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낳는 뱀이 먼저? 새끼 낳는 뱀 먼저

조홍섭 2014. 01. 07
조회수 83387 추천수 0

난태생, 뱀 진화 초기부터 나타나…태생→난생 등 진화과정 복잡

추운 곳일수록 태생 많아, 부화와 신천지 개척에 유리

 

herp4.jpg » 두꺼비를 잡아먹어 그 독으로 자신을 방어하는 유혈목이. 알을 낳아 번식한다. 사진=<한국 양서·파충류 생태도감>, 국립환경과학원

 

동물을 나누는 가장 손쉬운 방법의 하나가 알을 낳느냐 새끼를 낳느냐를 보는 것이다. 물고기, 새, 거북, 악어, 오리너구리는 알을 낳고 포유동물은 새끼를 낳는다. 그런데 뱀은 좀 복잡하다.
 

알을 낳는 뱀으로는 구렁이, 누룩뱀, 유혈목이, 능구렁이, 도마뱀, 아무르장지뱀 등이 있는 반면, 살모사, 까치살모사, 무자치, 북도마뱀 등은 새끼를 낳는다. 같은 과나 속에 속해 있으면서도 어떤 뱀은 알을 낳고 어떤 뱀은 새끼를 낳는다. 심지어 같은 종인 뱀이 서식지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출산하기도 한다. 남유럽의 도마뱀은 알을 낳지만 같은 종이 스칸디나비아에선 새끼를 낳는다.
 

herp1.jpg » 표범장지뱀의 짝짓기 모습. 사진=<한국 양서·파충류 생태도감>, 국립환경과학원

 

herp2-0.jpg » 표범장지뱀의 알과 알에서 깨어나온 새끼 표범장지뱀. 사진=<한국 양서·파충류 생태도감>, 국립환경과학원

 

뱀에 나타나는 이런 복잡한 양상은 애초 뱀의 조상은 알을 낳았지만 나중에 진화를 하면서 태생이 나타나 확산됐다는 식으로 설명했다. 알을 낳는 종은 더 오랜 진화의 역사를 지녔고  난태생은 최근 진화한 종류라는 것이다.
 

난생에서 태생으로 진화했다는 설명은 쉽게 이해된다. 대부분의 뱀은 새끼를 낳더라도 포유류처럼 탯줄이 발달하지 않는다. 알을 낳던 뱀이 어떤 이유에선지 알을 몸속에 간직해 그곳에서 깨어난 뒤 외부로 내보내게 되었을 것이다.
 

난생을 할 때보다 알껍질 두께가 얇아지고 알과 어미 몸 사이의 공기와 영양분 교환이 늘어난다면 난생은 난태생으로 바뀐다. 난태생을 하는 많은 뱀이 적어도 부분적으로나마 난생에 필요한 생리적 장치를 갖추고 있음은 이런 가설을 뒷받침한다.
 

herp3.jpg » 누룩뱀의 산란과 부화 모습. 사진=<한국 양서·파충류 생태도감>, 국립환경과학원

 

그런데 이런 생각을 뒤엎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알렉스 파이런 미국 조지 워싱턴대 교수 등은 <에콜로지 레터스> 1월호에 실린 논문에서 새끼를 낳는 뱀과 도마뱀은 최근에 진화한 것이 아니라 뱀의 가장 먼 조상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연구진은 현생 뱀·도마뱀 9400종의 44%에 해당하는 4161종의 디엔에이 염기서열을 분석한 결과 뱀류의 진화 초기인 1억 7400만년 전에 이미 태생이 진화했음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뱀·도마뱀 141개 계통 가운데 115개가 태생이었다. 현생 뱀·도마뱀 가운데 약 2000종이 태생이고 나머지는 난생이다.
 

herp5.jpg » 까치살모사 암컷이 방금 낳은 새끼와 함께 또아리를 틀었다. 사진=<한국 양서·파충류 생태도감>, 국립환경과학원

 

연구진은 또 난생이던 뱀이 난태생으로 바뀐 것 못지않게 태생이던 뱀이 난생으로 전환한 사례가 많았다고 밝혔다. 난생과 난태생은 단선적인 진화가 아니라 상당히 복잡한 방식으로 이뤄다는 얘기다.
 

출생 방식의 전환을 일으킨 주요 동력은 기후였을 것으로 이 연구는 추정했다. 추운 곳일수록 난태생이 많았다. 이는 추운 몸 밖보다는 몸 안에서 부화가 쉬울 것이란 직관과도 일치한다.

 

이번 연구에서는 계통발생을 두루 분석한 결과 태생으로 진화한 뱀들은 난생 종보다 새로운 개척지로 확산해 특화하는 전문화 비율이 높았고 동시에 멸종률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R. A. Pyron and F. T. Burbrink, Early origin of viviparity and multiple reversions to oviparity in squamate reptiles, Ecology Letters, (2014) 17: 13–21, doi: 10.1111/ele.12168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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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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