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시대 고립 진화, 송곳니 개구리 발견
서아프리카 기니 급류에 서식, 뱃속에 다른 개구리…사냥에 쓰는 듯
9000만년 전 고립돼 별개의 과로 진화, 벌목으로 서식지 축소돼 위기
» 서아프리카에서 새로운 과로 분류된 '이 달린 개구리'의 두개골 모습. 사진=미카엘 바레이, <동물학 최전선>
신종을 발견하는 것은 한 분야를 평생 연구하는 분류학자들에게도 드물게 찾아오는 행운이다. 게다가 이미 연구가 많이 이뤄진 척추동물의 신종을 찾아내기란 정말 쉽지 않다. 그런데 신종이나 신속을 넘어 그 상위 분류단위인 새로운 과의 개구리가 발견됐다.
독일과 스위스 연구진은 아프리카에 서식하는 급류 개구리를 대상으로 포괄적인 유전적·형태학적 조사를 한 결과 서아프리카에 서식하는 한 종이 중앙 및 동아프리카의 다른 급류 개구리는 물론이고 다른 개구리와도 전혀 다른 새로운 과에 속한다는 사실을 과학저널 <동물학 최전선> 최근호에 실린 논문을 통해 밝혔다.
» 폭포의 절벽을 기어오르는 '이 달린 개구리'. 사진=마크 올리버 뢰델
이 개구리에는 ‘오돈토바트라쿠스 나타토르’란 학명을 붙였는데 ‘이가 달린 개구리’란 뜻이다. 이 개구리의 위턱에는 작고 약한 이가 잔뜩 돋아 있는데, 이는 다른 개구리에게도 있는 것으로 먹이를 붙잡는 데 쓰는 기관이다. 보통 개구리의 주요 무기는 이가 아니라 강력한 혀이다.
그런데 이 개구리의 아래턱에는 다른 개구리에게서 볼 수 없는 뾰족한 송곳니 2개가 돋아있다. 길이는 1㎜에 불과하지만 사냥에 사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 이 달린 개구리의 위턱은 다른 개구리와 비슷한 작은 돌기 같은 이가 나 있지만 아래턱엔 송곳니 2개만 나 있는 모습이 특이하다. 사진=미카엘 바레이, <동물학 최전선>
연구책임자인 미카엘 바레이 독일 라이프니츠 진화 및 생물다양성 연구소 과학자는 “이 개구리의 뱃속에서 다른 개구리가 발견된 것으로 보아 이 송곳니가 사냥에 쓰일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 개구리가 다른 개구리를 잡아먹는 모습은 아무도 본 적이 없다.”라고 과학주간지 <뉴사이언티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이 개구리는 서아프리카 시에라리온, 라이베리아, 기니, 코트디브와르 등의 산악 지역에서 맑은 급류가 흐르는 곳에 서식한다. 계곡의 폭포와 바위에 자라는 조류와 비슷한 얼룩덜룩한 보호색을 띠고 있으며 바위에서 미끄러지지 않도록 발가락의 흡반이 잘 발달해 있다. 알을 물속이 아니라 땅위에 낳으며 올챙이는 흡반 형태로 자라는 입으로 바위에 들러붙어 산다.
» 급류 계곡이 서식지여서 미끄러지지 않도록 발가락 끝 흡반이 발달하고 보호색이 바위를 덮은 조류를 빼닮은 이 달린 개구리. 사진=마크 올리버 뢰델
연구진은 유전자 분석 결과 이 개구리는 공룡이 살던 백악기 9000만년 전에 다른 개구리의 조상과 갈라져 별개의 계통으로 진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당시 열곡이 발달하는 지질변동과 기후 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이 겹쳐 이 지역 개구리가 고립돼 독립적으로 진화하게 된 것 같다고 논문은 추정했다. 물론, 다른 지역에도 이 개구리가 함께 분포했다가 나중에 이곳을 빼고 모두 멸종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논문은 덧붙였다.
이 개구리의 세계에 단 한 종이 세계적으로 생물다양성이 높은 ‘핵심 구역’(핫 스폿)의 하나인 서아프리카에만 분포하지만 이 지역은 농업의 확대와 숲의 벌채, 거주지 확대로 위협받고 있어 보호대책이 시급하다고 연구진은 강조했다.
이번 발견의 소감을 미카엘 바레이는 “잭팟을 터뜨린 것 같다. 개구리의 새로운 과를 발견했을지 모른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흥분을 가라앉히기 힘들었다. 도저히 현실의 일이라고 믿어지지가 않았다.”라고 베를린 자연사박물관이 낸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의 원문 정보:
Barej et al., The first endemic West African vertebrate family . a new anuran family highlighting the uniqueness of the Upper Guinean biodiversity hotspot, Frontiers in Zoology 2014, 11:8,
http://www.frontiersinzoology.com/content/11/1/8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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