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정비 공포에 두드럭조개 ‘두드러기’

조홍섭 2008. 1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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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물조개 천국 금강  담수생태계에 치명타
조개에 산란하는 어류까지 덩달아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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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에서 멸종위기종을 포함해 다양한 민물조개류가 서식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수해복구사업으로 하천 바닥을 쳐낸 곳에선 종 다양성과 개체수가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물조개는 관상어로 개발가치가 높은 납자루아과 물고기가 알을 낳는 생물이기도 해, 정부의 4대강 정비가 담수생태계에 치명타를 가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양현 생물다양성연구소 소장은 지난 17일 국립수산과학원 중부내수면연구소와 한국민물고기보존협회가 연 학술심포지엄에서 지난 5~10월 동안 금강 전역에서 담수패류 분포현황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말조개, 대칭이, 두드럭조개 등 석패과 9종과 재첩과 3종 등 모두 12종의 민물조개가 확인됐다. 특히 금강 하구에서는 1급 멸종위기종인 귀이빨대칭이의 집단 서식지가 처음으로 발견됐다. 대형 민물조개인 귀이빨대칭이는 그동안 낙동강과 우포늪에만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과거 한강에서 흔하게 볼 수 있었으나 남획과 서식지 파괴로 거의 절멸상태에 이른 두드럭조개의 집단 서식지도 충남 금산 일대에서 발견됐다. 두드럭조개는 길이 13㎝의 대형 담수조개로 두껍고 단단한 패각과 울퉁불퉁한 표면이 특징인 한국 고유종이며 멸종위기종 1급으로 지정돼 있다. 이들 두 희귀 담수조개의 집단서식지는 모두 금강 중·하류에 위치해 4대 강 정비 사업으로 하천 바닥을 준설하면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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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조사에서도 2002년 태풍 루사 이후 수해복구공사가 벌어진 전북 진안군의 금강 최상류에선 하상이 파헤쳐지고 모래와 펄이 쌓여 말조개와 작은말조개 2종이 소수 서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주민들로부터 수해복구공사 이전에는 훨씬 다양한 민물조개가 살았고 이들에 산란하는 칼납자루도 많았다는 증언을 들었다고 밝혔다. 반면, 대청호를 포함한 중류권에서는 엷은재첩, 곳체두드럭조개, 두드럭조개, 말조개 등 한 지점에서 최고 7종, 500여 개체에 이르는 등 민물조개가 다양하고 풍부했다. 충남 공주, 부여, 강하구에 이르는 하류권에서도 2~5종의 민물조개가 다량 발견됐다.
 
양 박사는 “임실납자루 등 납자루아과 물고기들은 민물조개의 아가미 속에 알을 낳고 중고기와 참중고기는 재첩의 외투강에 알을 낳는다”며 “강바닥을 파헤치면 이동성이 적은 민물조개가 즉각적인 피해를 입고 나아가 이를 산란터로 삼는 담수어류가 멸종하게 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납자루아과에는 각시붕어, 흰줄납줄개 등 14종이 포함돼 있으며, 최근 민물조개의 감소, 외래종 배스 유입 등으로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청평/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사진제공 생물다양성연구소
 
 
납자루에게 일방적으로 이용당하는 민물조개
 
1 copy.jpg자연생태에 관심 있는 이라면 납자루아과 담수어류가 민물조개에 알을 낳는다는 사실을 알 것이다. 산란기를 맞은 각시붕어, 흰줄납줄개, 납자루 등의 수컷은 혼인색으로 화려하게 물들고 암컷은 배에서 기다란 관을 늘어뜨린다.
 
암컷이 말조개, 대칭이 등 민물조개가 물을 빨아들이고 내뱉는 구멍인 입수공과 출수공 주변을 맴돌다 관을 출수공에 넣어 알을 낳으면 수컷이 잽싸게 입수공에 방정해 수정이 이뤄진다. 알에서 깬 납자루 새끼는 안전한 조개 속에서 웬만큼 자란 뒤 밖으로 나온다. 덕분에 납자루는 다른 민물고기보다 훨씬 적은 수의 알을 낳아도 된다. 단, 조개가 없으면 번식이 불가능하다.
 
그런데, 조개는 납자루로부터 무슨 혜택을 보는 걸까. 이동성이 떨어지는 조개는 플랑크톤 형태의 유생을 방출하는데, 유생은 지나가던 물고기의 지느러미에 들러붙어 마치 기생충처럼 파고든다. 어느 정도 자란 유생은 떨어져 나와 조개로 자란다. 흔히, 조개는 산란하러 접근하는 납자루에게 유생을 붙여 먼 거리에 후손을 퍼뜨리는 이득을 얻는다고 믿는다. 납자루와 조개는 공생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양현 생물다양성연구소 소장은 “이런 믿음은 탁상공론에 불과하다”고 청평 중부내수면연구소에서 열린 심포지엄에서 밝혔다. 그는 현장 연구결과 조개가 뿜어내는 유생은 주로 하천 바닥에 사는 밀어나 참붕어 피부에 들러붙으며, 중층에서 유영하는 납자루아과 어류는 유생이 붙는 일은 있으나 주요한 숙주는 아니라고 말했다. 곧, 납자루와 조개는 공생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한쪽이 이용하는 편리기생이란 것이다. 그는 또 외래어종인 배스가 유입한 하천에서 민물조개가 사라지는 이유는, 조개의 번식에서 중요한 숙주인 밀어나 참붕어가 배스의 단골 먹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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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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