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글고 뾰족하고…알 모양 비밀은 비행능력

조홍섭 2017. 06.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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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5만개 측정 연구 결과…오래 멀리 나는 새, 길쭉하고 뾰족한 알
유선형 몸매 위해 알 폭 좁힌 결과…둥지 위치나 한 배 크기 가설 틀려

Frans Lanting.jpg » 새 알의 형태는 저마다 어떻게 왜 다른지 수백년 동안 수수께끼였다. 유력한 새 가설이 나왔다. 과학저널 <사이언스> 23일치 표지기사로 실린 논문에서 연구자들은 비행능력이 그 비밀이라고 주장했다. Frans Lanting

새의 알 모양은 다양하다. 탁구공처럼 둥근 올빼미 알이 있는가 하면 앨버트로스처럼 길쭉한 타원형 알도 있다. 바다오리나 도요새들은 한쪽이 뾰족한 알을 낳는다. 왜 새의 알은 이렇게 다양한 형태를 띨까.

이 질문은 자연 관찰자나 생물학자 사이의 오랜 수수께끼였다. 지금까지 가장 인기 있는 가설은 둥지 위치와 한 배의 크기에 따라 알의 형태가 다르다는 것이었다.

절벽 위처럼 알을 잘못 건드리면 깨질 위험이 큰 곳에서는 알의 회전반경을 줄이도록 끝이 뾰족해졌고, 한 배에 낳는 알의 수에 따라 둥지에 최적의 배치가 되도록 알의 형태가 결정된다는 그럴듯한 설명도 있다. 하지만 이런 가설이 널리 적용되는지는 검증되지 않았다.

e1_stoddard1HR.jpg » 둥지 속의 새 알에서 새끼가 깨어나고 있다. stoddard

알의 형태가 왜 어떻게 결정되는지를 설명하는 일종의 ‘일반 이론’이 나왔다. 전 세계 대부분의 새를 포괄하는 1400종 5만개 가까운 알을 일일이 측정해 컴퓨터 모델을 만들고 생물물리학과 계통 생물학을 동원해 분석한 결과다. 그 결론은 이렇다. ‘알의 형태는 비행능력이 결정한다.’

메리 카스웰 스토다르드 미국 프린스턴대 생태학 및 진화생물학 교수 등은 과학저널 <사이언스> 23일 치에 실린 논문에서 이런 사실을 밝혔다. 스토다르드 교수는 ”이제까지의 가설과 달리 우리는 비행이 알 형태를 결정하는 데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잘 나는 새들은 비대칭적이고 타원형의 알을 낳는 경향이 있다. 또 자연에서 우리가 보는 수많은 다양한 형태의 알을 만드는 것은 딱딱한 알껍데기가 아니라 그 속에 있는 난막이라는 사실도 제안한다.”라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연구자들이 박물관에 소장된 5만개 가까운 알을 일일이 측정해 컴퓨터에 입력하고 새들의 다른 많은 형질과 비교했더니 기존의 둥지 위치나 한 배 크기 가설은 일반적으로 적용되지 않았다. 대신 비행능력과는 일관된 관련성을 보였다.

11.jpg » 대칭성(가로축)과 타원율(세로축)으로 본 새 알의 다양한 형태. 왼쪽 아래가 올빼미이고 오른쪽 위는 바다오리이다. (GRAPHIC) G. GRULLÓN_SCIENCE; (PHOTOS) THE MUSEUM OF VERTEBRATE ZOOLOGY, 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

예를 들어, 생애 대부분을 날면서 지내는 칼새와 지구를 반 바퀴 비행하는 종달도요는 길쭉한 또는 길쭉하고 뾰족한 알을 낳는다. 반대로 날개가 퇴화한 타조나 좁은 범위에서만 비행하는 올빼미의 알은 공 모양에 가까웠다. 

예외가 있다면 펭귄인데, 날지 못하면서도 길쭉한 알을 낳는다. 이는 물속을 날렵하게 헤엄치는 것이 비행하는 것과 마찬가지 조건이기 때문이라고 연구자들은 설명했다.

강한 비행능력이 있는 새들은 몸을 유선형으로 유지해야 한다. 따라서 골반 크기에 한계가 있고 난관이 좁아진다. 이런 조건에서 같은 크기의 알을 낳으려면 알을 길쭉하게 또는 뾰족하게 만드는 수밖에 없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다양한 알의 형태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밝혀낸 것도 이번 연구의 주요한 성과다. 연구자들은 수학모델을 이용해 난관에서 알이 생길 때 난막에 작용하는 힘이 약간만 변해도 새로운 형태의 알이 생겨날 수 있음을 보였다. 난막은 삶은 달걀의 껍데기를 벗길 때 딱딱한 겉껍질 안에 있는 얇고 탄력 있는 막을 가리킨다. 

e2_stoddard5HR.jpg » 캘리포니아대 척추동물박물관에 보관돼 있는 세계의 새 알 약 5만개가 이번 연구의 토대가 됐다. stoddard

자연은 진화과정에서 기하학적인 해법을 찾은 셈이다. 이번 연구가 가능했던 건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캠퍼스에 있는 척추동물 박물관에 전 세계 조류의 알 4만 9175점의 표본이 보관돼 있었기 때문이라고 <사이언스>는 밝혔다. 지금은 알 채집이 불법이지만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에 걸쳐 새 알 채집이 세계적으로 광범하게 이뤄졌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Mary Caswell Stoddard et al, Avian egg shape: Form, function, and evolution, Science 23 JUNE 2017 • VOL 356 ISSUE 6344.
http://science.sciencemag.org/cgi/doi/10.1126/science.aaj1945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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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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