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경제’ 외침에 멸종위기종 깽깽이풀 ‘깨갱’

조홍섭 2009. 04. 15
조회수 32300 추천수 0
김포시 월곶 군락지
경제림 조성 벌목으로 흙덩이 틈에서 간신히
발견자 “누가 캐갈라 비밀로 해왔건만” 허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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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종인 깽깽이풀의 대규모 군락이 수도권의 한 야산에서 발견됐으나 경제림을 조성하기 위한 벌채로 상당부분이 파괴됐다.
 
지난 9일 경기도 김포시 월곶면의 야트막한 산은 허리까지 난 임도를 따라 원래 있던 참나무 등의 나무가 모두 베어져 벌건 황토를 드러내고 있었다.
 
동행한 이아무개(50·김포시 통진읍)씨가 흙덩이 틈에서 간신히 머리를 내민 연보라 꽃망을을 단 야생화를 가리켰다. 환경부가 멸종위기야생동식물 2급으로 지정한 깽깽이풀이다.
 
이른 봄에 피는 아름다움에 ‘보는 족족 캐가’
 
“임도로 뭉개지기 전엔 도랑가를 따라 무리지어 피었는데….”
 
벌목 자투리 여기저기에 묻혀 있는 희귀식물을 찾으며 이씨가 허탈해 했다. 아마추어 야생화 동호인인 이씨는 2000년께 복수초를 찾다가 우연히 이 식물을 발견했다.
 
전문가로부터 깽깽이풀로 확인한 이씨는 자생지를 철저히 비밀에 부쳤다. “주변으로부터 원망도 많이 들었지만 알려지면 그걸로 끝이라는 생각에서 위치를 알리지 않았어요.”
 
접근이 쉬운 야산 중턱 이하에 분포하는데다 이른 봄 다른 식물이 나오기 전에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깽깽이풀은 “보이는 족족 캐가는” 불법채취 대상으로 유명한 식물이다.
 
해마다 식목일이면 남몰래 노루귀와 함께 깽깽이풀을 감상하던 이씨의 즐거움은 지난달 끝났다.
 
한 종중 소유로 면적 53만㎡인 이 산의 중턱까지 낙엽송과 백합나무 등을 조림하기 위해 임도를 내고 자생수종을 모두 베어내는 공사가 벌어졌다. 김포시는 벌채허가를 받아 추진하는 경제림 조성사업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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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벌목 현장에서는 아직도 깽깽이풀 군락을 10여 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또 벌채가 이뤄지지 않은 이웃 산허리의 30여 곳에서도 깽깽이풀의 무리가 남아있었다.
 
이씨는 “아직 훼손되지 않은 깽깽이풀 자생지도 규모가 커 보존가치가 크다”고 말했다.
 
개미가 띄엄띄엄 씨앗 떨어뜨린데서 유래해 깽깽이풀
 
깽깽이풀은 전국적으로 분포하지만 산 아랫자락에 분포해 간벌과 잡목림 제거와 같은 위협요인이 상존하고 불법 채취가 성행하기 때문에 법정보호종으로 지정됐다.
 
국립환경과학원은 2004년과 2005년 전국의 분포지를 조사한 결과 “불법 채취와 생육지 훼손이 심각해 개체군 유지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식물원 등에서 깽깽이풀을 증식시키고 화훼용으로 개량해 불법 채취 욕구를 줄이는 방안을 제안했다.
 
특히, 과학원은 깽깽이풀 씨앗에 기름이 풍부한 부속물이 달려있어 개미를 유인해 씨앗을 퍼뜨리는 효과를 거두고 있지만, 동시에 쥐와 나방 유충의 먹이가 돼 번식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밝혔다.
 
깽깽이풀이란 이름도 개미가 띄엄띄엄 떨어뜨린 씨앗이 싹튼 모습이 깽깽이 뜀을 한 것 같다는 데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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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진오 동북아식물연구소장은 “수도권은 깽깽이풀 분포의 가장자리여서 유전 형질 다양성 측면에서 특별한 보호가치가 있는데다 수리산 등 과거 자생지도 사라져 보호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깽깽이풀을 채취하거나 훼손 또는 고사시키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무는 처벌을 받는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희귀 북방식물 너도개미자리도 발견되자마자 훼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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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원도 삼척의 야산에서 발견된 너도개미자리. 동북아식물연구소 제공.

백두산 등 한반도 최북단에만 있는 것으로 알려져 온 희귀식물인 너도개미자리가 강원도 삼척의 야산에서 발견된 지 한 해도 되기 전에 자생지의 대부분이 훼손되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해 국립수목원의 조사로 밝혀진 이 북방계 식물의 생육지는, 석회암이 강한 바람에 부서져 형성된 모래땅이라는 매우 특이한 지형이어서 지형학·식물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이곳에는 또 다수의 동강할미꽃이 자생하는데, 최근 불법 채취꾼이 이를 캐내면서 심한 손상을 입었다.
 
게다가 한 시민단체와 대학이 동강할미꽃 자생지를 복원한다며 너도개미자리 분포지까지 훼손하는 일도 벌어졌다.
 
최근 현장을 방문한 김영철 한국자생식물원 희귀멸종위기식물연구실장은 “너도개미자리의 자생지를 밟고 다닌데다 돌을 옮겨놓는 등 자생지를 교란해 원래 있던 개체수의 4분의 3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경사 60도의 석회암 풍화 지형에서는 돌 하나의 이동도 식물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석죽과의 여러해살이풀인 너도개미자리는 백두산에서 해발 1000~1500m의 숲 가장자리에서 드물게 발견되는 식물로, 국내에는 아직 보고돼 있지 않다. 
 
조홍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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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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