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희귀 나비 살린 비버와 사격장 화재

조홍섭 2018. 02. 13
조회수 13079 추천수 1
숲 확산 막아 서식지인 여린 습지 조성
희귀 나비 돌아오려면 교란까지 복원해야

st.francis_satyr.jpg » 세계에서 가장 희귀한 나비의 하나인 ‘세인트 프랜시스의 사티로스’. 포 사격장의 교란된 서식지에서 살아남았다. 제이 프라이스, 노스캐롤라이나 공공 라디오(WUNC) 제공.

1983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신종 나비가 발견됐다. 1㏊ 면적의 서식지에 100마리가 지구 개체수의 전부였다. 네발나비과의 이 나비는 세계에서 가장 희귀한 나비의 하나였고 연방정부가 이듬해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하는 등 보전에 부산을 떨었다. 하지만 1990년 이 나비는 감쪽같이 사라지고 말았다. 이 나비의 복원 비결은 얼핏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자연보전과 모순되는 것처럼 보인다. ‘교란’을 복원한 것이다.

미국 공공과학도서관이 발행하는 과학저널 ‘플로스 바이올로지’ 6일 치는 일선 보전현장의 이야기를 소개하는 일련의 논문 가운데 하나로 희귀 나비인 ‘세인트 프랜시스의 사티로스’(학명 Neonympha mitchellii francisci)의 복원 사례를 실었다. 멸종했던 것으로 알았던 이 나비는 1993년 가장 접근하기 힘든 장소인 포트 브래그 군 기지의 포 사격장에서 다시 발견됐다. 다시 나타난 희귀 나비를 보호하기 위한 상식적인 조처는 접근 금지였다. 논문 저자인 닉 해더드 미국 미시간주립대 교수는 “야생지역에 사람이 접근하지 않으면 개체군이 회복될 것이라고 믿고 과학자와 군인을 포함해 모든 사람의 서식지 접근을 차단했다”고 밝혔다.

artilery_range-1.jpg » 희귀나비의 서식지로 드러난 포트 브래그 기지의 포 사격장. 화재가 잦은 개방된 초지대이다. 제이 프라이스, 노스캐롤라이나 공공 라디오(WUNC) 제공.

그러나 사격장 밖에 있던 7개 나비 집단은 일련의 보전 조처에도 하나씩 붕괴해 사라졌다. 2002년 1500마리이던 나비가 2011년 100마리로 급격히 줄었다. 이제 멸종은 피할 수 없어 보였다.

해더드 교수는 마지막으로 군 당국의 허가를 받아 사격장 안을 조사했다. 나비가 포탄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를 직접 보고 싶어서였다. 여기저기 흩어진 포탄 파편 사이로 희귀 나비가 날아다니고 있었다. 사격장 안 경관은 나무와 덤불, 덩굴이 무성한 습지인 바깥과는 사뭇 달랐다. “사격장 안의 풍경을 보고 깜짝 놀랐다. 넓게 열린 숲에는 식물과 동물도 거의 없었다.”

AlgonquinBeaverDam-1.jpg » 비버는 주기적으로 범람하는 댐을 만들어 숲이 습지를 뒤덮는 것을 막아준다. 캐나다 온타리오주에 있는 비버 댐이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그는 이 조사를 통해 “포탄과 비버가 함께 열린 습지와 나비 서식지를 만들어냈다”라는 결론을 얻었다. 비버는 나무를 갉아 쓰러뜨려 습지가 숲으로 변하는 것을 막고 댐으로 이어진 물길을 조성한다. 사격장에서 발생한 산불도 습지가 나무로 뒤덮이는 것을 막아주었다. 그는 “초원 습지가 숲으로 바뀌는 것을 막는 다소의 교란이 이 희귀 나비가 살아남는데 필수적임을 깨달았다”라고 적었다.

물론 포탄이 날아들고 불길이 번지면 일부 나비는 죽을 것이다. 비버 댐이 홍수로 범람해도 나비는 피해를 본다. 그러나 개울을 따라 이어진 서식지가 있다면 교란을 피해 나은 서식지로 이동할 수 있다. 모든 서식지가 동시에 교란 피해를 보지 않도록 관리한다면 집단은 회복할 것이다.

해더드 교수팀은 사격장 밖의 서식지를 복원하기 위해 비버가 만든 것과 같은 인공호수를 조성해 15년 동안 노력한 끝에 전체 나비 개체수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750마리로 개체수를 늘리는 데 성공했다.

fig-1.jpg » 교란을 통한 복원 추세. 가로축은 연대, 세로는 개체수를 가리킨다. 브라이언 허젠스, 닉 해더드(2018) 플로스 바이올로지 제공.

그렇다면 나비에 관한 한 자연파괴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걸까. 해더드 교수는 “도시화, 농업, 임업 등에 의한 인위적 교란은 나비의 종 풍부도와 다양성을 현저하게 감소시켰다”며 “많은 희귀 나비가 서식하는 개방 서식지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가 말하는 자연교란은 산불, 초식동물 방목, 주기적으로 범람하는 습지, 해안사구 형성, 폭풍으로 유지되는 숲 경계 등이다. 

그는 “서식지가 사라졌다고 했을 때는 교란 같은 자연적인 생태 과정의 상실까지 포함한다”며 “희귀 나비 등 곤충을 회복하기 위해선 자연교란까지 복원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03637090_P_0.JPG » 멸종위기종인 왕은점표범나비. 산불이 난 경북 울진과 과거 가축 방목을 했던 굴업도에 다수 출현한다. 이상영 강릉대 교수 제공.

한편, 우리나라에서도 경북 울진에서 대형 산불이 난 이듬해 왕은점표범나비 등 희귀한 북방계 초지성 나비가 모습을 드러낸 연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숲이 빽빽하게 들어서면서 자취를 감춘 초지성 나비들이 산불 이후에 모습을 드러냈던 것이다(▶관련 기사: 숲 훼손의 역설, 산불이 나자 희귀 나비가 돌아왔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Haddad NM (2018) Resurrection and resilience of the rarest butterflies. PLoS Biol 16(2): e2003488. https://doi.org/10.1371/journal.pbio.2003488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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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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