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 100배, 2500살…세계 최대 ‘괴물버섯’의 놀라운 실체

조홍섭 2019. 01. 05
조회수 8935 추천수 0
미국 미시간 주 숲 속 곤봉뽕나무버섯 균사체, 무게 400t 추정
복제 거듭해도 돌연변이 극도로 드물어…암 억제 응용 가능성

am1.jpg » 무리 지어 돋아나온 곤봉뽕나무버섯. 지상의 버섯은 아담한 크기이지만 지하 균사체는 거대한 개체가 있다. 댄 몰터,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세계적 과학저널 ‘네이처’는 1992년 4월 2일 “세계에서 가장 크고 나이 많은 생물이 발견됐다”는 제목의 논문을 실었다. 언론을 통해 크게 화제가 된 그 주인공은 곤봉뽕나무버섯이다. 그러나 발견자들이 30년 가까이 지난 뒤 새로운 분석기법으로 다시 측정한 결과 그 버섯은 당시 측정한 것보다 훨씬 더 크고 나이도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곤봉뽕나무버섯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와 유럽, 북아메리카에 널리 분포하는 식용 버섯이다. 5∼8㎝ 키에 지름 4∼6㎝인 노란색 갓이 달린 평범한 버섯이다. 그러나 버섯의 갓과 대는 몸체의 일부일 뿐이다. 땅속에는 더 큰 균사체가 식물의 뿌리처럼 뻗곤 한다. 미국 미시간 주 크리스털 힐의 한 곤봉뽕나무버섯의 균사체는 유난히 크다.

am2.jpg » 곤봉뽕나무버섯이 속한 아르밀라리아 속 버섯의 균사체 모습. 죽은 나무나 약한 나무를 찾아 뻗어 나간다. 에릭 스타이너,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제임스 앤더슨 캐나다 토론토대 생물학자 등 캐나다와 미국 연구자들은 과학저널 ‘왕립학회보 비(B)’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새로 측정한 이 버섯의 균사체가 75㏊(축구장 면적의 100배)에 걸친 숲 지하에 자리 잡았으며, 무게는 적어도 400t, 나이는 2500살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연구자들이 1980년대 말 이 버섯을 처음 측정한 기록은 면적 37㏊, 무게 100t, 나이 1500살이었다.

이 버섯은 ‘괴물 버섯’으로 불리며 유명해져 크리스털 힐은 관광 명소가 됐고, 해마다 8월 버섯 축제가 열린다. 지난 30년 사이 이 버섯은 그 자리에 잘 살아남아 더 크고 오랜 자신의 면모를 보이게 됐다.

이번 연구로 미시간의 곤봉뽕나무버섯은 지구 위에서 가장 큰 생명체의 하나로 기록되게 됐다. 물론 이 버섯은 복제 형태로 자신의 몸집을 키웠기 때문에 대왕고래 등 유성생식을 하는 동물과 그대로 비교하는 것에는 논란이 있다. 복제를 통한 지상 최대 생물은 미국 유타 주의 사시나무 숲으로 무게가 6000t에 이른다(■ 관련 기사: 몸무게 6천톤 지구 최대 생물, 사슴 앞에 무릎 꿇다).

am3.jpg » 곤봉뽕나무버섯의 지상 부위인 갓과 대 모습. 댄 몰터,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효모, 곰팡이, 버섯 등으로 이뤄진 균류는 동물, 식물과 다른 별도의 생물군을 이루며, 광합성을 하지 않고 효소를 분비해 유기물을 분해하는 등 식물보다는 동물에 가깝다.

온대 지역에 주로 분포하는 곤봉뽕나무버섯의 균사도 땅속에서 죽은 나무를 분해하거나 힘이 약한 나무뿌리에 기생해 죽이는 방식으로 세력을 넓힌다. 연구자들은 “이 버섯은 오래된 숲이라면 다른 곳에서도 거대하게 자랄 수 있다”며 “극소수만 크게 자라고 나머지는 일찍 사멸하는 번식 전략을 취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논문에서 설명했다.

am4.jpg » 참나무에 핀 곤봉뽕나무버섯. 균사체가 수백∼수천 년 동안 유전자를 복제해 거대한 몸집으로 자라면서도 체세포의 돌연변이는 극히 미미한 것으로 밝혀졌다. 폴 더비셔,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이번 연구에서는 또 ‘괴물 버섯’의 유전체를 처음으로 분석해 거대한 몸집으로 오랜 기간을 살면서도 체세포의 돌연변이가 극히 적다는 사실을 밝혔다. 연구자들은 그 이유를 이 버섯 균사체 끄트머리가 손상된 유전자 염기서열을 잘 복구하며, 서식지인 숲을 투과하는 돌연변이 유발 자외선의 강도가 약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유전자의 돌연변이를 억제하는 뛰어난 능력은 암을 억제하는 데 활용될지도 모른다. 연구자들은 “이 버섯이 복제 진화하는 모습은 사람 몸속에서 암이 번져나가는 것과 유사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암이 극단적인 유전체의 불안정성에 따라 복제 과정에서 디엔에이 손상이 쌓이면서 진전된다면, 이 버섯에서는 같은 과정이 수백, 수천 년에 걸쳐 유전체가 매우 안정적인 상태에서 벌어진다. 연구자들은 “이 버섯의 유전체 안정성과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과정을 알면 암을 억제하는 데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을 것”이라고 논문에 적었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Anderson JB, Bruhn JN, Kasimer D, Wang H, Rodrigue N, Smith ML. 2018 Clonal evolution and genome stability in a 2500-year-old fungal individual. Proc. R. Soc. B 285: 20182233. http://dx.doi.org/10.1098/rspb.2018.2233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8천년 전 신석기 시대 중국서 잉어 양식8천년 전 신석기 시대 중국서 잉어 양식

    조홍섭 | 2019. 10. 23

    번식기 물가서 포획, 일부 살려 논이나 연못서 길러선사시대에는 손때 묻지 않은 강과 호수에 물고기가 넘쳤을 것 같다. 그러나 신석기 시대 초인 8000년 전 중국에서는 이미 잉어를 양식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나카지마 쓰네오 일본 비와 호 ...

  • 마지막 매머드는 외딴섬서 어떻게 멸종했나마지막 매머드는 외딴섬서 어떻게 멸종했나

    조홍섭 | 2019. 10. 22

    식수 오염에 ‘아이싱’ 이상기상으로 굶어 죽었을 가능성이집트 고대왕조가 피라미드를 한창 건설하던 약 4000년 전, 북극해에 있는 러시아 브란겔 섬(랭글섬)에서는 선사시대 대형 포유류인 털매머드가 마지막 숨을 몰아쉬었다. 가장 최근 빙하...

  • 잠 못 자는 초보 부모, 뒤영벌도 마찬가지잠 못 자는 초보 부모, 뒤영벌도 마찬가지

    조홍섭 | 2019. 10. 18

    제 새끼 아닌데도 잠 줄여 돌봐…수면 길이 융통성 사례첫 아기를 얻은 부모는 기쁨은 잠깐이고 수시로 깨 보채는 아기를 돌보느라 잠을 제대로 못 자는 고통에 시달린다. 다른 동물도 예외가 아니어서, 쥐 등에서도 육아로 인한 수면 부족이 보...

  • 멧돼지도 도구 사용한다-나무껍질로 '삽질'멧돼지도 도구 사용한다-나무껍질로 '삽질'

    조홍섭 | 2019. 10. 17

    번식 둥지 만들 때 코 대신 사용…동료와 새끼에 지식 전파도사람만이 도구를 사용한다는 생각은 깨진 지 오래다. 침팬지 등 영장류는 물론 까마귀와 일부 물고기도 도구를 쓴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런 동물 목록에 멧돼지도 오르게 됐다.메레디...

  • 인간 음주의 기원은 발효 과일 먹는 원숭이일까인간 음주의 기원은 발효 과일 먹는 원숭이일까

    조홍섭 | 2019. 10. 16

    거미원숭이 실험 결과, 알코올 선호 맞지만 주요 칼로리 원 못돼과일이 너무 익으면 알코올이 생긴다. 과육의 조직이 무너지면서 효모가 침투해 과일 내부의 탄수화물을 발효시켜 에틸알코올을 만들기 때문이다.과일을 많이 먹는 동물들이 종종 알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