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차가 기후변화시대 되레 친환경차

조홍섭 2008. 11. 08
조회수 26039 추천수 0

차는 고효율 이산화탄소 제조기

 

연비 높고 온실가스 배출량 20~30% 적어
휘발유 1ℓ에 자기 무게 곱절인 2kg 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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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김아무개씨는 바람을 쏘이고 싶어서 영종도에 다녀왔다. 중형차를 타고 왕복 100㎞를 가뿐하게 달리고 바다구경까지 하니 기분이 상쾌해졌다. 이 여행 동안  잣나무 10그루가 1년 동안 흡수해야 하는 이산화탄소가 그의 차 배기통에서 나왔다.

 

자동차가 달릴 때 연료 속의 탄소는 공기 속 산소와 만나 이산화탄소가 된다. 김씨의 차에서 휘발유 1ℓ를 태우면 자기 무게의 곱절인 약 2000g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그런 점에서, 자동차는 효율 좋은 이산화탄소 제조장치이기도 하다.

 

이산화탄소가 일으키는 지구온난화가 걱정스럽다면 가능하면 자동차를 이용하지 않으면 된다. 하지만 불가피하게 자동차를 타야 한다면, 되도록 이산화탄소가 덜 나오는 차종을 고를 일이다. 경차인 마티즈나 모닝이 내보내는 온실가스는 대형 에쿠스의 1/3에 그친다. 마침 에너지관리공단이 시판되는 승용차의 차종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공표하기 시작해 참고할 만하다.

 

온실가스 최상위 등급, 유럽연합 기준 적용하면 몇 종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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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료를 훑어보면, 가볍고 연비가 높은 차종일수록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작다는 사실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지엠대우의 마티즈는 국산차 가운데 가장 ‘기후 친화적’이다. 1㎞를 달릴 때 111g의 이산화탄소를 내보낸다. 배기량이 796g으로 가장 작은 덕분이다. 이보다 낮은 기록은 101g을 내보내는 혼다 시빅 하이브리드뿐이다.

 

아직 일본에는 성능이 떨어지지만 휘발유와 전기엔진을 함께 단 국산 하이브리드 차(연료겸용차)들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다. 배기량 1.4ℓ급인 베르나와 프라이드 하이브리드는 각각 118g과 119g을 기록했다.

 

올해부터 경차로 분류되고 있는 모닝 1.0도 최상위급으로 121g을 배출한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가장 우수한 온실가스 등급을 받으려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당 185g 이하일 것을 요구한다.

 

그러나 유럽은 훨씬 기준이 엄격하다. 유럽연합은 2012년부터 130g 기준을 적용할 예정이다. 최근 유럽에 나오는 차들도 이런 기준을 염두에 두고 있다. 예를 들어 최근 나온 포드의 포커스 1.6 디젤은 연비 23㎞에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15g이다. 베엠베 1시리즈 E81도 2ℓ급 배기량이지만 연비 22㎞에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19g에 지나지 않는다. 이들은 중형이나 준중형급이지만 온실가스는 우리의 소형차 수준밖에 안 나온다.

 

국내에서 130g 기준을 만족하는 차종은 경차와 하이브리드 차 이외에 프라이드 1.5 경유(128g), 아반테 1.6 경유(129g), 베르나 1.5 경유(129g), 쎄라토 1.6 경유(130g) 등 몇 종 되지 않는다.

 

지금까지 언급한 국산차 자료는 모두 수동일 때의 온실가스 배출량이다. 자동변속기를 달면 온실가스가 많이 나온다. 자동변속기를 단 마티즈나 모닝 1.0은 수동변속기의 라세티 2.0 경유차와 비슷한 140g대의 이산화탄소를 내보낸다.

 

마티즈라도 연간 1만6천㎞ 기준으로, 잣나무 600 그루 심어야 할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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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유차는 휘발유차에 비해 건강에 해로운 미세먼지와 질소산화물을 많이 배출하지만 연비가 높고 온실가스 배출량은 20~30% 적다. 따라서 배기가스 정화를 철저히 한다면 경유차가 기후변화 시대에 친환경차로 각광받을 소지가 크다.

 

아반테 1.6 수동의 경우 경유차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29g인데 비해 휘발유차는 148g이다. 별 차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연간 평균주행거리인 1만6천㎞를 달린다고 하면 이산화탄소를 304㎏이나 더 배출하는 셈이다. 잣나무 100 그루가 1년 동안 흡수해야 하는 양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팔린 쏘나타 2.0(휘발유, 자동변속)은 190g, 3위인 그랜저와 4위인 SM5 모두 ㎞당 200g이 넘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지난해 내수로 5만3천여 대가 팔려 5위를 기록한 뉴마티즈와 2위인 아반떼HD 정도가 비교적 ‘기후 친화적’이다. 아직은 자동차를 고를 때 기후변화를 그리 생각하지 않는다는 증거다.

 

국산차 가운데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많은 차종은 에쿠스 4.5DOHC와 체어맨 3.6AWD은 300g이 넘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가장 ‘기후 친화적’인 마티즈라도 연간 1만6천㎞를 운행하면 1776㎏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기후변화를 일으키지 않는 ‘탄소 중립’을 이루려면 잣나무 600그루를 심거나 그 만한 조림사업 비용을 대야 한다. 결국, 친환경 자동차를 고르는 것보다 자동차 운행을 억제하는 게 윗길임을 알 수 있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관련 사이트 안내

에너지관리공단 연비등급확인코너 http://bpm.kemco.or.kr/transport/

국립산림과학원 탄소나무계산기http://tree.kfri.go.kr/kor/forest/carbonC.html

환경과 공해연구회 승용차 모델별 환경등급평가
http://www.ecoi.or.kr/maybbs/view.php?db=ecoi&code=ecoi_topic&n=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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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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