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어의 눈물, 사람과 별 차이 없다

조홍섭 2020. 09.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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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파충류 10종 눈물 최초 분석…안구건조증 신약 나올까

t1.jpg » 넓은코카이만에게서 눈물을 채취하는 모습. 눈물의 성분은 사람과 거의 비슷했다. 아리안 오리아 제공.

서구에선 위선적 모습을 ‘악어의 눈물’이라 부른다. 악어가 제가 죽인 먹이를 먹으면서 불쌍한 듯 눈물을 흘린다는 오랜 믿음에서 비롯됐다. 실제로 악어가 물 밖에 오래 나왔거나 먹이를 먹을 때 눈물을 흘린다는 관찰 결과가 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눈을 보호하려는 생리 현상이지 감정 때문은 아니다.

감정에 겨워 눈물을 흘리는 동물은 사람뿐이지만 개, 말, 사람의 눈물은 화학적 성분에서 동일하다. 나아가 포유류뿐 아니라 조류와 파충류의 눈물도 사람의 것과 성분이 비슷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아리안 오리아 브라질 연방 바이아대 수의학자는 남미의 담수에 서식하는 악어 사촌뻘인 넓은코카이만의 눈에 주목했다. 이 카이만은 눈이 예쁘기로 유명하지만 눈을 깜박이는 간격이 2시간에 이른다.

사람은 15∼20초에 한 번 눈을 깜박인다. 이렇게 오래 눈을 깜박이지 않아도 괜찮다면 사람의 안구건조증을 막는 데 응용할 수 있을지 모른다. 오리아 박사팀은 넓은코카이만을 시작으로 이제까지 한 번도 눈물의 성분을 분석하지 않은 조류와 파충류 10종의 눈물을 조사했다.

t2.jpg » 매에서 눈물을 채취하는 모습. 아리안 오리아 제공.

연구자들은 동물보호센터 등에서 정기 검진을 받는 기회를 이용해 올빼미, 앵무, 매, 거북, 바다거북, 카이만 등의 눈에 압지 등을 붙여 인도적인 방식으로 눈물을 확보했다. 과학저널 ‘수의학 최전선’ 최근호에 실린 연구자들의 논문을 보면 앞서 포유류 연구와 마찬가지로 조류와 파충류의 눈물도 성분에서 사람의 것과 큰 차가 없었다.

눈물은 눈동자의 가장 바깥층인 투명한 각막을 막처럼 덮는 액체이다. 각막에 혈관이 없어 영양분을 공급하는 구실을 하고 또 눈동자의 윤활과 청소, 감염 예방 기능도 한다. 눈물은 기본적으로 물과 지질, 단백질, 그리고 소금 성분인 나트륨 등 미네랄로 이뤄진다. 

조류와 파충류는 눈물을 만드는 기관은 저마다 달랐지만 나트륨과 염소 등 전해질은 놀랍게도 사람 눈물과 농도가 비슷했다. 오리아 박사는 “비록 종이 다르고 살아가는 환경이 다르더라도 눈물이 어떻게 눈의 항상성을 유지할 수 있는지를 알 수 있었다”며 “이를 통해 눈의 진화와 적응 과정을 더 잘 이해하고 새로운 눈약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t3.jpg » 하늘을 나는 새는 각막을 보호하기 위해 단백질 함량이 더 높았다. 앵무새의 눈물 채취 모습. 아리안 오리아 제공.

물론 새와 파충류는 하늘을 날고 물속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감염을 막기 위해 전해질의 농도가 사람보다 약간 높았다. 사람은 카이만, 올빼미와 함께 단백질 함량이 가장 높은 축에 속했다. 단백질을 눈 표면의 안정성을 지켜준다. 

카이만과 올빼미는 몸집에 견줘 눈이 큰 데다 더디게 깜박여 단백질이 많이 필요하다고 연구자들은 설명했다. 바닷물에 사는 바다거북의 눈물은 점도가 매우 커 주사기로 빨아내야 했을 정도였다. 

512.jpg » 눈물을 말린 결정은 종마다 차이가 컸다. 왼쪽은 카이만 오른쪽은 매 눈물 결정 모습이다. 아리안 오리아 외 (2020) ‘수의학 최전선’ 제공.

연구자들은 동물에서 채취한 눈물을 말린 뒤 얻은 결정의 눈송이 구조가 종마다 특징적인 것을 발견했다. 오리아 박사는 “화학조성이 모두 비슷한 것과 달리 결정구조는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이뤄져 다양한 환경에서 눈의 건강과 균형을 지키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카이만이 그토록 오래도록 눈을 깜박이지 않을 수 있는 것도 눈물 결정의 안정된 격자 구조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인용 저널: Frontiers in Veterinery Science, DOI: 10.3389/fvets.2020.00574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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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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