점까지 갈 수 있을지 전혀 판단할 수 없는, 한 마디로 안갯속에 있는 지도입니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지금처럼 계속 증가하는 상황에서는 뭔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데 그게 안보입니다.”
 

-현상태로라면 2020년 온실가스 배출 전망치 대비 30% 목표 달성이 어렵다는 말씀인가요?
 

정책이 바뀌지 않으면 어렵다고 봅니다.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가 어디에서 이뤄지고 있나 분석해보면 결국 산업이에요. 그런데 산업 부문의 배출량이 늘어나는 것을 근본적으로 막아줄 정책이 없어요.”
 

-산업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어들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우선 전력가격부터 올려야합니다. 정부가 전기값이 올라가면 큰 타격을 받을 일부 업종 때문에 부담스러워하는 것이 이해는 갑니다만, 그러면 다른 나라에선 어떻게 하고 있는지 봐야 하잖아요. 선진국들은 그런 부문엔 다른 방식으로 지원해주고 전체를 망가뜨리지는 않는데, 우리는 제도 자체를 무르게 만들거나 아예 하지 않거나 합니다. 정부가 경제계에서 경쟁력 타령을 하면 꼼짝 못하는 게 문제입니다.”
 

-산업계에서는 다른 나라들보다 먼저 우리가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같은 것을 해서 스스로 족쇄를 채울 필요가 있느냐고 주장하는데요.
 

20년째 반복해오고 있는 이야깁니다. 일본과 중국 사례를 드는데, 사실 중국은 이미 국제사회에서 우리보다 더 열심히 하는 나라로 평가가 바뀌었어요. 일본도 얼마 전 감축목표를 낮췄지만, 그래도 우리보다 에너지 효율이 훨씬 높고 1인당 배출량이 적어요. 그런데 감축목표 바꿨다는 것만 딱 가져와서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하고 있는 것이죠.”
 

-국제사회에서는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혁명 이전 대비 섭씨 2도 이상 올라가지 않게 하는 것을 목표로 구체적인 달성 방안을 논의 중인데요, 이 목표 달성이 불가능하다고 보는 전문가들도 꽤 있지요? 
 

이론적으론 달성 가능하다고 봅니다. 각 국가가 다 차를 몰고 이쪽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운전대를 탁 틀어서 다른 방향으로 가면 돼요. 근데 못틀고 있죠. 모두 다 튼다는 확신이 있으면 되는데 ‘나만 하면 손해다’ 이런 생각 때문에 그런 거거든요. 국제기구에서 나온 보고서들 보면 기술적으로도 가능하고 경제적으로도 당장 하는 것이 이득이라는 분석까지 나와있습니다.”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을 끝으로 일선에서 물러난 그에게 환경운동은 고향 같은 곳이다. ‘환경단체들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은 것 같다’고 하자 설명이 길어지기 시작했다.)

04966346_P_0.jpg » 사진=김태형 기자

  

내외적으로 어려운 점들이 좀 있는 거 같아요. 내적으로는 환경운동을 하는 젊은 세대들에게 스스로 발전할 기회를 주지 못한 지가 아주 오래 됐어요. 그들의 역량을 끌어 올릴 수 있는 프로그램이 전혀 없었거든요. 또 활동가들이 부족한 부분은 전문가들이 채워주고 전문가들이 잘 모르는 현장은 활동가들이 채워주고 하는, 활동가와 전문영역의 동맹 체제가 허약해진 것도 문제입니다. 밖에서 환경운동을 약화하는 데는 대규모 개발사업들이 결정적 구실을 했습니다. 내부역량을 키우는 운동을 하려다가도 새만금, 4대강 같은 문제가 던져지면 엔지오는 모든 것을 중단하고 동원체제로 가서 그 문제에 집중할 수밖에 없거든요. 유럽에서라면 학계를 비롯한 다른 영역에서 걸러졌여야할 말도 안되는 문제들이 다 엔지오한테 떨어지는 게 문제인 거지요.”
 

-활동가와 전문가 관계가 왜 허약해졌을까요?
 

80년대는 환경문제라면 다들 무서워서 애기를 못할 때 였어요. 그러다보니 서로 조금 차이가 있다고 해도 이해했던 분위기가 있었죠. 지금은 누구나 환경을 이야기하는 시대가 됐어요. 그래서 환경문제를 이야기하는 전문가들은 엄청나게 많아졌지만 활동이 그리 많지는 않아요. 그건 환경운동이 그분들이 더 활동할 수 있는 마당을 못 만들어준 탓도 있겠지만, 저는 학계가 경제계와 정부의 포로가 돼 있는 게 문제라고 생각해요. 정부는 신분이 보장된 교수들을 제외한 전문가들에게 언제든 압력을 가할 수 있는 수단을 갖고 있거든요. 그래서 정부와 갈등이 심해지면 빠지거나 하는 사례들이 생기면서 약간의 불신 같은 것이 생겨난 것이죠.”
 

     (안병옥 소장은 2012년 대통령 선거 때 안철수 후보 캠프의 환경분야 대선공약 개발을 총괄했다. 그해 10월 서울 정동 프란치스꼬회관에서 열린 18대 대선 후보 환경·에너지 정책 토론회에서 그의 옆 자리에 앉았던 윤성규 당시 박근혜 후보 환경특보는 지금 환경부의 수장이 돼 정부의 환경정책을 총괄하고 있다.)
  

-안 후보의 환경정책도 만들었는데, 직접 한 번 정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나요?
  

그런 생각을 전혀 안했다면 거짓말이겠죠.(웃음) 정부 정책을 보면서 답답할 때 그런 생각도 하게 됩니다.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대통령이 돼서 환경정책을 도와달라 할 때 그것까지 안하겠다 한다면 책임방기가 되겠죠. 그런데 우리가 갖고 있는 가치를 실현할 수 없는 정부나 구조 속에 들어가서 할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은?
 

옛날 엄혹했던 시절에 크리스찬아카데미가 그랬듯이 환경에너지 분야에서 젊은 활동가들을 훈련하는 일을 하고는 싶은데 연구소 운영에 매여 발걸음을 확 떼지를 못하고 있죠. 누가 연구소를 맡아주면 그렇게 하려 합니다.”
  

-연구소를 맡을 분을 찾고 있나요?
  

찾고 있죠. 근데 없어요, 적당한 분이. 있으면 좋겠는데…”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1987~2013년 사이 북극 얼음의 변천(미국립해양대기국, NOA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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