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절반은 인류 아닌 생물에게 양보해야

조홍섭 2009. 09. 25
조회수 14048 추천수 0
다른 것이 아름답다(3)
한반도 추정 생물 10만종 중 70%는 미기록종
‘인간’ 탓에 뭔지 모른 채 해마다 500종 사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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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령도 등 서해접경해역과 경기만에서 해양생태계 기본조사를 2006년에 시작한 국립수산과학원 연구자들은 조사를 해 보고 깜짝 놀랐다. 2월과 5월 두 번 조사했을 뿐인데, 처음 보는 생물이 알려진 종보다 더 많이 쏟아져 나온 것이다. 바다 바닥에 사는 저서동물을 370종 채집했는데 219종이 미기록종, 1종은 신종이었다. 그 동안 생태조사가 당장 경제성이 있는 어류와 그 먹이인 플랑크톤에 집중됐을 뿐 저서동물 등 다른 생물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던 것이 이런 노다지를 만나게 된 이유였다.
 
이대로라면 21세기 말까지 생물의 반이 없어져
 
하지만 지난 20년 사이 개펄의 20%가 사라지는 등 생물종의 기반은 이미 무너져내리고 있다. 우리가 미처 파악하지 못하는 동안 생물종의 감소는 가속화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온대지방에 위치하지만 여러 기후대가 겹치고 반도이기 때문에 다른 나라보다 생물다양성이 풍부하고 고유종이 많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환경부는 육상과 해상을 포괄한 한반도에서 기록된 생물종을 동물 1만8천 종, 식물 8천 종 등 모두 2만9916 종으로 집계한다. 우리와 생물지리학적 조건이 비슷한 일본이나 영국에 견줘 한반도의 생물은 약 10만 종 이상일 것으로 추정한다. 밝혀진 종의 수가 일본은 우리보다 무척추동물은 2배, 곤충은 3배나 많다. 우리나라 생물의 70%는 발견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무슨 생물이 사라지고 있는지도 모르는 사이에 서식지 감소, 남획, 외래종 침입 등에 의해 생물종이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환경부는 국제적인 멸종률인 연간 0.5%를 적용하면 우리나라 생물종 10만 종 가운데 해마다 500종, 매일 1.4종이 사라지고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엔 지구온난화 등 새로운 위협요인은 고려되지 않았다. 지구온난화로 2050년까지 기온이 2℃ 상승하면 지구상 동·식물의 4분의 1이 멸종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적으로 생물종의 절멸 속도는 사람이 압력을 가하기 전보다 1천~1만 배 빠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간이 출현하기 이전 시기에 절멸률은 연간 100만분의 1종이었고 신종 형성률은 이와  비슷하지만 약간 높아, 종 다양성은 느리게나마 증가했다. 하지만 현재의 절멸률은 연간 100만분의 100~1000종에 이른다. 이대로라면 21세기 말까지 생물의 반이 절멸할 것이란 계산이 여기서 나오는 것이다.
 
지구의 자연사 간직한 살아있는 도서관
 
Untitled-5 copy.jpg멸종의 주 원인은 서식지 파괴와 훼손이며, 이어 외래종 도입, 남획, 오염과 질병이 뒤따른다. 최근엔 기후변화가 점차 중요한 위협으로 떠오르고 있고, 종간 벽을 넘어 인위적으로 유전자를 이동시키는 유전공학 기술은 생물다양성 교란의 새로운 차원을  열어놓고 있다.
 
사회생물학자이자 보전생물학자인 에드워드 윌슨이 최근 낸 책 <생명의 미래>에는 그가 후손에게 남기는 공개 유언장이 실려 있다. 생물 다양성을 지키지 못한 미안함과 함께 지구를 망가뜨린 사람들에 대한 야유를 담은 그 내용을 옮겨 본다.
 
“여기저기 사용하지 않고 남겨 놓은 얼마 안 되는 야생 환경과 함께, 하와이의 합성 정글, 그리고 한때는 삼림으로 울창했던 아마존 잡목 지대를 우리는 당신들에게 유산으로 남깁니다. 당신들이 할 일은 유전공학으로 새로운 종류의 동식물을 창조하고 이들을 독립적인 인공 생태계에 적응시키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 임무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이해합니다. 당신들 다수가 그런 일을 할 생각조차 혐오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우리는 확신합니다. 부디 행운이 있기를, 그리고 기술발전 덕분에 그 시도가 성공한다고 해도 당신이 만들어 내는 것이 원래 창조되었던 것처럼 성공적일 수 없다는 사실을 유감으로 생각합니다. 우리의 사과와, 과거에 존재했던 놀라운 세계를 보여 주는 시청각 자료를 받아 주십시오.”
 
그는 지구의 생물을 그 자체가 무한한 지식과 아름다움으로 가득 찬 위대한 작품이라고 본다. 생물은 지구의 자연사를 간직한 살아있는 도서관이란 얘기다. 나아가 그는 인간이 통일된 창조신화를 갖는다면 그것은 바로 진화의 역사이며, 따라서 생물다양성을 보존하는 것은 불멸성에 대한 투자라고 주장한다. 이런 믿음에서 그는 단호하게 “극단주의자라는 욕을 먹어도 좋다. 세계의 반은 인류가 아닌 생물에게 양보해야 한다.”라고 외치는 것이다.
 
경제적 관점 넘어 윤리·심미적으로 옳은가 물어야
 
Untitled-6 copy.jpg설악산이나 오대산의 깊은 숲 속에 들어가면 아름답다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그 숲에 사는 무슨 희귀종이나 천연기념물 때문에 그런 느낌이 생기는 건 아닐 것이다. 전나무 숲과 바위 사이를 흐르는 시냇물, 그리고 그 위로 날아오르는 제비나비 등이 하나로 어우러져 우리에게 자연의 아름다움으로 다가온다. 그것은 조화이기도 하지만, 끊임없는 변화 속에 생존경쟁을 벌이는 역동성일 수도 있다. 어쨌든 우리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충만감을 잘 보전된 자연에서 얻는다. 마치 서로 잘 알고 아껴주는 시골마을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것과 같다.
 
환경윤리학의 문을 연 자연주의자 알도 레오폴드는 사람을 생명 공동체의 한 구성원으로 규정하는 토지윤리를 제창했다. 미국 연방정부 산림공무원이던 그는 사냥감인 사슴을 지키기 위해 포식자인 늑대를 없앴다가 결국 사슴마저 사라지게 된 경험에서 출발해 포식자도 생명공동체의 구성원이란 사실을 깨달았다. 나아가 그는 토지공동체 구성원 대부분이 아무런 경제적 가치가 없다는 데 착안해 경제적 동기가 보전의 근거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가 얻은 결론인, “낱낱의 물음을 경제적으로 무엇이 유리한가 하는 관점뿐만 아니라 윤리적, 심미적으로 무엇이 옳은가의 관점에서도 검토하라. 생명 공동체의 통합성과 안정성 그리고 아름다움의 보전에 이바지한다면, 그것은 옳다. 그렇지 않다면 그르다”라는 경구는 나온 지 60여 년이 지난 요즘에도 힘을 잃지 않고 있다.  생물다양성의 가치는 인간 중심주의에서 벗어나야 빛을 발한다. 생명공동체가  늘 평화로운 건 아니기 때문이다. 텃밭에서 작은 농사라도 지어본 사람이라면 잡초나 해충과 불가피하게 전쟁을 벌여야 함을 안다. 그건 사람만을 위해 특별하게 육종한, 당연히 곤충에게도 너무 맛좋은 농작물을 재배한 당연한 결과이다.
 
인간의 몸은 어차피 수많은 미생물의 집일뿐
 
우리는 다른 생물의 처지에서도 생각해 봄으로써 인간이 자연 속에서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성찰할 수 있게 된다. 이를 위해서도 자연에 대한 지식을 넓힐 필요가 있다. 마치 낯선 사회에 처음 들어가면 그곳의 문화와 제도, 그리고 이웃들의 이름과 성격을 익히듯이 우리는 자연 공동체에서 마찬가지의 수고를 해야 한다. 이런 노력을 통해 자연에 대한 감수성이 높아진다. 자연에 대해 성숙하고 지혜로운 시야를 넓혀가면서 우리는 먼 자연을 찾아가지 않더라도 우리 주변에서 놀라운 자연을 알아볼 수 있다. 훈련받은 감수성을 가진 눈으로 볼 때 마당의 연못은 놀라운 생명이 꿈틀대는 자연으로 바뀐다. 마치 도를 닦듯이 자연을 보는 눈이 깊어진다면 우리 몸 자체에서 거대한 자연을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인간의 몸은 어차피 수많은 미생물의 집이 아니던가.
 
인간 중심주의를 벗어난 성숙한 자연관은 좀 더 현실적인 문제를 풀어갈 때도 도움이 된다. 인류는 지구를 자기 것처럼 쓰고 있다. 인간이란 생물이 번창하면서 지구의 다른 생물들은 점점 자리를 내줄 수밖에 없는 처지로 몰리고 있다. 사람들은 점점 다른 생물들을 자기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바꿔놓고 있다. 닭고기를 먹으면서 우리는 그 닭이 어떻게 살다가 내 밥상에 오르게 됐는지를 모르며 알 필요도 없다고 느낀다.
 
풀을 뜯고 개구리를 잡아 먹이며 기른 닭을 잡아먹을 때 우리는 그 닭의 짧은 삶도 함께 우리 몸속에 들여놓는다. 거기엔 고마움과 미안함, 곧 닭에 대한 존중이 들어있다. 하지만 공장식 축산으로 기른 닭이 한순간도 햇볕 속에서 뛰놀지 못하고 미처 털갈이도 마치기 전에 도축되거나, 이들이 먹는 사료에 동료 닭들의 깃털이 단백질 성분으로 들어있는지 우리는 식품점에서 깔끔하게 포장된 고기를 살 때 알지 못한다. 우리는 생명체가 아닌 고깃덩어리인 닭을 소비할  뿐이다. 채식주의자들이 고기를 기피하는 것은 이처럼 고기 속에 담긴 폭력적인 인간중심주의 때문일 것이다. 자기의 몸을 위한 올바른 음식 선택이 결국 다른 생물에 대한 존중으로 이어진다. 다른 동물의 삶과 고통을 느끼기 시작하면 우리는 자신과 이웃의 삶을 더욱 존중하게 될 것이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이 글은 <다름의 아름다움>(고즈윈/2008/1만 원)에 실린 필자의 글 ‘왜 다윈핀치는 서로 비슷해지고 있나’를 일부 수정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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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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