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철새 탓? 철없는 인간 욕심이 더 문제

윤순영 2014. 01. 29
조회수 16000 추천수 1

가금류 집단 사육시설이 변종 바이러스 출현 가능성 더 높아

철새가 옮길 수는 있어…2월 철새 이동기에 주의 기울여야

 

크기변환_dnsSY3_0827.jpg » 가창오리.

 

새들의 독감인 조류 인플루엔자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닭과 오리를 기르는 농민들의 타들어 가는 속은 이해가 간다. 설을 맞아 인구 대이동이 일어나면 질병이 더 확산될까 걱정이다.

 

그렇지만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짚어야 한다. 과연 철새가 이번 조류 인플루엔자를 옮겼을까. 28일 농림부 역학조사단은 마치 철새가 주범인 것 같은 발표를 했다. 그러나 그 근거는 충분치 않아 보인다.

 

환경단체에서는 야생 조류에 대한 접근은 물론이고 먹이 주기까지 금지함으로써 오히려 조류 인플루엔자를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가뜩이나 볏짚을 모조리 플라스틱으로 말아놓고 소 먹이를 쓰면서 새들이 먹을 낙곡이 깡그리 사라졌는데, 먹이 주기마저 금지하면 새들은 더욱 농경지나 가금 농장 근처로 다가올 것이다.

 

다행히 농림축산식품부와 환경부는 29일 야생조류 먹이 주기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최소한의 먹이 주기 활동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외부인 등을 동원한 대규모 행사는 피하고 조류 인플루엔자가 발생한 곳에서 적어도 30㎞ 이상 떨어진 곳에서 실시하며 차량을 소독하는 등의 주의 조처를 다 하면 먹이 주기가 사태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번 사태를 좀 더 근본적으로 생각해 보자. 새는 밖에 있지만 가금류는 안에 있다. 서로 의 감염경로가 명확하지 않다. 가금류에서 이동조류로 옮겨졌을 가능성도 생각해야 한다.

 

가창오리가 원인이라고 한다면 80마리가 아니라 거의 전부가 죽어야 한다. 일부가 면역력이 있어 산다 해도 군집생활을 하고 잠자리를 같이 한다. 게다가 이들이 도래한 일부 지역에서만 사체가 발견됐다. 군집 사육되고 있는 가금류에 경우 99%가 죽는다.

 

크기변환_dns_4636[1].jpg » 큰기러기

 

AI 발생의 근본 원인을 사람의 과욕이 불러온 전염병으로 보아야 하는 게 아닌가 한다. 마녀사냥 식으로 일방적으로 야생 류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곤란하다. 과연 우리나라에서 사육되는 가금류는 자연 환경과 비슷한 조건에서 사육되고 있는지 그 실태를 방송 매체는 한 번도 보도한 바 없다.

 

야생조류의 접근도 중요하지만 사육되는 가금류의 사육환경의 문제를 접근해보는 것도 AI를 예방하는 한 방편이다. 닭과 오리의 밀식 사육이 변종 바이러스 출현에는 더 유력한 소굴이 되지 않을까.

 

크기변환_dnsYS1_6140.jpg » 멸종위기야생생물1급 혹고니.   

 

육계를 사육한 경험이 있지만 우리나라의 사육 환경은 아직도 열악하다. 조류독감은 호흡기 질병이다. 밀폐된 비닐하우스에서 처음 닭을 길렀을 때는 땅이 아직 건강해서인지 항생제를 안 줘도 잘 자랐다. 하지만 횟수가 거듭할수록 닭은 병에 잘 걸렸다. 동남아시아에서 조류 인플루엔자가 자주 발병하는 것도 이런 이유 아닌가.

 

크기변환_dns두루미SY3_1119.jpg » 멸종위기야샹생물1급 두루미.

 

특히 우리나라를 찾아오는 야생조류의 80%가 러시아에서 번식을 한다. 그러나 그곳에서 조류 인풀루엔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없다. 아무르강의 광활한 야생지역과 밀집 사육하는 가금류 농장, 어느 곳에서 변형 바이러스가 출현하기 쉬울까.

 

이제는 가금류 사육장의 면적에 대한 법적 기준이 필요하다. 정부는 해마다 거듭되는 질병의 책임을 말 못하는 야생동물이나 자연에 돌리지 말고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 국민의 건강과 경제적 손실을 막아야 한다. 문제는 인간의 욕심인데, 잘못된 진단으로 야생조류가 사라져버리는 사태도 생각해 봐야 한다.

 

크기변환_dnsL8074453.jpg » 멸종위기야생생물2급 재두루미.

 

조류 인플루엔자의 확산이 심상치 않다. 공기에 의한 전염, 철새, 사람 등 모든 전염의 매개체를 염두에 두고 철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겨울 철새는 12월 말이면 거의 터전을 잡고 겨울을 보낼 채비를 한다. 지금은 이동시기가 아니고 월동하는 시기다.

 

2월 초순부터 철새는 북상 채비를 한다. 이들의 이동경로를 따라 감염이 계속 발견된다면 2월 중순부터 북상하는 이동조류에 의한 확산 가능성을 살펴야 한다.

 

글·사진/ 윤순영 한겨레 물바람숲 필진,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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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김포의 재두루미 지킴이. 한강 하구 일대의 자연보전을 위해 발로 뛰는 현장 활동가이자 뛰어난 사진작가이기도 하다.
이메일 : crane517@hanmail.net      
블로그 : http://plug.hani.co.kr/cra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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