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생태 영향’ 따진 세계적 추세 무시 “문제없다”

조홍섭 2010. 02. 04
조회수 16182 추천수 0
[4대강 퇴적물오염 비상]
정부 ‘토양’ 기준으로 느슨하게 측정
“달성보 비소, 오염 기준치의 10분의1”
선진국은 ‘생물 서식환경’ 엄격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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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바닥의 퇴적물은 생물들의 집인가 폐기물인가?
 
4대강에서 퍼낼 하천 퇴적물이 얼마나 오염됐는지를 둘러싼 논란의 한가운데는 이런 시각차가 놓여 있다.
 
정부는 하천 퇴적물을 단순한 오염물질로 보는 이제까지의 관행에서 조금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 하천 바닥을 생물이 살기에 적합한 환경으로 조성해 관리하려는 움직임과 반대 방향이다.
 
정부는 퇴적물에서 유해물질이 녹아나오는지에 촉각을 세워, 폐광산 주변에서 주로 적용하는 토양오염 기준을 들이대고 있다. 반면 시민단체와 학계에서는 퇴적물 속 수생생물과 나아가 인체에 장기적인 영향이 없도록 엄격한 관리기준을 요구한다.
 
4대강살리기 추진본부는 2일 달성·함안보 인근 퇴적토의 중금속 오염도를 분석한 결과, 농지로 사용하기에 문제가 없는 토양기준을 충족했다고 밝혔다. 추진본부는 달성보 퇴적토에서 비소 오염도는 5㎎/㎏으로 토양오염 우려기준의 10분의 1 수준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대한하천학회와 시민환경연구소 조사에서 달성 퇴적물의 비소 농도는 8.5㎎/㎏으로 미국 해양대기청(NOAA)의 퇴적물 권고기준인 8.2㎎/㎏을 넘겼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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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다른 잣대가 적용되는 근본 이유는 우리나라에 하천 퇴적물 환경기준이 따로 없기 때문이다. 박미자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과장은 “하천 퇴적물에 관한 별도의 기준이 없기 때문에 준설한 뒤 육상에서는 토양으로 간주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4대강살리기 추진본부는 ‘4대강 토양조사 및 정화지침’에 따라 퇴적층의 표층과 심층 토양의 오염 정도를 조사한 뒤 세척, 열탈착 등의 공법으로 오염도를 우려기준 이내로 떨어뜨린 뒤 전국 156곳에 마련된 사토장으로 옮겨 농경지 등의 성토재로 쓸 예정이다.
 
그러나 토양기준을 하천 퇴적물에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는 게 학계의 일반적 평가이다. 애초 토양오염 기준은 사람의 건강과 동식물 생육에 지장을 줄 염려가 있는 농도를 대책기준으로 하고, 그 40% 수준에서 우려기준을 정했다. 우려기준은 위험도 평가 등 과학적 기준이 아니라 행정편의로 정해진 것이다.
 
이창희 명지대 환경생명공학과 교수는 “토양환경보전법의 우려기준과 대책기준은 유해물질이 얼마나 물에 녹아나오는지를 가리키는 것이어서 퇴적물에 사는 저서동물 등 생물에 끼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외국의 기준보다 훨씬 느슨하다”며 “생태계를 고려해 퇴적물 환경기준을 만드는 게 세계적 추세”라고 말했다.
 
미국, 유럽 등에서는 하천 퇴적물을 준설의 대상이 아니라 물이나 대기, 토양처럼 생물이 살아가는 공간으로 관리하고 있다. 하천 퇴적물에는 다량의 유기물질이 들어 있어 이것이 분해하면서 퇴적물 주변에 무산소층을 형성해 수생생물에 치명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또 중금속 등 유해물질이 녹아나오면 먹이사슬을 거쳐 다른 동물과 인체 내 축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따라서 선진국에서는 하천 바닥에 사는 생물 등에 퇴적물의 오염물질이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고려해 다양한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미국 해양대기청은 퇴적물 권고기준을 마련해 오염평가에 쓰도록 권고하고 있고, 미 환경보호청도 현재 중금속 등에 대한 기준을 개발중이다. 유럽연합도 퇴적물 예비기준을 마련했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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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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