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땅 암호 풀어 지질유산 보존·활용을”
좌담-연재를 마치며
2억6천만 년 전 시원부터 ‘유전자’ 찾아 1년여 탐사
내가 사는 곳에 그런 것이?…창조-진화 열띤 공방도

지난해 5월16일 <한겨레> 창간기념호부터 시작한 기획연재 ‘살아있는 한반도’가 지난 14일로 1년 2개월 만에 끝났다. 대한지질학회와 함께 한반도가 현재의 모습을 이루기까지 겪은 지질학적, 지형학적 형성과정을 짚은 이 기획은 우리가 발 닫은 땅을 보전하려면 먼저 정확히 알아야 한다는 취지로 시작했다.
<한겨레>는 지난 1994년에도 대한지질학회와 함께 ‘자연사 기행’을 1년간 연재했으며, 이번에 최신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과학적인 국토사랑을 이어갔다. 이번 기획에 처음부터 참여했던 우경식 강원대 지질학과 교수, 이수재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연구위원, 박창용 이화여고 지구과학 교사로부터 지구과학 대중화의 의미와 과제를 들어봤다. 이 좌담회는 26일 한겨레신문사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가이드북 만들어 현장학습 때 쓸 수 있도록
조홍섭 환경전문기자(이하 사회)=그동안의 기획연재를 간단히 평가해 달라.
우경식 교수(이하 우경식)=언론매체가 환경문제를 다룰 때 주로 살아있는 생물을 대상으로 해 지구와 우리 땅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는데, 이번 기획으로 우리가 이렇게 오랜 시간에 걸쳐 변해온 땅에서 살고 있음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대중에게 충분히 전달되기에는 워낙 어려운 내용이어서 1년여의 연재기간도 충분하지 않은 것 같다.
박창용 교사(이하 박창용)=요즘 학생들의 체험활동을 강조하는데, 지구과학 교과서에도 한반도의 지질이 독립 단원으로 나와 있고 지질명소를 알아보는 단원도 있어 이 기획이 유용했다. 어려운 단어가 많은데 충분한 설명이 부족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학생들이 들고 다니며 현장학습 때 쓸 수 있도록 가이드북을 이 기획과 관련해 출판하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수재 박사(이하 이수재)=일반인에게 지구과학을 널리 알리고 우리 국토의 소중함을 일깨우는데 기여했다고 본다. 개인적으론 지질공원의 필요성을 알리는 발표자료에 활용해 호응을 받았다.
‘세상에 그런 일이?’라는 반응이 현수준
사회=연재를 하면서 독자들로부터 ‘내가 사는 곳에 그런 이야기가 숨겨져 있는지 몰랐다’거나 ‘다시 그곳에 가보고 싶다’는 반응이 많았다. 또 진화론과 창조론 사이의 뜨거운 논쟁마당 구실을 하기도 했다.
우경식=대서양은 벌어지고 있고 태평양은 좁혀지고 있다고 얘기하면 ‘세상에 그런 일이’라는 반응이 오는 게 일반인의 지구과학 이해 수준이다. 쉽게 다가설 수 있는 분야인데도 배울 기회가 없고 교양서적도 부족했기 때문이다. 연재기사를 보고 그런 반응을 보이는 것이 당연하다.
박창용=지진이나 화산 같은 자연재해가 언론매체를 통해 활발히 보도되면서 지구과학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진화론과 창조론은 지구과학의 단골논쟁인데, 창조론을 믿는 어느 기독교 계열의 학교에선 아예 지구과학을 가르치지 않기도 한다. 물론 미국 일부 주와 달리 우리나라 교육과정에서는 진화론만을 가르치도록 돼 있다.
우경식=상대방 이론을 충분히 이해해야 토론이 되는데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창조론자는 지질학의 단편만을 보고 확대 해석하는 잘못을 종종 저지른다. 공룡 뼈 옆에서 사람뼈가 발견됐다며 노아 홍수 때 한꺼번에 쌓였다는 식이다. 그런데 공룡화석이 있는 사막에서 사람이 죽을 수 있는 것 아닌가. 창조론을 과학만으로 설명하기는 곤란하다.
박창용=어떤 이론에 새로운 증거가 나타나 반론이 등장하는 것이 과학의 본성인데 창조론에는 성경이 얘기하는 끝이 정해져 있고 여기에 모든 것을 짜맞춘다는 느낌을 준다.

지질학자가 연구하는데 기상학자가 연구비 심사
사회=기후변화 문제는 세계적으로 지구과학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지질학이 환경기자의 영역은 아니었는데 기후변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질시대의 고 기후에 대한 연구를 알아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우경식=2007년에 나온 유엔 기후변화 정부간 위원회(IPCC)의 제 4차 보고서는 기후변화의 과학을 다루면서 800여 쪽 가운데 100여 쪽을 고 기후 연구결과에 할애했다. 수만, 수십만 년 전의 기후변화를 알아야 앞으로 100년 뒤 기후가 어떻게 변할지를 예상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고 기후를 연구하는 국내 연구자는 손에 꼽을 정도다. 우리나라에선 ‘고 기후’가 학문분류상 ‘기후’에 포함돼 있다. 실제로는 지질학자가 연구하는데 기상학자가 연구비를 심사하는 것이다.
사회=일반인에게 기후변화는 초대형 태풍이나 큰 가뭄 같은 자연재해의 형태로 인식된다.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먼 나라의 화산폭발이나 지진도 남의 일로 그치지 않는다. 게다가 백두산 폭발 가능성 등 우리에게도 자연재해가 더는 남의 일이 아니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수재=중국은 자연재해를 국가 존망이 걸린 문제로 인식해 지구과학을 총동원해 대비하고 있다. 베이징 등 대도시에서는 지진이 났을 때의 생존확률, 기후변화의 위험도 등을 고려해 장기계획을 세우고 도시계획도 여기에 맞추고 있다. 국토자원부의 국과 과 사이에 ‘지질환경사(司)’를 두고 있고, 도시마다 지질도서관이 있다.
백두산 화산 재폭발, 결코 남의 일 아니다
우경식=얼마 전 큰 문고에 갔더니 지구과학 서적은 과학 팻말이 붙은 매장이 아닌 다른 곳에 있더라. 지구과학에 대한 이해 부족을 잘 드러낸다. 나무나 숲은 이해하지만 화강암이나 현무암은 전혀 다른 차원으로 받아들인다. 자연재해는 막을 수가 없다. 단지 빈도를 연구해 대비할 수 있을 뿐이다. 이때 필요한 것이 지구과학이다.
이수재=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이나 홍수 등 최악의 사태에 대한 대비는 국가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 해안개발이나 주요 시설물 설계에 반영된다. 아무리 큰 자연재해라도 빈도가 낮다면 사회적 비용 지출도 고려해야 한다.
우경식=최적의 비용으로 자연재해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더 정량화된 자료가 필요하다. 우리는 이 분야 연구비 규모가 일본의 100분의 1도 안 된다. 최근 백두산의 화산폭발에 대한 관심이 높은데, 서기 1천년께 규모의 폭발이 또 일어난다면 한반도는 정말 힘들어진다.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모든 과학 과목 통합해 배우고 차츰 심화 전공으로
사회=남북한은 백두산의 화산활동을 공동연구하기로 합의하고 2008년 실무협의까지 진행했지만 남북관계가 악화하면서 언제 재개될지 모르는 상태다. 지구과학 교육은 제대로 되고 있나.
박창용=대학입시에서 지구과학은 푸대접을 받고 있다. 서울공대와 포항공대 등은 탐구영역에서 지구과학을 선택하면 가산점을 안 줘 상위권은 기피한다. 대학 선 이수과목에도 지구과목은 애초에 들어있지도 않다. 탐구영역의 선택과목 수가 적은 지방으로 갈수록 지구과학을 선택할 확률이 적어 지방에선 지구과학 교사가 아예 없는 곳도 많다. ‘지질학 하면 땅만 보고 산다’는 식의 부모세대의 몰이해까지 가세해 어릴 때부터 지구과학에 흥미를 가지던 학생의 진로를 막기도 한다. 서울 중등 지구과학교육연구회에서 자연탐사학교를 운영하고 있는데 아이들의 반응이 아주 좋다. 지질학을 통해 땅의 암호를 풀고, 땅이 전해주는 말을 알아들을 수 있을 때의 지적 희열은 어디에도 비길 수 없다. 물론 이런 학습이 평일에는 불가능하고 주말이나 방학 동안에만 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우경식=대학에서도 지구과학 관련 학과의 선호도가 낮은 데는, 석유 관련 회사나 지하수, 건설토목 분야에 진출할 수 있는데도 이런 취업 전망 등이 잘 알려지지 않은 측면도 있다.
박창용=자연계열 학생이라면 자연 전반에 대한 소양을 갖추는 것이 필요한데, 정작 세계적으로 중요해지고 있는 지구과학을 빠뜨리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과학의 모든 과목을 통합해 하나의 과목으로 배우고 차츰 심화 전공으로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질공원, 단순 인증이 목표라면 시간과 돈 낭비
사회=어제부터 제주도가 유네스코 세계 지질공원 인증을 위한 실사를 받고 있다. 지질공원은 지구과학을 대중화하는 한편 지질유산을 보전하면서 지역개발을 촉진하는 유력한 방식으로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수재=최근 중국을 다녀왔는데 국가 차원에서 지질공원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현재 138개 국가지질공원을 설립했고 이 가운데 22곳이 세계 지질공원 인증을 받았다. 우리나라도 지질유산의 조사와 보전, 활용을 위해서는 지질공원을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 지질공원은 생태교육과 관광, 지역개발 뿐 아니라 영토보전과 남북협력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우경식=지질공원에 관심 있는 지자체가 적지 않은데, 유네스코 지정 세계지질공원이란 이름을 따는 데 급급해서는 곤란하다. 지질공원으로 지정되려면 빼어난 지질유산뿐 아니라 관리체계, 가이드, 지구과학 교육, 지역사회 소득 증대사업 등이 모두 구비돼야 한다. 신청서부터 내고 인증만 따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접근하다간 시간과 돈만 낭비할 우려가 있다.
진행·정리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사진 김봉규 기자
2억6천만 년 전 시원부터 ‘유전자’ 찾아 1년여 탐사
내가 사는 곳에 그런 것이?…창조-진화 열띤 공방도

지난해 5월16일 <한겨레> 창간기념호부터 시작한 기획연재 ‘살아있는 한반도’가 지난 14일로 1년 2개월 만에 끝났다. 대한지질학회와 함께 한반도가 현재의 모습을 이루기까지 겪은 지질학적, 지형학적 형성과정을 짚은 이 기획은 우리가 발 닫은 땅을 보전하려면 먼저 정확히 알아야 한다는 취지로 시작했다.
<한겨레>는 지난 1994년에도 대한지질학회와 함께 ‘자연사 기행’을 1년간 연재했으며, 이번에 최신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과학적인 국토사랑을 이어갔다. 이번 기획에 처음부터 참여했던 우경식 강원대 지질학과 교수, 이수재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연구위원, 박창용 이화여고 지구과학 교사로부터 지구과학 대중화의 의미와 과제를 들어봤다. 이 좌담회는 26일 한겨레신문사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가이드북 만들어 현장학습 때 쓸 수 있도록
조홍섭 환경전문기자(이하 사회)=그동안의 기획연재를 간단히 평가해 달라.
우경식 교수(이하 우경식)=언론매체가 환경문제를 다룰 때 주로 살아있는 생물을 대상으로 해 지구와 우리 땅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는데, 이번 기획으로 우리가 이렇게 오랜 시간에 걸쳐 변해온 땅에서 살고 있음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대중에게 충분히 전달되기에는 워낙 어려운 내용이어서 1년여의 연재기간도 충분하지 않은 것 같다.
박창용 교사(이하 박창용)=요즘 학생들의 체험활동을 강조하는데, 지구과학 교과서에도 한반도의 지질이 독립 단원으로 나와 있고 지질명소를 알아보는 단원도 있어 이 기획이 유용했다. 어려운 단어가 많은데 충분한 설명이 부족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학생들이 들고 다니며 현장학습 때 쓸 수 있도록 가이드북을 이 기획과 관련해 출판하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수재 박사(이하 이수재)=일반인에게 지구과학을 널리 알리고 우리 국토의 소중함을 일깨우는데 기여했다고 본다. 개인적으론 지질공원의 필요성을 알리는 발표자료에 활용해 호응을 받았다.
‘세상에 그런 일이?’라는 반응이 현수준
사회=연재를 하면서 독자들로부터 ‘내가 사는 곳에 그런 이야기가 숨겨져 있는지 몰랐다’거나 ‘다시 그곳에 가보고 싶다’는 반응이 많았다. 또 진화론과 창조론 사이의 뜨거운 논쟁마당 구실을 하기도 했다.
우경식=대서양은 벌어지고 있고 태평양은 좁혀지고 있다고 얘기하면 ‘세상에 그런 일이’라는 반응이 오는 게 일반인의 지구과학 이해 수준이다. 쉽게 다가설 수 있는 분야인데도 배울 기회가 없고 교양서적도 부족했기 때문이다. 연재기사를 보고 그런 반응을 보이는 것이 당연하다.
박창용=지진이나 화산 같은 자연재해가 언론매체를 통해 활발히 보도되면서 지구과학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진화론과 창조론은 지구과학의 단골논쟁인데, 창조론을 믿는 어느 기독교 계열의 학교에선 아예 지구과학을 가르치지 않기도 한다. 물론 미국 일부 주와 달리 우리나라 교육과정에서는 진화론만을 가르치도록 돼 있다.
우경식=상대방 이론을 충분히 이해해야 토론이 되는데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창조론자는 지질학의 단편만을 보고 확대 해석하는 잘못을 종종 저지른다. 공룡 뼈 옆에서 사람뼈가 발견됐다며 노아 홍수 때 한꺼번에 쌓였다는 식이다. 그런데 공룡화석이 있는 사막에서 사람이 죽을 수 있는 것 아닌가. 창조론을 과학만으로 설명하기는 곤란하다.
박창용=어떤 이론에 새로운 증거가 나타나 반론이 등장하는 것이 과학의 본성인데 창조론에는 성경이 얘기하는 끝이 정해져 있고 여기에 모든 것을 짜맞춘다는 느낌을 준다.

지질학자가 연구하는데 기상학자가 연구비 심사
사회=기후변화 문제는 세계적으로 지구과학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지질학이 환경기자의 영역은 아니었는데 기후변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질시대의 고 기후에 대한 연구를 알아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우경식=2007년에 나온 유엔 기후변화 정부간 위원회(IPCC)의 제 4차 보고서는 기후변화의 과학을 다루면서 800여 쪽 가운데 100여 쪽을 고 기후 연구결과에 할애했다. 수만, 수십만 년 전의 기후변화를 알아야 앞으로 100년 뒤 기후가 어떻게 변할지를 예상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고 기후를 연구하는 국내 연구자는 손에 꼽을 정도다. 우리나라에선 ‘고 기후’가 학문분류상 ‘기후’에 포함돼 있다. 실제로는 지질학자가 연구하는데 기상학자가 연구비를 심사하는 것이다.
사회=일반인에게 기후변화는 초대형 태풍이나 큰 가뭄 같은 자연재해의 형태로 인식된다.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먼 나라의 화산폭발이나 지진도 남의 일로 그치지 않는다. 게다가 백두산 폭발 가능성 등 우리에게도 자연재해가 더는 남의 일이 아니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수재=중국은 자연재해를 국가 존망이 걸린 문제로 인식해 지구과학을 총동원해 대비하고 있다. 베이징 등 대도시에서는 지진이 났을 때의 생존확률, 기후변화의 위험도 등을 고려해 장기계획을 세우고 도시계획도 여기에 맞추고 있다. 국토자원부의 국과 과 사이에 ‘지질환경사(司)’를 두고 있고, 도시마다 지질도서관이 있다.
백두산 화산 재폭발, 결코 남의 일 아니다
우경식=얼마 전 큰 문고에 갔더니 지구과학 서적은 과학 팻말이 붙은 매장이 아닌 다른 곳에 있더라. 지구과학에 대한 이해 부족을 잘 드러낸다. 나무나 숲은 이해하지만 화강암이나 현무암은 전혀 다른 차원으로 받아들인다. 자연재해는 막을 수가 없다. 단지 빈도를 연구해 대비할 수 있을 뿐이다. 이때 필요한 것이 지구과학이다.
이수재=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이나 홍수 등 최악의 사태에 대한 대비는 국가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 해안개발이나 주요 시설물 설계에 반영된다. 아무리 큰 자연재해라도 빈도가 낮다면 사회적 비용 지출도 고려해야 한다.
우경식=최적의 비용으로 자연재해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더 정량화된 자료가 필요하다. 우리는 이 분야 연구비 규모가 일본의 100분의 1도 안 된다. 최근 백두산의 화산폭발에 대한 관심이 높은데, 서기 1천년께 규모의 폭발이 또 일어난다면 한반도는 정말 힘들어진다.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모든 과학 과목 통합해 배우고 차츰 심화 전공으로
사회=남북한은 백두산의 화산활동을 공동연구하기로 합의하고 2008년 실무협의까지 진행했지만 남북관계가 악화하면서 언제 재개될지 모르는 상태다. 지구과학 교육은 제대로 되고 있나.
박창용=대학입시에서 지구과학은 푸대접을 받고 있다. 서울공대와 포항공대 등은 탐구영역에서 지구과학을 선택하면 가산점을 안 줘 상위권은 기피한다. 대학 선 이수과목에도 지구과목은 애초에 들어있지도 않다. 탐구영역의 선택과목 수가 적은 지방으로 갈수록 지구과학을 선택할 확률이 적어 지방에선 지구과학 교사가 아예 없는 곳도 많다. ‘지질학 하면 땅만 보고 산다’는 식의 부모세대의 몰이해까지 가세해 어릴 때부터 지구과학에 흥미를 가지던 학생의 진로를 막기도 한다. 서울 중등 지구과학교육연구회에서 자연탐사학교를 운영하고 있는데 아이들의 반응이 아주 좋다. 지질학을 통해 땅의 암호를 풀고, 땅이 전해주는 말을 알아들을 수 있을 때의 지적 희열은 어디에도 비길 수 없다. 물론 이런 학습이 평일에는 불가능하고 주말이나 방학 동안에만 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우경식=대학에서도 지구과학 관련 학과의 선호도가 낮은 데는, 석유 관련 회사나 지하수, 건설토목 분야에 진출할 수 있는데도 이런 취업 전망 등이 잘 알려지지 않은 측면도 있다.
박창용=자연계열 학생이라면 자연 전반에 대한 소양을 갖추는 것이 필요한데, 정작 세계적으로 중요해지고 있는 지구과학을 빠뜨리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과학의 모든 과목을 통합해 하나의 과목으로 배우고 차츰 심화 전공으로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질공원, 단순 인증이 목표라면 시간과 돈 낭비
사회=어제부터 제주도가 유네스코 세계 지질공원 인증을 위한 실사를 받고 있다. 지질공원은 지구과학을 대중화하는 한편 지질유산을 보전하면서 지역개발을 촉진하는 유력한 방식으로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수재=최근 중국을 다녀왔는데 국가 차원에서 지질공원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현재 138개 국가지질공원을 설립했고 이 가운데 22곳이 세계 지질공원 인증을 받았다. 우리나라도 지질유산의 조사와 보전, 활용을 위해서는 지질공원을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 지질공원은 생태교육과 관광, 지역개발 뿐 아니라 영토보전과 남북협력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우경식=지질공원에 관심 있는 지자체가 적지 않은데, 유네스코 지정 세계지질공원이란 이름을 따는 데 급급해서는 곤란하다. 지질공원으로 지정되려면 빼어난 지질유산뿐 아니라 관리체계, 가이드, 지구과학 교육, 지역사회 소득 증대사업 등이 모두 구비돼야 한다. 신청서부터 내고 인증만 따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접근하다간 시간과 돈만 낭비할 우려가 있다.
진행·정리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사진 김봉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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