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버섯농장의 ‘아마조네스’ 개미 군단

조홍섭 2009. 04. 17
조회수 55226 추천수 0
  
   5천만 년 전 이미 땅속 농사 짓고 항생제 개발
 키우는 균류도 생식기관 제거 ‘이중 수수께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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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뭇잎 등으로 균류를 키워 자라난 균사를 먹고 사는 농사 개미. 중남미 열대지역에 분포한다. 
     
지구에 처음 등장한 번식 방법은 몸을 둘로 나누는 것이었다. 박테리아 등 미생물과 식물 등이 아직까지 널리  쓰는 이런 번식방법을 단성생식이라고 한다. 암, 수가 따로 만날 필요가 없으니 에너지가 덜 들고 번식속도도 2배나 빠르다.
 
그렇지만 유성생식을 하는 고등동물도 종종 단성생식을 하기도 한다. 불어난 빗물을 타고 신천지를 개척한 암컷 붕어는 힘들여 수컷을 찾지 않고 미수정 알을 낳아 자신의 복제물을 만든다. 똑같이 생긴 붕어만 있는 둠범이 있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진딧물이나 물벼룩도 환경이 좋을 때는 무성생식으로 번식의 속도를 올리다 여건이 나빠지면 유성생식으로 돌아간다.
 
진화에 불리한데 단성생식 고집 이유 못 찾아
 
그런데 중·남미에 사는 열대개미 한 종은 아예 암컷만으로 이뤄진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애리조나 대 생물학자 안나 히믈러 등은 <영국 왕립학회지: 생물학> 최근호에 실린 논문 “섹스 없는 균류 재배 개미와 그들의 작물”에서 농사개미와 균류가 단성생식을 고집하는 이유를 추적했다.

 
연구진은 농사개미의 일종인 ‘미코세푸루스 스미티’의 유전자를 분석했더니 모두 같은 것으로 드러났다. 여왕개미가 무정란으로 자신을 복제한 일개미를 만들었다는 얘기다. 당연히 수컷은 하나도 없었다. 개미를 해부해 보았더니 생식기관이 퇴화해 있었다.

 
단성생식은 번식속도는 빠르지만 질병이나 기생에 취약하다는 약점을 지닌다. 새로운 포식자나 병균이 등장하거나 해로운 돌연변이가 생겼을 때 전체가 멸종할 가능성도 크다. 반대로 양성생식은 섹스를 통해 두 개체의 유전자를 뒤섞어 새로운 조합을 만들어 내기 때문에 그런 걱정이 덜하다.

 
암컷만으로 이뤄진 이 농부 개미들은 굴속에 정원을 만들어 균류를 기른다. 마른 잎이나 애벌레의 배설물 등을 물어 균류가 자라면 거기서 나오는 균사를 식량으로 삼는다. 그런데 이 균류가 모두 단성생식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개미와 균류 모두가 한 종의 복제물이란 뜻이다.

 
히믈러 애리조나 대 박사는 “진화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단성생식을 개미와 균류가 모두 채택하고 있다는 것은 이중의 수수께끼”라며 “이런 생식이 알려지지 않은 이익을 가져다주는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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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섹스 없이 암컷만으로 살아가는 농사 개미 미코세푸루스 스미티의 현미경 사진.
     
       개미와 균류, 곰팡이, 박테리아 복잡한 공생
     
    젊은 여왕개미는 새 터전을 찾아 떠나기 전 자기 둥지의 균사 한 조각을 챙겨 둔다. 새 굴에 도착하자마자 날개를 떼 천장에 붙이고 거기서 균사가 자라도록 한다. 태어난 일개미들은 여왕개미가 가져온 종 이외의 균류나 곰팡이를 제거하고, 균류가 생식기관인 버섯을 만들지 못하도록 세심하게 관리한다.
 
사람이라면 막대한 농약을 뿌려대고도 병충해를 피하지 못하는 단일재배를 땅속에서 하면서도 개미가 피해를 입지 않는 비결은 무얼까.

 
캐머런 퀴리 미국 캔자스 대 박사는 그 이유를 개미와 균류, 곰팡이, 박테리아 사이의 복잡한 공생관계로 설명하는 논문을 2003년 <사이언스>에 게재했다.

 
개미농장에서 자라는 균류에 기생하는 치명적인 곰팡이가 있는데, 개미의 피부에서 자라는 박테리아가 항생제를 분비해 이들을 죽인다는 것이다. 곰팡이가 진화해 단일종인 균류를 위협하면 박테리아도 따라서 진화해 내성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기능도 한다.

 
결국, 중·남미 개미는 이미 5천만 년 전에 대규모 플랜테이션 농사와 내성이 생기지 않는 항생제를 개발한 셈이다. 구대륙에서는 흰개미가 2400만~3400만 년 전 비슷한 땅속 농사 기법을 진화시켰다. 인간이 농사를 시작한 것은 약 1만 년 전이다.

 
농사개미와 균류가 단성생식을 하는 이유를 진화론적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두르 아넨 네덜란드 와게닝겐 대 박사팀은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 최근호에서 “개미 입장에서는 균류가 생식을 위해 버섯을 만드는 데 힘을 쏟는 게 탐탁지 않을 것이고, 균류에게도 먹이를 가져오고 돌봐줄 일개미가 중요하지 생식을 위한 수개미는 불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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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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