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두루미 살리려고 전봇대 뽑아요”
순천시 국내 최초 철새 보호 위해 아름다운 ‘배려’
“내년까지 282개 더 뽑아 생태수도로 발돋움할 것”

지난 11일 전남 순천만에서는 색다른 두루미 서식지 보호 행사가 열렸다.
고가 사다리차에 탄 노관규 순천시장은 흰 장갑을 끼고 가지치기용 가위로 전선을 싹둑 잘라냈다. 지켜보던 시민과 관광객이 환호성을 질렀다. 이들은 힘을 합쳐 줄을 당겨 전봇대를 넘어뜨렸다. 철새 보호를 위해 전봇대를 없앤 것은 우리나라에 전기가 도입된 120여 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순천시는 지난해 1월 흑두루미 한 마리가 전깃줄에 부딪혀 날개가 골절된 채 발견되자 전봇대를 없애기로 했다. 천연기념물 제228호인 흑두루미는 세계적으로 9천여 마리가 남아있는 보호조류로 한국과 일본 등지에서 겨울을 난다.

이우신 한국조류학회 회장(서울대 교수)은 “대형 조류는 방향을 쉽게 틀지 못해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전선에 치명적 피해를 입는다”며 “외국에서도 두루미 보호를 위해 전봇대를 제거한 사례는 아직 없다”고 말했다.
내년까지 순천시가 순천만자연생태공원 주변 농경지 300㏊에서 뽑을 전봇대는 전신주와 통신주 등 282개로 올해 안에 84개를 제거할 예정이다.
노관규 시장은 “1년에 1주일 정도 쓰는 것이지만 농사용 양수기를 돌리지 못하게 된 농민과 한전 등 이해당사자를 설득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며 “순천만의 상징인 흑두루미를 지켜 순천만을 세계의 생태수도로 만들자고 호소했다”고 말했다.

순천시는 전봇대를 없앤 논에 대해 겨울에 물을 대 철새가 서식할 수 있도록 하거나, 색깔이 다른 벼로 디자인 효과를 내는 경관농업을 하기로 했다.
갈대밭과 개펄, 철새가 어우러진 순천만은 지난해 람사르 총회와 함께 전국적 명소로 떠올라 2002년 10만 명이던 탐방객이 지난해 260만 명에 이르렀고, 1천억 원의 지역 경제효과를 냈다.
최덕림 순천시 관광진흥과장은 “주말이면 순천시내의 식당과 숙박업소에서 빈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라고 말했다.
‘

순천만이 보물’이란 시민의식을 바탕으로 시는 다른 지자체와 달리 습지를 넓혀가는 정책을 펴고 있다. 생태관 뒤 주차장 터에 내륙습지를 조성하는가 하면 국가 소유 땅 약 30만㎡를 매입해 철새들의 쉼터로 복원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순천시가 순천만을 가로지르는 목포~광양 간 고속도로 건설을 가슴 아파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순천만의 가치를 몰랐던 2004년 순천시는 도로건설에 덜컥 합의해 줬지만, 이제 확장하는 순천만 습지를 분단하는 흉물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국토해양부와 한국도로공사는 토지매입이 거의 끝나고 공사가 30% 진행돼 노선변경은 불가능하고, 순천시가 요구한 전 구간 교량화와 튜브형 방음벽 설치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어쨌든, 전봇대 뽑기 행사는 300여 탐방객과 시민들이 참가한 가운데 흥겨운 잔치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노관규 시장은 “두루미를 자유롭게 하면 사람도 자유를 얻을 것”이라며 “아이들도 자연과 공생하는 값진 가르침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순천/글·사진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내년까지 282개 더 뽑아 생태수도로 발돋움할 것”

지난 11일 전남 순천만에서는 색다른 두루미 서식지 보호 행사가 열렸다.
고가 사다리차에 탄 노관규 순천시장은 흰 장갑을 끼고 가지치기용 가위로 전선을 싹둑 잘라냈다. 지켜보던 시민과 관광객이 환호성을 질렀다. 이들은 힘을 합쳐 줄을 당겨 전봇대를 넘어뜨렸다. 철새 보호를 위해 전봇대를 없앤 것은 우리나라에 전기가 도입된 120여 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순천시는 지난해 1월 흑두루미 한 마리가 전깃줄에 부딪혀 날개가 골절된 채 발견되자 전봇대를 없애기로 했다. 천연기념물 제228호인 흑두루미는 세계적으로 9천여 마리가 남아있는 보호조류로 한국과 일본 등지에서 겨울을 난다.

이우신 한국조류학회 회장(서울대 교수)은 “대형 조류는 방향을 쉽게 틀지 못해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전선에 치명적 피해를 입는다”며 “외국에서도 두루미 보호를 위해 전봇대를 제거한 사례는 아직 없다”고 말했다.
내년까지 순천시가 순천만자연생태공원 주변 농경지 300㏊에서 뽑을 전봇대는 전신주와 통신주 등 282개로 올해 안에 84개를 제거할 예정이다.
노관규 시장은 “1년에 1주일 정도 쓰는 것이지만 농사용 양수기를 돌리지 못하게 된 농민과 한전 등 이해당사자를 설득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며 “순천만의 상징인 흑두루미를 지켜 순천만을 세계의 생태수도로 만들자고 호소했다”고 말했다.

순천시는 전봇대를 없앤 논에 대해 겨울에 물을 대 철새가 서식할 수 있도록 하거나, 색깔이 다른 벼로 디자인 효과를 내는 경관농업을 하기로 했다.
갈대밭과 개펄, 철새가 어우러진 순천만은 지난해 람사르 총회와 함께 전국적 명소로 떠올라 2002년 10만 명이던 탐방객이 지난해 260만 명에 이르렀고, 1천억 원의 지역 경제효과를 냈다.
최덕림 순천시 관광진흥과장은 “주말이면 순천시내의 식당과 숙박업소에서 빈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라고 말했다.
‘

순천만이 보물’이란 시민의식을 바탕으로 시는 다른 지자체와 달리 습지를 넓혀가는 정책을 펴고 있다. 생태관 뒤 주차장 터에 내륙습지를 조성하는가 하면 국가 소유 땅 약 30만㎡를 매입해 철새들의 쉼터로 복원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순천시가 순천만을 가로지르는 목포~광양 간 고속도로 건설을 가슴 아파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순천만의 가치를 몰랐던 2004년 순천시는 도로건설에 덜컥 합의해 줬지만, 이제 확장하는 순천만 습지를 분단하는 흉물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국토해양부와 한국도로공사는 토지매입이 거의 끝나고 공사가 30% 진행돼 노선변경은 불가능하고, 순천시가 요구한 전 구간 교량화와 튜브형 방음벽 설치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어쨌든, 전봇대 뽑기 행사는 300여 탐방객과 시민들이 참가한 가운데 흥겨운 잔치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노관규 시장은 “두루미를 자유롭게 하면 사람도 자유를 얻을 것”이라며 “아이들도 자연과 공생하는 값진 가르침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순천/글·사진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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