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 국도변 외톨이 산양 무리의 운명은?
삼척 국도 38호선 주변 산에서 7마리 확인, 2009년에도 인근서 13마리 발견
고립된 작은 무리여서 멸종 우려, 이주나 생태통로 등 대책 시급
» 지난 5월7일 삼석 마차리에서 무인센서카메라에 찍힌 산양. 사진=원주지방환경청
국제적인 보호동물로 멸종위기종 1급이자 천연기념물인 산양은 주로 비무장지대와 백두대간을 따라 분포한다. 산양이 100마리 이상의 큰 무리를 이루는 서식지는 강원도 비무장지대 일대와 설악산 그리고 울진-삼척-봉화 지역이다.
이 가운데 울진-삼척-봉화 지역은 특별한 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지도 않아 산양의 밀렵과 폐사가 잇따르는 곳이기도 하다.(■ 관련 기사=울진-삼척 산양 “겨울이 무서워요”)
그런데 최근 삼척 일대에서는 백두대간에서 떨어져 나온 고립된 소수의 산양 무리가 잇따라 발견돼 눈길을 끌고 있다. 한때는 백두대간 영역에 포함된 무리였지만 서식지 파괴로 외톨이가 된 이들 산양의 작은 무리는 내버려두면 사라질 것이 분명해 보전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원주지방환경청은 18일 지난 3월부터 야생동물연합과 함께 강원도 삼척시 일원의 산양 서식실태를 모니터링한 결과 뜻밖에도 삼척시 마차리역~신기역 구간인 국도 38호선 주변에서 산양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신기면 마차리 주변 산림 2개 지점에서 무인센서카메라에 포착된 산양은 모두 7마리로 모두 성체였고 새끼는 없었다.
» 마차리 산양. 지탱가능한 개체수에 못 미쳐 내버려 두면 멸종될 가능성이 크다. 사진=원주지방환경청
산양이 발견된 지역은 백두대간을 사이에 두고 오십천이 흐르는 곳으로 강을 따라 국도 38호선이 지나는 곳이다. 조사책임자인 조범준 야생동물연합 사무국장은 “산양은 모두 국도에서 400m밖에 떨어지지 않은 산의 능선 서사면에만 붙어서 살고 있었다”며 “다른 큰 산지와는 도로로 모두 차단된 외톨이 집단”이라고 말했다.
이 지역은 백두대간 보호지역 밖이어서 겨울철엔 언제가 삼척시가 수렵허가를 내줄 수 있는 곳이며 도로에서 산양이 교통사고를 당할 가능성도 크다.
정작 이 서식지 건너편 백두대간 보호지역에서는 산양이 전혀 발견되지 않는다고 조씨는 말했다. 이곳엔 시멘트 광산과 풍력발전소, 고랭지 채소밭, 환선굴과 대금굴 등 관광개발이 이뤄져 산양 서식에는 적합하지 않게 됐다.
앞서 2009년에도 원주지방환경청은 삼척시 미로면 상거노리와 신기면 신기리 야산에 설치한 무인카메라와 배설물로 13마리의 산양이 서식하고 있음을 확인한 바 있다. 이곳들도 마찬가지로 백두대간과 동떨어진 자투리 산지이다.
조씨는 “이들 지역의 산양은 개체수가 적어 장기적으로 멸종할 가능성이 높다”며 “다른 곳으로 이주시키거나 생태통로를 만드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환경청은 새로 발견된 산양 서식지가 민가에 가까워 밀렵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모니터링 지역을 확대하고 밀렵을 감시하는 한편 폭설기에 먹이 주기 등 보호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관련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