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의 눈으로 바라본 세계 역사

클라이브 폰팅 지음,
이진아·김정민 옮김
서남아프리카의 부시족 여자는 하루에 2~3시간만 일한다. 남자는 일주일 꼬박 사냥하고 2~3주는 빈둥빈둥 논다. 노인이나 미성년자는 일을 하지 않아도 돼 부족 열에 넷은 놀고먹는다. 그러면서도 이들의 식단은 현대의 권장식단보다 균형잡혔다. 곡물보다 단백질이 10배나 많은 몬곤고 콩을 늘 구할 수 있고 철 따라 채집과 사냥을 하면 된다. 항상 이동하기 때문에 살림살이도 적고 음식을 저장하지도 않는다. 음식물에는 주인 개념이 없어 모두가 나눠 먹는다.
인류와 그 직계 조상이 살아온 지난 200만년 가운데 최근 2000~3000년을 뺀 99%의 기간 동안 인류는 수렵채취 방식으로 살아왔다.
클라이브 폰팅은 인류의 역사를 환경의 관점에서 재해석한 <녹색세계사> 개정판에서 수렵 채취를 “사람이 채택한 생활양식 가운데 가장 성공적이고 자연생태계에 가장 피해를 덜 주는 방법”이라고 평가했다. 이 방법으로 인류는 혹독한 환경에서도 살아남으면서 세계 구석구석까지 퍼졌다.
이런 여유로운 삶은 1만년 전 농경이 시작되면서 첫 전환기를 맞는다. 작물을 선택 재배하고 가축을 길들이는 등 생태학적 제약을 벗어났다. 도시와 전문직업인, 지배계급이 등장하면서 고대문명이 출현했다.
그러나 농경은 환경에 큰 영향을 끼쳤다. 메소포타미아, 인더스, 중앙아메리카 고대문명은 환경 파괴로 무너졌다. 전세계 인구의 95%가 농민이던 이 시대에 사람들은 만성적인 영양실조와 질병에 시달렸고 평균 수명도 짧았다. 사람들이 기근으로 떼죽음하는 일이 세계 어디서나 벌어졌다.
두 번째 전환기는 19세기 화석연료의 사용과 함께 다가왔다. 화석연료에 기반을 둔 산업화로 유럽과 북미 등 일부 국가 사람들이 풍요를 맛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절대빈곤에 시달렸고, 불평등은 심화됐다. 18세기 초 독일 쾰른의 인구 5만 가운데 2만명이 거지였다. 1815년까지도 스웨덴 인구의 절반은 땅 없는 노동자나 거지였다.
도시화와 산업화, 대량소비가 이뤄진 지난 200년 동안 인류는 자원의 고갈, 환경오염, 자연 파괴, 세계적 불평등 등 전례없는 복잡한 문제에 부닥치게 됐다. 1만년 전 농경을 시작할 때 세계의 인구는 400만명이었지만 1990대엔 한 해에 9000만명씩 늘어났다. 지구의 환경은 이들을 먹이고 입힐 수 있을까. 게다가 세계는 기후변화라는 초유의 환경재앙을 맞이하고 있다.
지은이는 인류가 새로운 기술과 더 많은 자원을 사용해 환경의 제약을 극복해 온 것을 진보라고 부르는 것에 이의를 제기한다. “생태의 눈으로 보면, 인류 역사는 사람의 기본 욕구를 채우기 위해 점점 더 복잡하고 환경에 타격을 주는 방법을 써온 과정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또 “이런 성장이 앞으로도 계속될 수 있는지 심각한 의문”이라며 “과거에도 언제까지나 유지될 것으로 믿었던 생활방식이 오래지 않아 파국을 맞는 예가 많았다”고 경고했다.
이 책은 1991년 출간된 책을 전반적으로 보충하고 다시 쓴 개정판이다. 기후변화 등 새로운 환경위협을 보충하면서 지은이는 초판에 견줘 비관론 쪽으로 기울었음을 밝히고 있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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