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싶어 먹어본 독버섯, 끔찍했다

김성호 2011. 05. 23
조회수 98603 추천수 3

마구 토하고 경련, 뱃속엔 불덩이…백혈구 실종
독도 잘 다스리면 약, 독버섯이 더 유용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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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걀버섯

 

붉은 색이 무척 강하며 화려하기 그지없는 사진의 버섯은 독버섯이 가장 많이 속해 있는 광대버섯 과의 달걀버섯입니다. 하지만 달걀버섯은 유럽에서 버섯 중 제왕(帝王)이라는 뜻으로 'Caesaria'라고도 부르며, 로마시대에 네로 황제에게 달걀버섯을 진상하면 같은 무게의 황금을 저울로 달아 하사하였다고 할 만큼 귀하고 맛있는 식용버섯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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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다발

 

봄부터 가을에 걸쳐 주로 썩은 나무의 그루터기에 노란색의 다발로 피어나는 버섯 중에 노란다발이라는 버섯이 있습니다. 화려한 빛깔도 아닌데다 잘 구운 빵 같아 보이기도 하여 먹음직스런 노란다발은 우리나라에서 버섯으로 인한 사망사고의 가장 큰 원인의 하나인 맹독버섯입니다.

 

버섯은 식용 여부에 따라 식용버섯, 독버섯, 그리고 식용불명 버섯으로 구분합니다. 독버섯과 식용버섯에 대한 속설 중 다음의 것들은 이미 잘 알고 있거나 적어도 들어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독버섯은 색깔이 화려하며, 세로로 잘 찢어지지 않고, 대에 띠가 없으며, 곤충이나 다른 동물이 먹지 않고, 은수저의 색을 변하게 한다. 또한, 독버섯이라도 가지나 들기름과 함께 요리하면 문제될 것이 없다는 말도 있습니다.

 

반대로 식용버섯은 색깔이 화려하지 않으며, 세로로 잘 찢어지고, 대에 띠가 있으며, 곤충이나 다른 동물이 잘 먹고 은수저의 색을 변화시키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독버섯은 먹으면 바로 생명을 잃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그 기준은 단 하나의 예외도 없이 완벽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상식처럼 되어 있는 독버섯에 대한 속설은 항목마다 오히려 예외가 더 많습니다.

 

더군다나 버섯은 생육시기에 따라 형태가 다양하게 변할 뿐만 아니라 같은 시기의 같은 종이라 하더라도 서식환경과 영양 상태에 따라 그 모양과 색이 서로 다른 경우 또한 흔합니다. 전문가라 할지라도 몇 가지 정밀조사를 통해서만 정확히 동정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식용버섯으로 분류되어 있더라도 날로 먹거나 술과 함께 먹을 경우 중독증상이 나타나는 일까지도 있습니다.

 

'식용 불명' 버섯은 먹어도 괜찮다?

 

버섯도감을 살펴보면 식용불명이라고 명시된 버섯들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식용불명은 말 그대로 먹어도 괜찮은지 명확하지 않다는 뜻일 것입니다. 그런데 독버섯이 따로 구분되어 있으므로 식용불명 버섯은 아직 다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치명적인 독버섯은 아닐 것이라고 혼자 그렇게 생각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다 오직 버섯만 보고 다니던 시간이 몇 년 더 지나고 버섯에 대하여 어설프게나마 많이 알게 된 즈음 식용불명이라는 표현이 퍽 궁금해지기 시작했었습니다. 물론 도전해 보았고, 죽기 직전까지 간 적이 있습니다.

 

아주 조금 먹은 것이었는데도 몇 시간이 지나자 뿜듯이 분출하는 구토가 끊이지 않았고, 턱 윗부분만 검붉게 변하는 현상이 나타났으며, 안면 근육은 계속해서 경련이 일어났습니다. 미각도 완전히 잃었고, 뜨겁고 차가운 것의 구분도 제대로 할 수 없었으며, 뱃속에는 불덩어리가 앉아 있는 것만 같았습니다.

 

열흘 정도가 지나며 버섯으로 인한 증상은 사라진 것으로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습니다. 두 달 뒤, 우연히 혈액검사를 하게 되었을 때, 내 몸에는 정말 끔찍한 일이 벌어져 있었습니다. 면역기능을 담당하는 백혈구가 거의 없는 상태였습니다.

 

버섯의 어떤 성분이 내 몸의 백혈구를 서서히 죽이고 있었던 것입니다. 부랴부랴 자료를 찾아보니 그 버섯을 먹기 몇 달 전, 일본에서는 같은 버섯을 조금 더 많이 먹었던 한 사람이 이미 사망한 사례가 보고되어 있었고, 그 버섯은 맹독버섯으로 재분류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 이후로 식용불명버섯은 아무 것도 알려진 것이 없으니 맹독버섯일 가능성도 있는 버섯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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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많은 사망자를 내고 있는 독우산광대버섯. 식품의약품안전청 제공.

 

숲 속의 야생 버섯은 생태계의 분해자로서 자기의 몫을 잘 감당하고 있는 친구들입니다. 독버섯도 마찬가지입니다. 독버섯이라 분해자의 역할을 소홀히 하지 않습니다. 독버섯은 그저 자신을 지키기 위해 독을 지니고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어찌 보면 독버섯이 우리에게 더 유용한 친구가 될 수 있습니다. 식용버섯은 먹을거리가 되지만 독버섯은 우리를 질병에서 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줍니다. 내가 먹은 독버섯도 특별한 고통 없이 서서히 내 몸의 백혈구를 죽이고 있었습니다. 그 성분이 무엇인지를 살펴 찾으면, 백혈구가 급격히 증가하여 생기는 백혈병의 치료제를 개발할 수도 있다는 뜻이 됩니다. 독을 잘 다스린 것이 곧 약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식용버섯과 독버섯을 구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며, 지금 이 순간에도 독버섯으로 인해 생명을 잃는 일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어떤 버섯학자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나이 든 버섯 채취가도 있고, 용감한 버섯 채취가도 있다. 하지만 나이 들고 용감한 버섯 채취가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니 숲 속의 야생 버섯은 자연의 정직하고 성실한 분해자로서 자기의 몫을 잘 감당할 수 있도록 그대로 두는 것이 좋겠습니다. 재배되어 식단에 오르는 버섯만으로도 우리의 식탁은 너무 무겁습니다.

 

<독버섯의 피해 실태>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자료를 보면, 2003~2010년 사이 자연독에 의한 식중독은 23건으로 262명이 걸렸습니다. 이 가운데 버섯으로 인한 중독은 6건에 41명입니다. 특히 습기가 많은 늦여름에 피해가 집중된다고 합니다.

 

피해가 집중되는 독버섯은 독우산광대버과 개나리광대버섯, 흰알광대버섯 등 3종입니다. 독우산광대버섯과 흰알광대버섯은 식용으로 많이 채취하는 주름버섯과 비슷하며 개나리광대버섯은 식용인 꾀꼬리버섯과 혼동을 일으키기 쉽습니다.

 

광대버섯에 들어있는 독소인 아마토린은 자연계에 존재하는 가장 강력한 간 독성물질의 하나이며 사망률은 70%에 이릅니다.

 

김성호/ 한겨레 물바람숲 필진, 서남대 생명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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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호 서남대 생명과학과 교수
서남대 생명과학과 교수. <큰오색딱따구리 육아일기><동고비와 함께한 80일><까막딱따구리의 숲>의 저자로서 새가 둥지를 틀고 어린 새들을 키워내는 번식일정 전체를 처음부터 끝까지 인내로 세세히 기록하는 일에 주력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지리산과 섬진강에서 만난 생명들의 20년 이야기를 담은 생태에세이 <나의 생명수업>을 펴냈다.
이메일 : genexp@chol.com      
블로그 : http://plug.hani.co.kr/philna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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