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어, 추우면 ‘제 몸 먹고’ 키 줄여 겨울나기

조홍섭 2010. 1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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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지방 바닥 나면 몸 속 조직 흡수, 10%까지 축소
사람도 식욕감퇴나 영양실조로 인한 키 감소 추정

 
겨울 찬물속에서 몸을 줄여 추위를 이기는 유럽산 송어.JPG

 
날씨가 추우면 몸이 움츠러든다고 흔히 말한다. 하지만 아무리 춥다고 180㎝짜리 키가 160㎝로 줄지는 않는다, 그저 마음이 움츠러들 뿐이다. 하지만 추운 겨울엔 정말 몸이 움츠러드는 동물이 있다. 키가 10%까지 줄어드는 동물이 있다. 바로 송어이다. 핀란드와 노르웨이 연구자들은 국제학술지 <기능 생태학>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물고기가 역경에 처하면 몸길이가 줄어든다는 사실을 보고했다. 연구대상은 유럽산 송어로 연구소의 반 자연 하천에 무선송신기를 부착해 풀어놓고 추운 겨울 동안 어떤 변화를 보이는지 관찰했다.
 

갈라파고스의 바다 이구아나는 엘니뇨 때 20%까지
 
겨울 동안 야생의 어린 송어는 개울 바닥의 돌 밑에 은신한 채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 밤에만 잠깐 동안 먹이활동을 할 뿐이다. 이때 필요한 에너지는 여름 동안 몸속에 비축한 지방으로 충당한다. 에너지 고갈 상태를 막기 위해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면 송어의 식욕은 96%까지 감퇴한다. 양식장에서 태어난 어린 송어를 하천에 풀어놓았을 때 이런 식욕감퇴 현상이 야생종에 견줘 두드러졌다. 하지만 야생 송어도 겨울에 얼음이 어는 등 역경이 다가오면 비슷한 양상을 나타냈다.

 
식욕을 떨어뜨려 에너지 소비를 최대한 억제했는데도 역경이 계속된다면 어떻게 할까. 방법은 제 몸을 ‘먹는’ 것밖에는 없다. 체지방이 고갈된 뒤 몸속의 조직을 흡수한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 연구대상인 어린 송어는 겨울을 나면서 몸 길이가 최대 10% 줄어들었다. 몸길이를 줄여 악조건에 대처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어느 한도를 넘으면 물고기는 사망한다.

북반구에서 겨울나기는 중요한 자연선택이다. 겨울을 잘 나는 개체만 살아남아 종족을 번식시킬 수 있다. 연구자들은 물고기에서 몸을 줄이는 전략을 처음 발견했지만 다른 척추동물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이미 밝혀져 있다. 갈라파고스의 바다 이구아나는 엘니뇨로 먹이가 급감하면 길이가 20%까지 감소한다. 벌레를 먹고 사는 뒤쥐도 겨울을 나면서 길이가 7%, 몸무게는 35%까지 줄어든다는 보고가 있다. 몸길이가 줄어든 바다 이구아나에게서는 식욕이 떨어지고, 움직임이 둔해지며, 스트레스가 높은 현상이 공통으로 나타났다.
 

척추 연골의 부피가 줄어들어 납작해지기 때문인 듯
 
그렇다면 척추동물의 몸길이는 어떻게 줄어드는 걸까. 연구자들은 척추 연골의 부피가 줄어들어 납작해지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척추의 길이가 줄어든 뒤쥐의 사례가 송어에도 적용되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몸을 줄여 겨울을 난 어린 송어는 봄이 오면 왕성한 식욕으로 뒤처진 생장을 따라잡는다. 하지만 여기엔 치명적 대가가 따른다.

연구책임자인 아리 후스코 핀란드 야생동물 및 어류 연구소 연구자는 “지방축적과 성장률이 복구된 몇 달 뒤 갑자기 몸의 기능저하 현상이 나타나고 10달 뒤에는 사망률의 증가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길이 감소를 경험한 뒤쥐에게서도 이런 수명단축 현상이 보고된 바 있다. 사람도 물고기처럼 현저하지는 않지만 식욕감퇴나 영양실조로 인한 키 감소 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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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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