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맨과 캡틴아메리카, 누가 지구를 구할까
영화로 환경 읽기 11. <캡틴 아메리카:시빌 워>
원인 제공자이지만 이성적이고 기술과 자본 있는 아이언맨 진영인가
감성적이지만 소외계층 대변하고 자유 위해 싸우는 캡틴아메리카인가
캡틴 아메리카와 시빌 워
마크 밀러 원작의 <캡틴아메리카: 시빌 워>는 2000년대 중반 미국 만화계를 이끈 대형 크로스오버 작품으로서, 총 7부작으로 연재되었던 미니 시리즈를 영화화한 것이다. 미국 만화에 관심이 많지 않던 글쓴이는 최근 산 두 권의 마블백과사전을 통해 신, 지구, 우주, 과학, 마법 등을 아우르는 마블의 세계관과 캐릭터를 처음 접하였다.

2015년 마블 영화사의 수장인 캐빈 파이기가 앞으로 선보일 마블 영화의 개봉 계획에서 밝혔듯이, 마블 만화의 캐릭터와 스토리는 다양한 가능성을 갖는다. 소비자들도 그동안 선보인 아이언맨, 헐크, 토르, 어벤저스, 캡틴 아메리카 등이 하나의 커다란 이야기 안에서 만나는 점에 매료된 듯하다.
실제 개별 스토리라인으로 개봉한 단품 영화들보다 어벤저스 같은 슈퍼히어로 세트메뉴의 흥행 성적이 3배 정도 차이가 나니 말이다(아이언맨 등은 5억 달러 정도의 수익을 냈지만, 어벤저스 1편은 약 15억 달러의 수익을 냈다).

캡틴 아메리카(이하 캡틴)는 1939년 설립한 타임리 코믹스(마블 코믹스의 전신)가 만든 최초의 애국 히어로이다. 캡틴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위협에서 유럽을 구하기 위해 계획된 미국의 프로젝트 ‘리버스’의 결과물이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연약한 미술가 지망생 스티브 로저스는 훗날 캡틴으로 탄생한다. 이 과정에서 몸은 두 배로 커지고, 육체는 완벽한 수준에 이르게 된다.
미국 국기를 입고, 방어형 무기인 방패를 최고의 공격형 무기로 승화시키며, 미국 병사들에게 승리의 상징이 된다. 그러나 1945년 독일 과학자 제모 남작의 음모를 분쇄하기 위해 투입되었다가 차가운 바다 얼음 속에 갇혀 긴 동면에 들어가게 된다.
<시빌 워>는 캡틴이 기나긴 동면에서 깨어나 겪은 에피소드 중 두 번째로 영화화된 것이다. <어벤저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 다룬 소코비아 사태 이후 뉴 어벤저스를 이끌게 된 캡틴은 팀원과 함께 또 다른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뜻하지 않은 폭발로 인해 민간인들에게 큰 피해를 주게 된다.
이를 계기로 모든 히어로들은 쉴드(SHIELD)를 위해 일해야 하며, 이를 거부하면 교도소에 갇히게 된다는 ‘초인등록법‘이 발효된다. 그리고 이 법안에 반대하는 캡틴과 찬성하는 아이언맨이 서로 진영을 구성하여 대립하게 된다.
“죄 없는 자들의 희생으로 이뤄진 승리는 승리가 아니다.”
<시빌 워>는 히어로들의 내전으로 알려져 있다. 내전의 양 진영은 캡틴으로 대표되는 ‘초인등록법’ 반대파와 아이언맨으로 대표되는 찬성파이다.
하지만 진정한 내전은 다른 곳에서 일어난다. 이는 “전쟁의 발단이 어디에서부터 시작되고 있는가?”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첫 발단은 아프리카 서부 나이지리아의 감염성 질병관리본부에서 시작된다. 이 작전에서 어벤저스와 용병들 간의 전투가 일어나는데, 완다 맥시모프(스칼렛 위치)가 폭발을 막는 과정에서 열한명의 와칸다족 및 무고한 시민들이 죽는 사고가 발생한다.

두 번째 내전의 발단은 토니 스타크의 매사추세츠공대 연설에서 시작이 된다. 이 자리에서 토니 스타크는 국무부 인사과에서 일하는 찰리 스펜서의 어머니를 만난다.
이 청년은 <어벤저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 파괴된 소코비아 사태에서 죽었다. 여기서 토니 스타크는 <초인등록법>이 필요하다는 확신을 갖는다.

결국 <시빌 워> 속에서의 진정한 내전은 어벤저스 구성원 중 정체가 공개된 자와 그렇지 않은 자 사이의 대립이 아니라, 자신들이 남길 흔적을 신경 쓰는 자들과 그들에 의해 희생된 자들 간의 싸움인 것이다.
어벤저스가 지구를 구한다면 누구의 편에 설 것인가?
영화 초반, 비전은 어벤저스의 위기 상황에 대해 다음과 같이 진단한다. 토니 스타크가 아이언맨임을 공표한 후 8년 동안 이상하고 강력한 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으며, 세계 종말을 일으킬 만한 사건 역시 눈에 띄게 늘었다.
이러한 힘의 팽창은 악의 팽창과 인과 관계를 맺고, 자신들의 능력이 도전 의식을 일으키고 도전은 충돌을 가져온다. 그리고 이러한 충돌은 재앙으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양상은 현재 우리가 처해 있는 많은 장면과 일치한다. 환경적으로는 산업혁명 이후 무한히 확장되고 있는 인간의 능력은 환경의 도전을 가져왔고, 그러한 도전은 현재의 기후변화, 에너지 문제, 생물 종 다양성 감소 등과 같은 충돌을 가져온 것으로 비유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벤저스의 히어로들이 절대 악으로부터 지구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 파괴로부터 지구를 구하는 날이 온다면 <시빌 워>의 양 진영 중 어느 쪽이 적합할지 생각해 보자. 실제 어벤저스 히어로들의 탄생에는 방사선 노출 등의 환경적인 요인이나, 과학기술의 양면성 등으로 발단이 된 경우가 많다.

먼저 토니 스타크로 대표되는 아이언맨 쪽이다. 토니 스타크는 유명한 군수물자 기업인 스타크 인더스트리의 시이오(CEO)이다.
어벤저스의 창설 멤버인 아이언맨은 과학기술에 대한 전문성을 살려 팀을 이끌어 간다. 하지만, 그의 부친인 하워드 스타크의 부와 특권을 누렸고, 돈의 힘을 빌려 최고의 교육을 받았으며, 합리적인 이면에는 독선과 오만이 자리 잡고 있는 인물이다.
또한 과학기술 만능주의를 신봉하고 있으며,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영원한 친구도 영원한 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다소 위험한 인물이다. 실제 <시빌 워>에서 나오지 않았던 헐크의 경우 지구가 직면한 최악의 위기들을 해결하기 위해 토니 스타크가 만든 <일루미나티>라는 조직에서 먼 행성으로 추방되기도 했다.
아이언맨과 함께하는 히어로는 러시아 황실가 출신의 스파이 블랙 위도, 미 공군 대령 워 머신, 와칸다 왕국의 왕자이자 옥스퍼드 대학 출신의 블랙 팬서, 인공지능 시스템 자비스에서 탄생한 더 비전, 젊은 서민 히어로 스파이더맨 등이다.

다음은 스티브 로저스가 대표하는 캡틴 아메리카 쪽이다. 스티브 로저스는 누가 보더라도 자수성가한 경우이다. 허약한 미술가 지망생에 불과했던 스티브 로저스는 정부의 슈퍼 솔져 프로그램에 지원했고, 그 고난을 이겨냈다.
또한 몸을 꽁꽁 얼어붙게 하는 차가운 온도에서 수십 년을 동면 상태로 버틴 정신력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성품으로 그는 가장 강력한 멤버는 아니었지만, 흔들림 없는 지도력으로 어벤저스를 이끄는 리더가 되었다.
하지만 스티브 로저스는 악의 집단 하이드라가 쉴드를 장악하는 모습을 보며 국가와 조직에 대한 불신을 경험했다. 이러한 회의감은 9∙11 사태 이후 테러 방지 명목으로 개인 정보 수집을 정당화한 미국 정부에 대한 불신을 원작자인 마크 밀러가 표현한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캡틴 아메리카와 함께하는 히어로에는 인간 병기 윈터 솔져, 밀수자였던 팔콘, 생계형 도둑 앤트맨, 보육원 출신의 호크아이, 정신적 문제가 있는 스칼릿 위치 등이 있다.

두 팀의 설정은 요즘 말로 금수저와 흙수저의 대립구도를 보여준다. 물론 이 둘은 영원히 분리된 팀은 아니다.
찬성팀의 서민형 히어로인 스파이더맨은 <시빌 워> 원작에서 복제 토르가 다른 히어로들을 다치게 하자 캡틴 아메리카 쪽으로 전향한다. 마블 코믹스 시리즈 중에서 스칼릿 위치와 더 비전은 결혼을 하고, 스칼릿 위치(스칼릿 위치는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엑스맨 시리즈의 매그니토의 딸이라는 설이 있다)의 마법으로 쌍둥이를 만들기도 한다.

우리는 지구를 위해 어떤 히어로 진영을 선택할 것인가? 문제의 원인 제공자이지만, 이성적이고, 해결할 수 있는 기술과 자본을 갖고 있으면서 우리 사회의 지배계층을 형성하는 아이언맨 진영인가? 감성적이지만, 우리 사회의 소외 계층을 대변하며, 정의와 시민의 자유를 위해 돌진하는 캡틴 아메리카 진영인가?
위의 질문에 답을 하기는 쉽지 않다. 실제 우리 현실의 많은 쟁점에서 이러한 히어로들(때로는 외부세력으로 매도될 때가 있다)에 의한 충돌은 언제나 일어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기업가 집안 출신이며, 가슴에 핵융합 원자로인 토카막을 소형화한 아크 리액터(Arc Reactor: 원형 원자로)를 달고, 전쟁 물자를 만드는 일을 생업으로 하는, 미국의 현실적 패권주의(제국주의)를 상징하는 캐릭터인 아이언맨에 정이 가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원작 만화의 결론은 캡틴 아메리카가 아이언맨을 쓰러뜨리는 데 성공하지만, 최후의 일격을 날리려던 찰나 파괴된 도시와 무고한 사람들이 입은 상처를 보면서 포기한다. 이후 그는 수갑을 차고 연방 법정을 향해 걸어 들어가던 도중 암살된다.
이러한 만화의 결론은 아이언맨 진영이 위협에 대항하며, 악에 맞설 히어로 진영으로 적합하다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러한 결정은 현실에서도 비슷하다.
내부에서 분열이 일어난 제국은 그것으로 끝이다
적들로부터 멸망한 제국은 재기할 수 있지만, 내부에서 분열이 일어난 제국은 그것으로 끝이다. <시빌 워>의 마지막에 헬무트 제모가 한 말이다. 사실 <시빌 워>의 진정한 악당은 모든 일을 기획한 헬무트 제모이다.
헬무트 제모는 어벤저스의 히어로들에 비하면 소코비아 암살부대 출신이지만 일반인에 가까운 캐릭터이다. 그는 소코비아 사태 때 아버지와 아내, 아들을 잃었고, 이를 복수하기 위해 모든 일을 치밀하게 기획한다. 최대의 적은 강대한 힘을 가진 악당이 아니라 어떤 신념에 붙들린 망령이 되어버린 일반인(슈퍼 파워가 없는)들이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는 환경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헬무트 제모와 같은 악당에게 기회를 주고 있진 않은지 고민해 봐야 한다. 새만금과 계화도 갯벌 문제, 천성산 터널, 핵발전, 송전탑 건설, 케이블카 설치, 가습기 살균제, 제주 해군기지 건설 등 우리 사회는 많은 환경 쟁점을 갖고 있다.
이를 해결하는 역할은 영화에서처럼 어벤저스 같은 히어로들의 몫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에 참여하고 있는 환경 히어로들은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지 잊지 말아야 한다. 최소한 그것은 자신의 정치적 이해나, 거짓된 명분, 경제적 실리, 미안함에 대한 위안 등은 아니어야 한다.
이러한 점을 간과할 때, 언제든지 헬무트 제모와 같은 악당은 구성원의 분노를 이용하여 내분을 일으킬 기회를 갖게 된다. 진정한 히어로들의 역할은 일반인들을 자신의 삶과 가치를 찾아가는 히어로로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
헬무트 제모와 같은 지능형 악당들은 언제나 한 걸음 뒤에 숨어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며, 상대방의 힘과 권력을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이용할 수 있는 지략을 갖고 있다. 진정으로 우리가 상대하기 어려운 적은 복수의 광기를 보이지 않으며, 최대의 절제력으로 상대방의 힘을 이용해서 내부의 악을 키우는 적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진정한 악은 외부의 악이 아니라 내부의 악이며, 이를 경계하지 않은 어떤 정의로운 전환도 성공한 적은 없다.
글 안재정/ 환경과교육연구소 선임연구원·장기고등학교 교사, 사진 월트디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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