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으로 가는 태양광 단지, 빛바랜 ‘녹색’
녹색에너지 신드롬 진단
대규모 개발로 나무베고 설치해 효과 반감
재생에너지는 지역에 맞는 소규모가 적당
최근 난립 양상을 보인 태양광 발전 입지의 절반 가까이가 산지였다. 땅값이 싼 야산을 이용해 초기 투자비를 줄이면 정부의 태양광 발전 차액보조금을 받아 투자수익이 높아진다. 너도나도 태양전지판을 들고 산으로 간 이유다.
태백산맥, 제주도 등 바람좋은 풍력발전기 설치 적지가 가득 차자 경남 밀양의 사자평 등 새로운 후보지를 모색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경관 훼손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환경정책평가연구원 연구를 보면, 울진 원자력발전소 1기가 생산하는 전기를 얻으려면 백두대간 680㎞ 길이에 횡성 풍력발전단지 수준으로 발전기를 세워야 한다.
이런 문제가 빚어지는 근본원인은 재생에너지 개발이 대규모화하기 때문이다. 애초 지역에 적합한 소규모 에너지원인 재생에너지를, 저탄소 녹색성장 분위기를 타고 대규모로 산업적인 개발을 하려다 보니 생겨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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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력발전은 전형적인 사례이다. 지난 9일 녹색연합, 환경연합 습지보전위원회,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실은 ‘한국의 대규모 조력발전 무엇이 문제인가’ 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는 조력, 풍력, 태양광 등 재생가능에너지 입지 갈등 해소를 위한 연속토론회의 첫 순서였다.
유례없는 세계 최대규모 조력발전소 건설 붐
우리나라에 조력발전소 건설 붐이 일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조력발전소가 4곳에서 동시에 추진되고 있다. 내년 10월 완공 예정인 시화호 조력발전소는 시설용량이 25만4000㎾로 세계 최대인 프랑스 랑스조력발전소의 용량 24만㎾를 넘어선다. 이보다 용량이 2배 큰 가로림만조력발전소(50만㎾)는 2014년 완공을 목표로 실시설계 중이다.
강화도 서쪽 교동도, 석모도 등을 4개의 방조제로 막아 건설될 강화조력발전의 시설용량은 시화의 3배가 넘는 81만㎾이고, 인천공항 위 장봉도 일대를 4개의 방조제로 막아 들어설 인천만조력발전소는 다시 그 2배 규모인 144만㎾의 용량을 지닌다. 강화조력과 인천만조력은 가로림조력과 함께 지식경제부가 마련한 제4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각각 2016년과 2017년 완공할 것으로 잡혀있다.

이밖에 수질악화로 해수유통이 거론되고 있는 새만금에서도 조력발전소 건설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1980년대 석유파동이 끝난 이후 건설 사례가 없는 조력발전 건설계획이 이처럼 쏟아져 나오는 이유는 뭘까.
이날 주제발표를 한 이광수 한국해양연구원 연안개발·에너지연구부 박사는 “이제까지는 경제성이 떨어졌기 때문에 짓지 않았지만 기후변화 문제가 급해지면서 새로이 떠오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조력발전은 어떤 연안개발이나 재생에너지원보다 친환경적”이라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인천만조력은 2000㎾급 초대형 풍력발전기 660기에 해당하는데, 3000㎾급 풍력발전기 1기를 세우는데 1㎢가 태양전지판도 1000㎾에 1만5천㎡의 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에 사업자들 너도나도
그러나 봇물을 이룬 조력발전 건설은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 탓으로 봐야 한다는 반론이 나왔다.
이유진 녹색연합 기후에너지국장은 “정부가 발전차액지원제도를 2012년 종료하고 발전사업자들에게 일정 비율의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의무화하는 의무할당제를 도입하기로 하면서, 발전사업자들이 단기간에 손쉽게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조력발전소 건설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렇게 대규모 조력발전소를 건설해도 환경적으로 문제가 없을까.
이광수 박사는 “조력발전은 밀물과 썰물의 수위차로 발전을 하는 청정에너지 생산 방식으로 외국에서도 말썽을 빚은 적이 없다”며 “환경 피해가 아니라 변화가 있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도 “생태변화 등은 정확한 예측이 어렵다”고 인정했다.
조력발전은 물을 가두기 때문에 해수흐름의 변화가 불가피하다. 개펄의 감소, 염분농도의 변화, 어류 회유 방해 등 생태변화가 예상된다. 과연 그 정도가 얼마나 심할지가 관건이지만 누구도 공개적으로 조사한 적이 없다.
“돌 하나를 치워도 환경이 변하는데”
조력발전 예정지인 가로림만에서 어업을 하고 있는 박정섭 충남 서산군 도성리 어촌계장은 “바지락을 몇 개 더 건질까 하고 양식장의 돌을 치웠더니 물살에 바닥이 깎여 오히려 조개가 줄어들었다”며 “돌 하나를 치워도 환경이 변하는 법”이라고 말했다.
환경단체들은 조력발전소 입지 예정지가 모두 서해안에서 간척되지 않은 마지막 생태보고라는 사실에 주목한다.
이평주 환경연합 습지보전위원장은 “가로림만은 서산과 태안의 5천여 어민이 바지락·굴·낙지로 생계를 이어가는 서해에 마지막으로 남은 자연해안 가운데 하나”라며 “해양수산부가 2007년 수행한 연구용역에서도 이곳이 최고 등급의 환경가치를 지닌 곳으로 평가됐다”고 말했다.
조강희 인천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강화와 인천만 조력발전은 정부 스스로 지정한 강화갯벌 저어새 서식지와 장봉도 갯벌습지보호지역을 모두 망가뜨리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전환경성검토 내용이 공개되지 않거나 공청회를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등 사업을 비민주적으로 추진하는 데 대한 반발도 크다. 오히려 사업자가 방조제 건설로 인한 땅값 상승 가능성 등을 주민에게 흘려 주민 사이의 분열을 부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생에너지 확대 앞서 기존 에너지 수요관리부터
조력발전소 건설의 타당성을 근본적으로 검토하자는 목소리도 높다.
이유진 국장은 “대규모 조력발전소 붐의 단초가 된 시화조력발전소는 이미 건설된 방조제를 활용하고 해수유통을 해야 할 필요에서 나온 것”이라며 “멀쩡한 바다를 막아 조력발전소를 만드는 게 정상적인지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무작정 재생에너지를 늘리기 앞서 원자력이나 석탄화력 축소, 수요관리를 고려하는 것이 순리”라며 “만일 석탄화력을 줄이기 위해 조력발전을 건설하겠다고 한다면 비로소 에너지냐 생태냐를 진지하게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헌석 청년환경센터 대표는 “지역갈등과 환경파괴를 일으키는 대규모 방조제를 포함하는 조력발전은 재생에너지 개념에서 빼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대규모 개발로 나무베고 설치해 효과 반감
재생에너지는 지역에 맞는 소규모가 적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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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태안의 한 태양광발전소 단지 모습.
태양광 발전은 이산화탄소를 거의 발생시키지 않는다. 그렇지만 숲을 밀어내고 태양광 전지를 설치하면 어떻게 될까. 태양광의 녹색 이미지는 분명히 빛을 바랠 것이다.
숲을 베어내고 들어선 국내의 한 태양광 발전단지를 대상으로 권영한 환경정책평가연구원 박사팀이 실제 계산을 해 봤다.
숲 1㏊에 있는 나무와 토양은 자동차 1대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산림 97만㎡를 훼손하고 들어선 이 태양광 단지가 발전으로 절감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만 2000t이지만, 산림 훼손으로 잃어버리는 절감 잠재량은 1만 2000t이었다. 태양광 발전의 녹색 효과는 절반가량 줄었다.
녹색이라고 다 녹색이 아니다
최근 난립 양상을 보인 태양광 발전 입지의 절반 가까이가 산지였다. 땅값이 싼 야산을 이용해 초기 투자비를 줄이면 정부의 태양광 발전 차액보조금을 받아 투자수익이 높아진다. 너도나도 태양전지판을 들고 산으로 간 이유다.
태백산맥, 제주도 등 바람좋은 풍력발전기 설치 적지가 가득 차자 경남 밀양의 사자평 등 새로운 후보지를 모색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경관 훼손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환경정책평가연구원 연구를 보면, 울진 원자력발전소 1기가 생산하는 전기를 얻으려면 백두대간 680㎞ 길이에 횡성 풍력발전단지 수준으로 발전기를 세워야 한다.
이런 문제가 빚어지는 근본원인은 재생에너지 개발이 대규모화하기 때문이다. 애초 지역에 적합한 소규모 에너지원인 재생에너지를, 저탄소 녹색성장 분위기를 타고 대규모로 산업적인 개발을 하려다 보니 생겨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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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력발전은 전형적인 사례이다. 지난 9일 녹색연합, 환경연합 습지보전위원회,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실은 ‘한국의 대규모 조력발전 무엇이 문제인가’ 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는 조력, 풍력, 태양광 등 재생가능에너지 입지 갈등 해소를 위한 연속토론회의 첫 순서였다.
유례없는 세계 최대규모 조력발전소 건설 붐
우리나라에 조력발전소 건설 붐이 일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조력발전소가 4곳에서 동시에 추진되고 있다. 내년 10월 완공 예정인 시화호 조력발전소는 시설용량이 25만4000㎾로 세계 최대인 프랑스 랑스조력발전소의 용량 24만㎾를 넘어선다. 이보다 용량이 2배 큰 가로림만조력발전소(50만㎾)는 2014년 완공을 목표로 실시설계 중이다.
강화도 서쪽 교동도, 석모도 등을 4개의 방조제로 막아 건설될 강화조력발전의 시설용량은 시화의 3배가 넘는 81만㎾이고, 인천공항 위 장봉도 일대를 4개의 방조제로 막아 들어설 인천만조력발전소는 다시 그 2배 규모인 144만㎾의 용량을 지닌다. 강화조력과 인천만조력은 가로림조력과 함께 지식경제부가 마련한 제4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각각 2016년과 2017년 완공할 것으로 잡혀있다.

이밖에 수질악화로 해수유통이 거론되고 있는 새만금에서도 조력발전소 건설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1980년대 석유파동이 끝난 이후 건설 사례가 없는 조력발전 건설계획이 이처럼 쏟아져 나오는 이유는 뭘까.
이날 주제발표를 한 이광수 한국해양연구원 연안개발·에너지연구부 박사는 “이제까지는 경제성이 떨어졌기 때문에 짓지 않았지만 기후변화 문제가 급해지면서 새로이 떠오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조력발전은 어떤 연안개발이나 재생에너지원보다 친환경적”이라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인천만조력은 2000㎾급 초대형 풍력발전기 660기에 해당하는데, 3000㎾급 풍력발전기 1기를 세우는데 1㎢가 태양전지판도 1000㎾에 1만5천㎡의 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에 사업자들 너도나도
그러나 봇물을 이룬 조력발전 건설은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 탓으로 봐야 한다는 반론이 나왔다.
이유진 녹색연합 기후에너지국장은 “정부가 발전차액지원제도를 2012년 종료하고 발전사업자들에게 일정 비율의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의무화하는 의무할당제를 도입하기로 하면서, 발전사업자들이 단기간에 손쉽게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조력발전소 건설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렇게 대규모 조력발전소를 건설해도 환경적으로 문제가 없을까.
이광수 박사는 “조력발전은 밀물과 썰물의 수위차로 발전을 하는 청정에너지 생산 방식으로 외국에서도 말썽을 빚은 적이 없다”며 “환경 피해가 아니라 변화가 있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도 “생태변화 등은 정확한 예측이 어렵다”고 인정했다.
조력발전은 물을 가두기 때문에 해수흐름의 변화가 불가피하다. 개펄의 감소, 염분농도의 변화, 어류 회유 방해 등 생태변화가 예상된다. 과연 그 정도가 얼마나 심할지가 관건이지만 누구도 공개적으로 조사한 적이 없다.
“돌 하나를 치워도 환경이 변하는데”

조력발전 예정지인 가로림만에서 어업을 하고 있는 박정섭 충남 서산군 도성리 어촌계장은 “바지락을 몇 개 더 건질까 하고 양식장의 돌을 치웠더니 물살에 바닥이 깎여 오히려 조개가 줄어들었다”며 “돌 하나를 치워도 환경이 변하는 법”이라고 말했다.
환경단체들은 조력발전소 입지 예정지가 모두 서해안에서 간척되지 않은 마지막 생태보고라는 사실에 주목한다.
이평주 환경연합 습지보전위원장은 “가로림만은 서산과 태안의 5천여 어민이 바지락·굴·낙지로 생계를 이어가는 서해에 마지막으로 남은 자연해안 가운데 하나”라며 “해양수산부가 2007년 수행한 연구용역에서도 이곳이 최고 등급의 환경가치를 지닌 곳으로 평가됐다”고 말했다.
조강희 인천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강화와 인천만 조력발전은 정부 스스로 지정한 강화갯벌 저어새 서식지와 장봉도 갯벌습지보호지역을 모두 망가뜨리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전환경성검토 내용이 공개되지 않거나 공청회를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등 사업을 비민주적으로 추진하는 데 대한 반발도 크다. 오히려 사업자가 방조제 건설로 인한 땅값 상승 가능성 등을 주민에게 흘려 주민 사이의 분열을 부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생에너지 확대 앞서 기존 에너지 수요관리부터
조력발전소 건설의 타당성을 근본적으로 검토하자는 목소리도 높다.
이유진 국장은 “대규모 조력발전소 붐의 단초가 된 시화조력발전소는 이미 건설된 방조제를 활용하고 해수유통을 해야 할 필요에서 나온 것”이라며 “멀쩡한 바다를 막아 조력발전소를 만드는 게 정상적인지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무작정 재생에너지를 늘리기 앞서 원자력이나 석탄화력 축소, 수요관리를 고려하는 것이 순리”라며 “만일 석탄화력을 줄이기 위해 조력발전을 건설하겠다고 한다면 비로소 에너지냐 생태냐를 진지하게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헌석 청년환경센터 대표는 “지역갈등과 환경파괴를 일으키는 대규모 방조제를 포함하는 조력발전은 재생에너지 개념에서 빼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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