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렁이도 먹어 본 놈이 또 먹는다

조홍섭 2009. 04.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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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스 잡았다 놔줬다 했더니 16번이나 입질
성향은 ‘유전’, 세대 거듭할수록 더 잘 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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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를 덥석 물었다가 풀려난 물고기가 낚시를 또 물까, 아니면 다시는 쳐다보지도 않을까.
 
미국에서 큰입배스를 대상으로 장기간 벌인 연구결과를 따르면, ‘다시 문다’가 맞다. 낚시를 무는 성향은 유전된다는 것이다.
 
데이비드 필립 등 미국 일리노이 대 보전생태학 연구진은 20년 넘게 독특한 실험을 했다. 연구원들은 실험대상으로 고른 호수에서 끈질기게 배스 낚시를 했다. 잡은 고기에는 표지를 하고 놓아주기를 되풀이했다.
 
흥미로운 현상이 나타났다. 한 번 잡혔던 놈들이 다시 잡히는 비율이 높았다. 1년 동안 무려 16번이나 잡힌 개체도 있었다.
 
연구진은 4년 동안의 낚시를 마친 뒤 호수의 물을 모두 퍼냈다. 1700여 마리의 배스가 있었다. 이 가운데 표지를 달지 않은 물고기, 곧 한 번도 낚시에 걸리지 않은 개체는 약 200마리였다.
 
다음 연구는 낚시를 전혀 물지 않는 집단과 4번 이상 물었던 집단을 나눠 3대에 걸쳐 기르는 것이었다. 낚시를 물거나 물지 않는 형질이 있다면 그것을 고정시키려는 시도였다.
 
이렇게 얻은 두 가지 순수한 혈통의 배스를 각각 표지를 해 연못에 함께 풀어놓은 뒤 낚시를 해 봤다. 예상대로 낚시를 잘 무는 집단은 다른 집단보다 낚시를 훨씬 더 잘 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필립은 “두 집단의 성향 차는 세대를 거칠수록 더 커졌다”며 “낚시를 무는 성향은 유전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큰입배스는 원산지인 북미는 물론이고 외래종으로 맹위를 떨치는 한국 등 세계 곳곳에서 주요한 레저용 낚시 대상어이다.
 
생태계 위해 시간과 거리 두고 풀어줘야
 
그렇다면 이런 성향의 배스에게 낚시는 어떤 영향을 끼칠까.
 
낚시를 잘 무는 형질의 배스를 선택적으로 잡아내는 셈이기 때문에 조심스런 배스가 많아져 장기적으로 낚시 성공률은 떨어질 것이다.
 
그러나 배스낚시에는 낚은 물고기를 놓아주는 ‘캐치 앤드 릴리스’ 관행이 있어, 낚시를 잘 무는 배스가 줄 것 같지도 않다.
 
연구진은 놓아주는 행위도 배스에게 나쁜 영향을 끼친다고 주장한다. 배스는 암컷이 낳은 알이 부화해 새끼가 어느 정도 자랄 때까지 수컷이 돌보는 습성을 지닌다. 그런데 번식기에 수컷 배스를 잡아 몇 분 뒤에 놓아주어도 그 사이에 다른 물고기가 알이나 치어를 먹어치운다는 것이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큰입배스가 북미에서는 고유종으로 낚시산업을 위해 보호해야 할 어종인 반면 우리나라 등 외국에서는 대개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제거 대상종이라는 사실이다.
 
따라서 연구진은 “배스를 낚은 뒤 시간을 끌지 말고 놓아주라”고 권고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우리나라에서도 낚은 배스를 풀어주는 것이 옳은지를 놓고 찬반 논란이 오랫동안 계속되고 있다. 이번 연구는 배스를 풀어주더라도 낚은 장소에서 시간과 거리를 두고 놓아주는 것이 생태적으로 바람직할 것임을 시사한다.
 
이번 연구는 <미국 어류학회지> 최근호에 ‘큰입배스의 낚시 취약성 선택’이란 제목으로 실렸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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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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