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럭은 밤에도 꼬리 물고 골재는 ‘공동묘지’

조홍섭 2010. 0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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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본격 삽질 ‘몸통’, 낙동강 가보니
콘크리트 가물막이 강 막고 크레인 ‘흉물’처럼
노을 비친 강물은 핏빛, 잉어·수달은 아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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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영향평가를 후딱 끝내자마자 지난해 11월 서둘러 착공했던 4대강 사업이 연말 예산 통과로 본격화하고 있다.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최근 보, 준설, 제방 등 핵심 공정의 60%를 올해 안에 끝내겠다고 밝혔다. 이제 우리가 알던 4대강의 모습을 다시 볼 기회는 영영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불교환경연대가 지난 7~8일 연 낙동강 순례에 참가해, 낙동강에 들어설 보와 준설 예정지를 둘러보았다. 낙동강에는 오는 2012년까지 5조4천억원을 투입해 8개의 수중보를 설치하고 4억4천만㎥의 골재를 파내는 한편 230㎞의 강변을 정비할 예정이어서, 4대강 사업의 ‘몸통’에 해당한다.
 
‘잃어버리는 것’들에 강물도 아쉬운듯 굽이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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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댐을 나온 낙동강은 절경을 놓치기 아쉬운 듯 구불구불 뱀 모양으로 흐리기 시작한다. 병산서원과 하회마을을 지나 내성천 하류의 회룡포와 만난 뒤 상주 경천대로 이어지는 비경이 펼쳐깆다.
 
경북 안동시 풍산읍 마애리 단호교에서 내려다 본 낙동강은 모래와 자갈이 깔린 투명한 강물이 갈대와 버드나무 숲을 굽이쳐 흐르는 전형적인 자연하천의 모습이었다. 팔뚝 만한 잉어 몇 마리가 느릿느릿 인기척을 피했다. 강변에서는 수달 발자국을 볼 수 있다.
 
2007년 안동시는 이곳에 소나무숲 공원을 조성하다가 우연히 3만~4만년 전 구석기 유물을 발견했고, 이를 출토해 마애 선사유적 전시관에 보관하고 있다. 적어도 수만년 동안 사람들은 낙동강변에서 살아왔고, 그 문화유산은 곳곳에 묻혀있을 가능성이 높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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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강은 270도 방향을 틀어 병산서원으로 향한다. 물굽이 양쪽의 제법 넓은 갈대밭과 작은 숲이 어울린다. 동행한 지율 스님은 “지난 (100일) 단식 때 여기 왔는데, 아름다운 강을 보고 죽는 것이 서럽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지율은 경북 상주의 빈 집에 머물며 낙동강의 숨결을 느끼기를 원하는 누구에게나 매주 주말 1박2일 일정으로 순례지를 안내하고 있다(웹사이트=http://cafe.daum.net/chorok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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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런 경관도 ‘낙동강 살리기’ 사업과 함께 사라질 전망이다. 우리가 잃게 되는 것은 경치뿐일까.
 
박창근 관동대 교수는 “병산서원은 낙동강의 병목 구실을 해 홍수 때 풍산들에 물이 넘치곤했지만 덕분에 하회마을은 범람을 모르고 지냈다”며 “이제 풍산들을 제방으로 막은 데다가 홍수터를 모두 없애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홍수는 인간의 얄팍한 재주로 막을 수 있는 게 아니다”고 덧붙였다. 4대강 사업을 하기 전까지만 해도 정부의 정책은 ‘홍수와 맞서 싸우기보다 인간과 홍수가 공존하는 방법을 배우자’는 것이었다.
 
아련한 강변 백사장의 추억 고대로 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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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양면 내성리에서 낙동강은 소백산에서 발원한 ‘새 피’를 수혈받는다. 물돌이 마을인 회룡포 인근인 개포면에 가면, 까마득하게 펼쳐진 강변 모래밭을 만난다. 한강의 뚝섬과 여의도 등 강변 백사장의 잃어버린 기억을 여기서 되찾을 수 있다. 모래밭은 보기보다 넓었고, 고라니와 너구리의 발자국이 찍혀 있었다. 작은 언덕과 덤불숲, 갈대밭이 하천변에 펼쳐져 있었다. 이제는 찾기 힘든 훼손되지 않은 낙동강의 원형을 간직한 하천이다.
 
“제방 위에서 자동차를 탄 채 내려다 보면 그냥 골재로 보이겠지요.” 한 순례 참가자가 말했다.
 
4대강 사업의 핵심은 보를 막고 골재를 채취하는 것이다. 낙동강에서 준설 물량은 4.4억㎥이다. 안동에서 부산까지 320㎞ 구간에서 폭 220m, 평균 깊이 6m로 모래와 자갈을 퍼내야 채울 수 있는 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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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를 막기 위해서는 강 한 쪽을 ‘ㄷ’자로 막아 물을 돌린 뒤 콘크리트를 쳐 기반시설 공사를 해야 한다. 순차적으로 강을 막는 가물막이 공사이다.
 
상주시 중동면 오상리의 비봉산(해발 230m)에 오르자 ‘낙동강 살리기’ 제33공구인 상주보 건설현장이 한 눈에 들어왔다. 낙동강 최고의 절경으로 알려진 경천대를 지난 낙동강이 드라마 <상도> 촬영장을 지나 청룡사 앞에서 크게 휘도는 곳이다. 상자 모양의 가물막이 벽은 강의 절반 이상을 막았고 파일을 박는 대형 크레인과 골재 선별기가 놓여 있었다. 저녁 6시로 이미 어두웠지만 덤프트럭이 줄지어 헤드라이트를 켠 채 굴삭기로 퍼낸 모래를 운반하고 있었다.
 
덤프트럭은 모래을 홍수기엔 섬이 되는 하중도에 부려놓았다. 약 26만㎡의 너른 들은 트럭이 나란히 부려놓은 골재로 인해 공동묘지처럼 보였다. 노을이 비친 강물이 핏빛으로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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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로운 풍광 어지럽히는 시끄러운 공사 소리 

 
이튿날 아침 찾은 상주 낙단보도 가물막이 공사가 한창이었다. 시공사인 두산건설 직원들이 순례단의 접근을 신경질적으로 막았다.
 
현대건설이 ‘명품 보’를 만든다며 홍보하는 경북 달성의 달성보 건설현장에도 야간작업용 조명탑이 설치돼 있었다. 강의 허리까지 가물막이가 완성돼 있다. 현장관리인 김완수씨는 “올 홍수기가 오기 전에 가물막이 안에 보 구조물을 앉혀야 하기 때문에 공사를 서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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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강이 합류한 낙동강 최하류 보인 함안보의 거대한 가물막이도 완성됐다. 가물막이 하류 강변은 이미 거대한 돌망대 호안으로 바뀌었다. 조경수로 야자나무를 심은 작은 뜰이 있는 수자원공사 전망대는 “행복4강 활짝 웃어라! 대한민국 강들아”라는 팻말을 매달고 있었다.
 
낙동강은 이미 공사 중이었다. 4대강 공사가 아니라도 골재채취 장비가 강변과 강 안에 어지럽게 들어서 있었고, ‘농사 금지’ 팻말과 버려진 비닐하우스가 을씨년스런 분위기를 풍기는 곳이 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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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강의 생태계가 살아있는 곳도 많았다. 지율의 말대로 “새들이 좋아하는 땅은 정부도 좋아한다”는 게 안타까울 뿐이다.
 
구미보가 들어설 해평습지에는 고니, 기러기, 오리 등이 평화롭게 쉬고 있었다.
 
함안보 하류인 함안군 칠서면 이룡리 일대의 강변은 고즈넉한 강하류의 풍광을 간직하고 있었다. 군데군데 버려진 농경지 주변에 갈대밭과 숲이 울창했다. 강 건너에는 골재채취가 대대적으로 벌어지고 있지만 샛강과 하안단구 지형은 아직 온전했다. 박병상 인천 도시생태연구소장은 “생물다양성과 아름다움이 있는 하천 범람원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감탄했다. 이런 모습을 볼 수 있는 기간은 이제 몇 달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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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글·사진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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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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