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밑 죽음의 유령들이 설친다

조홍섭 2009. 05.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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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통발과 그물, 물고기 고래 물새 등의 무덤
해양폐기물의 10%인 64만t…배도 프로펠러 걸려

 

xxx1.jpg 바다에서 잃거나 버린 그물과 통발은 스스로 어획을 한다. 이른바 ‘유령 어획’이다. 유령어획으로 인한 해양환경 파괴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고 유엔식량농업기구(FAO)와 유엔환경계획(UNEP)이 밝혔다.
이들은 최근 공동으로 발간한 보고서에서 세계적으로 어업활동이 증가하는데다 내구성 있는 합성재료가 어구에 널리 쓰이면서 유령 어획의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해마다 바다에 버려지는 어구가 전체 해양폐기물의 10%인 64만t에 이른다고 추정하고, 이로 인해 물고기와 갑각류, 거북, 새, 물개 등 해양동물이 어구에 걸려 죽고 선박의 안전운항을 위협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장 문제가 되는 어구는 해저에 설치하는 자망과 통발이다. 바다 밑바닥에 고정하고 꼭대기에 부표를 달아 그물로 수중에 600~1만m 길이의 절벽을 만드는 자망은 버려진 뒤에도 몇 달 혹은 몇 년 동안 홀로 어획을 계속해 수많은 물고기와 동물을 죽음으로 이끈다.

발트해 대구 자망의 예를 보면, 버려진 뒤에도 석 달 동안 어획효율이 처음의 20% 수준을 유지했고 그물이 손상을 입고 불순물에 덮여 눈에 잘 띄게 된 뒤로도 27개월 동안 5~6%의 안정된 어획효율을 나타냈다.
 폐 그물에 잡힌 물고기가 죽으면 이를 먹기 위해 갑각류가 몰려들어, 피해대상이 처음엔 물고기가 많다가 갑각류로 대체되는 현상도 나타났다. 이는 도로 주변에서 ‘로드 킬’ 희생물을 먹기 위해 다른 동물이 모여들어 2차 희생자가 되는 양상과 비슷하다.
xxx2.jpg 통발도 유령 어획으로 악명이 높다. 미국 체사피크 만에서는 해마다 50만 개의 게 통발이 설치되는데 이 가운데 15만 개가 유실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통발에는 애초 미끼가 들어있지만, 버려진 통발에 갇힌 어획물이 미끼 구실을 해 버려진 뒤에도 높은 어획 효율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갇힌 동물들은 굶주림이나 서로 잡아먹기, 감염 등으로 죽어간다.
버려진 어구는 이밖에 거북, 물개, 물새, 고래 등 해양동물에 피해를 주는데, 해마다 그물에 걸리는 등으로 죽는 물새가 세계적으로 100만 마리에 이른다.
 어구로 인한 선박 피해도 적지 않다. 이 보고서는 한 참치잡이 어부가 미국 연안경비대에 보낸 편지를 소개하고 있는데, 여기엔 조업중 선박 프로펠러에 그물과 밧줄 폐기물이 감겨 애를 먹었는데 거기엔 한국어 표지가 달려 있었다는 얘기가 실려 있다.
 보고서는 유령 어획을 막기 위해 손상된 어구나 버려진 어구를 회수할 수 있도록 경제적 인센티브를 제공하거나 생분해성 재질을 쓴 어구, 또는 그물에 경보음 발생기를 설치해 고래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의 신기술이 도입돼야 한다고 밝혔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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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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